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환교수님.

▲서경대학교 금융경제학과

   한택환 교수

2020년까지 30% 감축인데, 2013년까지 1.2%에 그쳐

실질적 감축은 배출권거래제 이후로 떠넘겨진 셈

 

역사를 돌아보면 불합리한 제도들이 시행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떤 제도도 그 자체의 실패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다. 다름 아닌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도가 바로 그런 제도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부처 간 이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하나이기에 정부 부처 간 갈등이나 이견은 무시하고 최종적인 정부 정책만을 놓고 이 제도를 평가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공표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을 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BAU 배출량인 813백만톤을 637.3백만톤이 되도록 감축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우리나라 정부는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도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을 2012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2015년에는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목표관리제의 운영현황을 보면 현재는 목표관리 대상업체(관리업체) 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을 결정하는 ‘협상’을 거쳐 10월10일에 업체별 목표배출량이 결정돼 공표된 상태이다.

 

이번에 설정된 목표는 관장기관-관리업체의 목표 협의, 국가 온실가스 정책협의회와 부문별 목표설정협의체를 거쳐 확정됐다. 아울러 관리업체들의 2012년 예상 배출량은 기존시설들의 과거 대비 가동률이나 제품 생산량 등의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감량과 신증설시설의 운영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해 산출됐다. 이에 따라 관리업체들의 2012년 총 예상배출량은 6억600만CO₂t이고 여기에 정부가 정한 감축계수를 적용한 결과 총 배출허용량은 872만7000CO₂t이 감축된 5억9800만CO₂t이다.

 

향후 일정을 보면 올해 12월까지 설정된 목표에 따른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2012년부터 이에 따른 감축활동을 벌여 정부의 평가는 2013년 3월에 있을 예정이다. 이처럼 목표관리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업들과 협의해 배출목표를 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표관리제는 자발적 협약의 요소를 일부 도입한 직접규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문제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목표관리제의 협상 결과 도출된 배출 목표는 목표관리제의 궁극적 목표인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된 연도별 감축 목표와 일치하게 될 것인가? 둘째 이렇게 설정된 감축목표는 과연 달성될 것인가? 셋째 첫째와 둘째 조건이 충족된다고 한다면 목표관리제는 성공적으로 운영된 제도라고 칭송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이 물음들에 대한 대답을 하나하나 구해보기로 하자. 우선 목표관리제와는 별개로 우리나라의 전체 감축목표 자체를 살펴보기로 하자. 목표관리제 대상 업체의 배출량이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감축 목표를 보면 2020년까지 산업부문은 BAU 대비 18.2%를 감축하도록 돼 있다. 에너지전환 부문은 26.7%를 감축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감축은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나 이뤄지고 2014년까지는 온실가스의 절대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산업 부문의 경우 2012년에는 BAU 대비 개략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 (1% 미만)의 감축이 이뤄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거의 감축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표관리제의 관리업체들의 총 배출량 감축 목표는 이 수치보다 약간 큰 수준(1.44%) 이다. 그러니 2012년 목표달성은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2013년에는 약 0.9-1.2%에 불과한 전체 감축목표가 2015년에는 약 6.3-7.0%, 그리고 목표연도인 2020년에는 18.2% 로 상향하도록 돼 있다. 즉 2013년, 2014년까지는 거의 감축을 하지 않다가 배출권거래 시행연도인 2015년부터 감축 폭이 늘어나서 2020년에는 목표달성을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따라서 전체 감축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목표관리제 대상업체의 감축 목표 설정이나 설정된 감축목표의 달성은 2014년까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처럼 목표관리제가 시행 시기인 2012-2014년 기간 중에는 BAU 대비 감축 목표가 미미하기 때문에 실제로 감축의 부담은 배출권거래제도가 실시되는 2015년 이후로 떠넘겨진 셈이다.

 

한편 이 정도의 목표 설정에도 산업체들은 무리한 목표설정이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비록 평균적인 목표가 낮다고 하더라도 개별 업종 및 개별 업체별로는 감축목표 달성이 힘든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목표관리제하의 총량 목표가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업종별로 업체별로 어떤 업종과 업체는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반면에 초과달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목표관리제하에서는 배출권 거래제와 달리 초과달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표관리제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 알다시피 목표관리제 목표 달성에 실패한 기업에 대한 과징금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 즉 감축에 많은 비용이 동반되는 제도에서 이처럼 처벌이 관대한(미약한 벌과금을 부과하는) 경우 그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목표관리제는 이 미약한 목표조차 그 성공이 의심되는 제도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던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만약 목표관리제의 감축목표가 계획대로 달성됐다고 한다면 과연 이 제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단 목표관리제 시행기간 동안 설정된 감축 목표량이 미미하므로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2012~2014년의 목표관리제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면 그것은 오로지 2015년부터 실시되는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한 기반을 잘 마련해줬다고 보는 경우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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