김용건 박사
초기 무상할당에서 점진적 경매제로 변화

주요 교역대상국 고려한 국제경쟁력 확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방식에서 경매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충실히 반영하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우수할 뿐만 아니라 경매를 통한 가격신호가 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촉진하게 되며 경매 수입은 다른 왜곡된 조세의 경감이나 기술개발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무상배분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 조기감축행동에 대한 불이익, 신규 및 폐쇄 사업장에 대한 부적절한 인센티브 제공, 보조금 효과를 통한 산출물 시장의 왜곡(실적조정 무상분배의 경우) 등을 회피할 수 있다. 무상할당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온실가스 규제에 따른 비용부담수준을 넘어서는 보상으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다배출 업소가 오히려 횡재이윤(windfall profit)을 얻게 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배출권 거래제도가 경매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무상할당이 가진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 규제 도입에 대한 산업계의 부담과 반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초기에는 배출권 할당분의 상당부분을 무상할당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 경우 점진적으로 무상할당의 비중을 줄이고 유상경매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매수익은 기업의 고용 관련 부담금이나 근로소득세 등 시장 왜곡된 조세경감에 활용함으로써 산업계 부담 경감과 함께 조세 및 경제 체제의 효율성 증진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탄소누출 및 국제경쟁력 문제를 고려할 때 할당방식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대상국의 관련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국, 미국, 일본, EU 등 중 교역대상국이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경우 할당방식에 있어 이들 국가의 정책과의 상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2단계 EU ETS의 경매한도를 고려할 때 최초 배출권 할당에서의 경매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EU와 미국 등 주요 교역대상 선진국에서 무상할당 등 지원 대상 업종을 선정한 기준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상경매 적용을 면제하는 기준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거기에 주요 다배출국 간 배출권 할당방식의 조정 및 연계를 통해 국가별 배출권 할당방식의 상호 연계·조정 및 일관성 확보가 필요하다. 연구결과 EU ETS와 미국 왁스만-마키 법안의 무상할당 혹은 지원대상 업종 기준을 적용할 때 국내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90%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부분의 배출원이 유상경매 적용에서 제외되면 무상분배의 폐단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국제경쟁력 왜곡 및 탄소 누출로 개별 국가 단위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요 교역대상국 또는 온실가스 다배출국 간의 정책 공조와 연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국제 협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국가 간 정책 공조는 비단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탄소세 등 타 정책도 마찬가지다. 조정의 문제는 대부분 국가가 무상할당 위주의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유상경매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점차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상할당을 통한 경쟁력 문제의 해결은 유상할당 부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경제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수출입 과정에 대한 보조금·세금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따라서 무상할당에만 의존하기보다 다배출 제품의 수출에 대한 탄소비용 환급이나 다배출 제품 소비에 대한 소비세 성격의 탄소비용 부담 정책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무상할당을 적용하면 다량의 무상 배출권을 할당받는 다배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가동률, 유지보수활동 등에 대한 감시·감독과 함께 가동률 감소 혹은 내용 연한 이상의 연장 운영 시 배출권 무상할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배출 사업장이 배출감소 노력 없이 무상할당 배출권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

 

아울러 화학, 철강, 시멘트, 금속, 석탄 제품 등 일부 업종은 유상경매 시 배출권 확보 비용이 전체 부가가치 및 생산원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므로 유상경매로의 전환을 일정 기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예 일정은 주요 교역 상대국의 관련 정책 현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현존 시설의 기대 내용연한을 고려해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무상할당의 방법으로 원단위 방식 혹은 실적조정 방식을 일부라도 활용하면 그런 방식의 적용을 받는 업체에서 고정총량 기준으로 할당받는 업체로의 배출권 이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 영국의 배출권거래제에서 적용한 바 있는 게이트웨이 메커니즘의 적용이 필요하다. 특히 전력산업처럼 소비자에게 탄소 가격 혹은 관련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경우 가능한 유상 경매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부득이한 경우 무상할당을 통한 이익을 저탄소 청정기술 투자나 소비자 부담 경감 등에 지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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