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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해결책은 ‘발생한 곳에서 퇴비화하기’
자연발효로 탄질비 맞춘 건강한 거름 만들어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무려 2009년 1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많은 양을 바다에다 투기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돼 육지에 파묻거나 에너지를 소비해 소각시켜야 한다. 비용은 더 늘 수밖에 없고 토양 오염 역시 더 심해질 것이다.

 

음식물쓰레기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생한 곳에서 바로 퇴비화시키는 방법’이다. 발생시킨 사람이 그 장소에서 바로 퇴비화를 하게 되면 양도 적고 일도 적어 악취 발생도 거의 없고 비용 발생도 거의 없다. 그런데 대부분 아파트에서 사는 도시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방법은 도시농부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다. 그것도 흙에서 농사짓는 농부들 말이다. 그리고 매우 간단한 음식물 퇴비통을 만들어 도시농부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고무통에 구멍만 많이 뚫어 거기에다 톱밥이나 낙엽, 왕겨, 부엽토 등과 같은 마른 재료와 함께 음식물을 뒤섞기만 하면 된다.

 

옛날 어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병해충이 너무 많아 농사짓는 것이 옛날보다 너무 어려워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벌레, 병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농사가 어려워져질밖에 없다. 이유가 뭘까? 간단히 말하면 너무 우리 토양이 영양 과잉으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바로 질소 과잉으로 오염된 것이다. 질소 과잉의 주범은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대량의 오염된 축분과 화학비료다. 그리고 시중에서 파는 유기질 퇴비라는 것도 대부분 질소 과잉 거름들이다. 이 질소라는 놈은 과잉되면 채소에 질산염이라는 독이 쌓이고 흙에는 염류가 축적되며 넘치는 것은 수질을 오염시킨다. 그런데 이 질소를 과잉 시비하는 이유는 질소를 많이 주면 작물이 크고, 보기 좋고, 한마디로 상품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키운 작물은 비만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를 잘 모른다.

 

작지만 제대로 된 작물을 키우려면 질소를 적게 줘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탄소질 거름을 적당히 줘 탄질비(C/N비)를 맞춰야 한다. 거름은 작물만 살찌우는 거름이 있고 흙을 비옥하게 해주는 거름이 있다. 앞의 것이 바로 질소 거름이요 뒤의 것은 탄질비가 제대로 균형을 이룬 거름이다. 이렇게 해야 토양 속에 유기물함량(부식함량)을 높여주어 흙이 비옥해진다. 그런데 질소만 과잉 공급해주면 흙의 유기물함량은 떨어지고 이를 지속하면 결국 흙은 고갈된다. 사막이 되는 셈이다.

 

내가 발생시킨 거름 재료를 갖고 직접 거름을 만들면 균형 잡힌 탄질비의 거름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개인은 공장 같은 강제 발효시설이 없어 질소 위주의 거름을 만들 수 없다. 대신에 자연 발효가 잘 되게끔 조건을 맞춰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탄질비를 맞춰주는 일이다. 결국엔 내가 직접 거름을 만들면 쓰레기 발생원도 줄이고 땅에도 좋은 거름을 만들어주며 나아가 나에게 좋은 작물을 키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말이다.

 

질소질은 우리 몸과 생활에서 절로 생기지만 탄소질 거름 재료는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사실 우리 주변엔 탄소질 거름도 숱하게 굴러다닌다. 바로 가을 길거리에 마구 떨어지는 낙엽이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가로수 전지하고 남은 나뭇가지들은 지자체마다 처치 곤란이다. 이를 처리하려면 기름으로 소각해야 하는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런 탄소질 재료들은 질소질과 만나면 훌륭한 거름이 돼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된다. 바로 녹색이 포획한 탄소를 땅으로 저장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탄소란 놈은 흙에 저장해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녹색만 늘리고 거기에서 절로 떨어지는 탄소를 거름화해 토양으로 집어넣지 않으면 그 녹색은 또 다른 탄소 배출원이 된다. 우리가 도시농업 운동을 통해 지자체로 하여금 이를 기름으로 소각하게 하지 말고 도시농부들에게 거름 재료로 공급해주게끔 하면 아주 간단하게 풀리는 문제다.

 

음식물쓰레기만이 아니라 우리는 매우 요긴한 질소질 거름을 매일 배출하고 산다. 바로 인분이다.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돼 인분을 거름화 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변은 매우 쉽다. 그런데 잘해야 200cc 정도 되는 오줌이 생길 때마다 10리터 되는 엄청난 물로 씻겨 버리니 물 낭비가 심각하다. 우리가 물 부족 국가가 된 결정적인 이유다. 게다가 요긴한 거름을 버리느라 물 낭비를 하며 또 자연을 오염시키고 그 처리 과정에서 또 탄소를 배출하니 문제가 복합적이다. 소변은 매우 훌륭한 웃거름이다. 이를 물에 적당히 희석해주면 채소도 잘 자라고 곡식은 물에 희석해줄 것도 없이 원액을 바로 뿌려주면 아주 잘 자란다. 나는 밀 같은 경우는 소변으로만 키우고 벼는 음식물, 인분으로 만든 약간의 밑거름만 주고 대부분 소변으로 키운다. 결국 인분을 이용한 도시농업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순환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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