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국지성 집중호우에 중점 ‘호우주의보’ 개선

종류·지역 따른 차별화된 방재대응체계 검토해야

 

진기범1.

▲ 기상청 진기범 예보국장

 

일기예보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비는 여러 기상현상 중에서도 날씨를 지배하는 중요한 큰 현상이고 사람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해 있다. 그 중에서도 태풍과 여름철 집중호우 등은 비 외에도 강풍과 해일, 낙뢰 등을 동반하면서 불편을 넘어 삶의 기본을 흔들 수도 있는 자연재해로 인식되는 기상현상이다. 여름철 방재활동이 다른 어느 계절 보다 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상청의 여름 방재는 매면 5월15일에 시작된다. 기상청이 자연재해감시와 예방의 첨병으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최근 기후변화와 빈번한 특이기상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상 기술과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선뵈는 시점이기도 하다. 올해는 기상청이 기상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선진예보시스템의 원년으로 삼고 있어 보다 의미 있는 방재기간을 맞고 있다.

 

달라지는 여름철 기상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호우주의보와 경보의 기준 변경이다. 기존에는 12시간 강우량이 80㎜ 이상, 150㎜ 이상일 때 호우 주의보와 경보를 각각 발표했다. 6월부터는 6시간 강우량이 70㎜ 이상, 110㎜ 이상이 예상되면 호우 주의보와 경보를 각각 발표한다. 아울러 집중호우가 아니더라도 장마와 같은 우기에 오랜 시간 비가 계속되면 산사태나 지반약화 같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감안해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180㎜ 이상 예상될 때도 호우 주의보와 경보를 각각 발표한다. 지금까지의 호우특보는 장마철에 계속되는 비로 인한 피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새로운 기준은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보다 중점을 두고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를 반영해 2000년 이후 시간당 30㎜ 이상의 호우와 단시간의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작성된 것이다.

 

사실 집중호우(集中豪雨)란 말은 언론에서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기상용어로 쓰인다. 집중호우는 2000년 이후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이 발생했고, 강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시간에 60㎜ 이상인 비가 지난 104년 동안 총 21회 있었는데, 그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다섯 번이 2000년 이후 기록됐다. 지난해 추석 전날인 9월21일엔 불과 6시간 만에 250㎜가 넘는 집중호우가 수도 서울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집중호우를 특이한 현상이 아닌 일상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기준(New normal)을 세우고 이에 대응하는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자연재해에 대비한 기반시설도 크게 향상됐고, 기존의 호우특보 기준이 다소 과잉되고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새로운 특보 기준은 최근의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방재관련기관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특보기준이 적절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확한 특보와 함께 신속한 유비쿼터스 전달체계의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다.

 

호우특보 외에 새로운 기상서비스로 ‘상세 안개정보 서비스’가 있다. 운송 등 교통량의 증가와 대기오염이 증가하면서 해마다 안개와 관련한 재산과 건강 등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그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12.2%로 다른 교통사고 인명피해율이 현저히 높다. 2001년 2월의 자유로 35중 추돌사고와 2006년 10월의 서해대교 추돌사고는 짙은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전국을 28개 구역으로 나누어 상세한 안개정보 서비스를 실시하고, 그동안의 교통사고 통계를 이용해 70개의 안개 상습발생 구간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이와 함께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를 최소화하도록 도로공사 등 주요 관련기관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도로 위 운전자들이 직접 받아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집중호우에 흔히 동반되는 낙뢰에 대한 예보가 6월부터 기상청 홈페이지를 통해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매시간 간격으로 낙뢰의 예상 강도와 이동위치를 3시간까지 강·중·약 3단계로 서비스한다. 낙뢰는 안정적인 전력수급이나 고속철과 같이 전력에 민감한 분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상재해 요소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특히 연간 발생하는 낙뢰의 75%가 여름철에 집중되고 있어 야외활동과 전력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복잡한 지형으로 지역에 따라 큰 날씨 차이를 보이며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반면 높은 인구와 산업 밀도는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날씨정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상예측능력의 향상과 함께 기상재해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 방재대응체계 검토도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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