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75% CSR 인지하나 경영추진 미비

재무향상 기여할 CSR 방향 모색해야

 

신기룡.
▲신기룡 과장
기업의 시장 조건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기업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서 “어떻게 버느냐”에 초점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활동의 모든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가 되고, 또 이들의 사회적, 환경적 수행에 대한 결과가 소비자의 소비성향에 영향을 끼치면서 기업들은 그들의 이해관계자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얼마 전에 ‘착한기업’이 화두가 되는 듯 싶더니,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지난해 11월에는 국제적 표준인 ISO 26000(사회적 책임표준)이 발효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사회적 책임경영(CSR)이 비단 대기업뿐 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요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년전 ISO 26000 도입 계획에 대한 인지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약 25.7%만이 ‘알고있다’라고 대답했고 약 62.1%가 ‘모르고 있다’ 라고 응답해 중소기업들이 국제적 CSR 라운드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또한 중소기업 중 75.2%가 CSR을 인지하고 있으나 경영 활동 추진은 38.8%에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러한 인식조사에서 살펴보듯이 중소기업들은 CSR경영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자본적인 어려움이나 전문 인력의 부재 등 중소기업의 내․외부 경영환경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 됐다. 이러한 내외부적 요소들로 인해 아직까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CSR경영은 당장 실천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다음 사례에서 살펴보듯이 중소기업들이 CSR을 단순한 비용적인 부분이 아니며, 투자의 가치로 인식해 CSR경영을 실천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착실히 기업 활동을 하며 CSR 활동을 비용 소모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나눔의 실천이라고 생각 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있다. 기부와 자선으로 기업의 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죽’ 전문 프렌차이즈인 ‘본아이에프’는 사업 아이템의 독창성 덕분에 사업 시작 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과를 올리기에만 전념하지 않고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리고자 지난해 복지재단 ‘본사랑’을 설립해 결식아동들에게 ‘사랑의 죽’보내기, 장학금 지원과 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 환원 차원의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 사람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 정신은 지난해 고용불안을 겪을 때에도 발휘됐다. 가맹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봉사활동을 매월 1회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가 하면 기업만의 독특한 경영활동으로서 CSR 활동을 경영전략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경영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식품가공업체인 ‘남도식품’은 친환경유기농산물로 재배한 원료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농산물의 재배, 가공 및 판매에 필요한 인력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고용하는 한편, 이익금의 2/3 이상을 사회적 취약 계층에 건강식품으로 기부 하고 있다. 식품가공산업의 특성에 맞춘 특화된 CSR활동은 벌어들인 수익을 소비자에게 다시 나눔과 동시에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업 본연의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이득을 모두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모든 기업들의 과제인 것이다.

 

‘동진 H&F’의 경우 노사문화 선진화에 노력하는 중소기업이다. 노사협력 프로그램 운영을 활발히 해 직원의 애사심을 고취시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킨 좋은 예가 됐다. 게다가 고령자 고용안정 컬설팅 프로그램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고용안정화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CSR 활동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들도 CSR 추진을 통한 기대효과를 다각적인 방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식조사 결과, 많은 중소기업들은 CSR경영 활동이 기업 홍보와 이미지 개선 등 경영활동에 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사의 이윤이나 매출 증대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별개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어, CSR 도입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향후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경영에 대한 올바른 기대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재무성과 향상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CSR 활동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로써 인식되던 CSR의 개념도 중소기업 활동 안에서 보다 발전 돼야 한다. 앞서 사례에서 살펴보듯이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무만 강조돼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CSR이 때로는 노사간의 새로운 상생문화형성에, 때로는 사회적 인지도 향상을 통한 시장접근에 통로가 돼줄 수 있을 것이다.

 

CSR 활동은 이제 더 이상 선진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적인 추세로서 기업의 존속여부를 판가름 지울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세계시장으로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국제적 시류에 발 맞추어야 할 것이다. 수출 강국인 우리나라가 CSR 활동을 등한시 할 경우, 외국과의 교역에 있어 무역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전의 기업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이익을 남겨 사회에 공헌했다면 이제는 경영활동 자체로서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공헌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과제로 삼았던 중소기업에게 CSR활동은 더욱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중소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갖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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