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석.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원석 교수
핵심사항에 대한 명확한 합의 마련 실패

쟁점들 제공국의 국내법을 살펴봐야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는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이용국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에 관한 국제조약을 합의했는데 이를 나고야의정서라고 부른다. 그동안 지구상의 생물유전자원은 인류의 공동유산으로서 제공국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채취해 유용한 성분을 분석해 부가가치가 높은 유익한 의약품이나 화장품 또는 건강식품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 또는 관련 전통지식을 사용할 때 그 보유국에 대해 사전에 허가를 받고 그로부터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다. 따라서 의정서는 우리나라의 제약업, 화장품업, 건강 식품업 등 미래의 바이오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아토피에 유용한 식물을 제약회사가 그 성분을 분석해 약품을 만들었다면 그 약품으로부터 발생한 이익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일종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만들어 매년 수 조 원의 이익을 창출한 로슈회사는 사실 중국의 팔각이라는 식물(열매)을 이용해 타미플루를 제조한 것이다. 나고야의정서는 로슈회사에게 중국과 이익을 나눌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의정서는 “창의적 모호함 속의 걸작품”이라는 미명(美名)아래 중요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를 마련하는데 실패해 향후 국가들 간에, 제공국과 이용자 간에, 그리고 이용자들 간에 엄청난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의정서의 핵심쟁점은 의정서의 적용대상의 범위, 파생물의 적용 여부, 의정서 적용 시기, 접근방법 및 접근절차의 법적 확실성 및 투명성 확보방안, 위기상황 발생 시 병원균 접근의 완화된 기준 및 간소화된 절차 부여여부,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의 접근 및 이익공유 인정여부, 국내책임기관의 범위 및 역할, 유전자원 이용 정보공유센터(CHM)의 설치 및 기능, 의정서 이행에 대한 국가의 역할, 유전자원 이용을 점검하기 위한 점검기관(checkpoints) 설치의 강제성, 점검기관의 범위 및 기능, 유전자원 출처공개 여부, 상호합의조건(MAT)에 포함될 내용의 범위 및 이행방안 등이다.

 

먼저 의정서의 적용대상이 분명하지 않다. 의정서는 적용대상을 “유전자원의 유전적 그리고/또는 생화학적 구성요소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파생물의 포함여부가 문제된다. 파생물이란 뱀의 뱀독, 조개의 조개껍질처럼 “생물자원 또는 유전자원의 유전적 발현 또는 대사 작용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화학적 합성물을 의미하고 이러한 합성물은 유전의 기능적 단위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에도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의정서 본문 어디에도 파생물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해석상 생물유전자원에 포함돼 있는 파생물에 대한 연구는 의정서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만 오로지 파생물에만 별도로 접근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결국 제공국의 국내 입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관련 국내법이나 요건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의정서의 시간적 적용범위도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원칙적으로 당사국간에 명시적 합의가 없는 한 국제법은 소급해 적용되지 아니한다. 띠라서 나고야의정서의 내용은 의정서가 발효한 후 적용된다. 그러나 사전통보승인이나 상호합의조건의 체결은 이미 1993년에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이 요구하고 있다. 즉 협약의 당사국이 국내법으로 사전통보승인절차나 상호합의조건 체결을 요구했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 문제는 국가가 국내법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경우이다. 국제법적으로 국가는 이러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용자는 국가가 아닌 개인으로부터 취득한 승인이나 상호합의조건을 주장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협약 전에 취득한 유전자원을 계속해 접근하거나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의정서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다시 제공국의 관련 국내법을 살펴봐야 한다.

 

의정서는 제약업계, 화장품업계, 건강식품업계 등 생물유전자원을 분석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모든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국의 유용한 유전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사전에 통보해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익에 대해서는 분할방법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의 이행사항을 보고하고 입증할 방법을 제시하고 기술이전이나 지적재산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적용대상, 적용시점, 접근방법, 이익공유대상국, 점검방법, 등은 각 당사국의 국내법이나 요건에 따라 결정됨으로 제공국의 관련 국내 법률을 철저하게 분석해 형사적, 민사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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