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16세기 200여회 지진 발생사례 기록돼

법 제정 및 장기적 대책 등 법적 토대 마련해야

 

김영신 지진관리관.

▲ 기상청 김영신 지진관리관

전 세계를 지진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은 방사능 물질의 유출 등 복합적인 재해로 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우리나라는 사이버상에서 한 달 동안 복합적인 재난에 대한 대응 및 대처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웠다. 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지진전문가들은 지진관측 400년이라는 시간이 지진의 본질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그동안 제외됐던 역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자료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많은 인적·물적 피해로 전후 최대의 위기라 불리던 지진재해를 극복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간을 그 이전으로 돌리지 못하고 국민들도 평온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1일 일본은 방재의 날에 도쿄 등 대도시에서 예측할 수 없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방재 훈련을 실시했으나, 일본 국민들은 불안감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한편 지난 8월23일 오후 1시51분(미국 현지시간) 지진의 안전지대인 미국 동부지역 워싱턴 시를 강타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시내 중심가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지진은 지난 189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특이한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었기에 시민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이렇듯 전 세계에서는 오늘도 무수히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형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지각판과 판이 만나는 판 경계 지역으로 일본과 미국 서부지역이 그 대표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판 중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재해에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번 8월의 미국 동부지역의 지진처럼 과거의 역사지진의 피해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도 지진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반도만 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수많은 피해지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세기에는 가장 많은 피해지진의 기록이 남아있는데 땅이 크게 진동하고 가옥 특히 담장과 지붕이 모두 흔들리는 지진이 200여회나 기록돼 있다. 심지어 민가가 무너지고 산사태로 사람과 가축이 죽는 지진기록도 남아있다. 우리가 지금 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지켜보면서 바로 지금 우리의 지진 대책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지진 피해의 아픈 역사에서 현명하게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그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고, 또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진 및 지진해일 재해와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재해를 우리의 자연재해로 치환하지 않은 채 다른 나라만의 불행한 자연재해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것과 같다. 이제는 우리도 일본 대지진 이후 아직까지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지 못하는 일본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의 지진현실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우선 우리나라도 이제는 지진·화산현상에 대한 법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뛰어난 지진대책들도 지진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선진적인 대책들을 만들어 온 결과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 우리도 그들처럼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지진대책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국민들도 지진재해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해소가 될 것이다.

 

또한 일본대지진 당시 피해를 줄이는 데 많은 역할을 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속도가 빠른 P파만으로 지진 정보를 제공해 큰 피해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S파의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몇 초의 시간을 확보해 고속철도, 병원 수술, 정밀산업 시설물 보호를 할 수 있게 된다. 인명 및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대적 지진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제로 지진관측망 전국적 확대, 우리나라 지진환경에 맞춤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활용 등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지진대책의 선진적인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지진 연구 및 개발이 좀 더 확산돼야 한다. 물론 선진국들도 어느 한순간의 노력으로 지진대책들을 완성시킨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인적 자원을 확대하고, 이와 더불어 좋은 연구 성과의 축적, 그 성과를 지진분야 발전에 적용하는 순환구조를 이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선진적인 대책들을 발전시키고, 그러한 선진적인 지진대책들을 통해 개발도상국이나 지진재해에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도 재해가 발생한 후 수습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진국형 대책들로 전환해야 한다.

 

지진재해에 대한 대책들은 천 년을 견딜 수 있는 탑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다. 기초를 잘 다지고 튼실한 주춧돌을 쌓아 올린 탑들은 지진의 충격 속에서 견딜 수 있는 것처럼 지진의 대책들도 든든한 법적인 기초위에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라는 튼튼한 초석을 쌓고, 지속적인 연구로 탑신을 세우고, 그리고 국민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 유관기관과 관련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민들을 지킬 수 있는 우뚝 선 탑을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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