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

이승호 계장

공원구역 해제 대상에서 제1호 명품마을로 변화

지속가능한 이용으로 50000명이 찾는 관광명소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작은 섬 마을이다. 1981년 전남 진도군, 신안군, 완도군 등 섬이 많기로 유명한 다도해지구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자연스레 섬 마을들은 국립공원에 편입됐다. 지정 당시만 해도 이 섬마을들은 세대별 거주 인구가 많고 일부는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등 거리상 접근의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육지의 여느 농어촌 지역처럼 활기가 넘치며 전통의 생활방식이 살아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자연스레 농어촌 인구는 감소하고 멀리 떨어진 외딴섬들은 젊은층의 감소와 더불어 부모세대의 고령화, 외부에서 찾아오는 탐방객이 거의 없는 한적한 마을이 되고 있었다. 더욱이 다양한 생태자원과 뛰어난 경관 가치의 보존을 중요시했던 당시 국립공원 정책은 거주민들을 국립공원 내 하나의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지 못하던 시대였으며 주민들은 각종 행위 제한 등으로 국립공원과 잦은 마찰을 빚으며 점차 상호 불신의 벽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2009년부터 국립공원 구역조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되면서 공원 내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공원구역에서 제척되기를 희망했고 정부는 20가구 이상의 자연마을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관매도는 관매 1구(관매·장산편·장산너머마을)와 2구(관호마을)가 있는데, 당시 총 126가구가 거주하고 있어 당연히 국립공원에서 해제가 예상되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관매도만은 달랐다.

 

과거 보전위주에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국민과 함께하는 공원관리 등으로 국립공원 정책기조가 변하면서 공원 내 거주민을 하나의 자원적 가치로 인식하게 되고 2007년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주민지원 사업이 시행되는 등 거주민과 상생관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이러한 현상들은 자연스럽게 국립공원에 대한 주민의 긍정적 인식을 향상시키고 주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

 

당연히 국립공원에서 해제가 예상되던 관매도는 주민 스스로 마을 회의를 거쳐,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오던 전통 생활방식과 자연경관이 우수한 고향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될 경우 전통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200여명의 전체 거주민이 연명부를 작성해 환경부에 자발적 존치를 희망하게 됐다.

 

국립공원 역사상 주민 스스로 자발적 존치를 희망한 첫 번째 마을이었던 것이다. 또한 국립공원에서는 2010년 공원 내 거주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하며 소득을 증대시켜 여타의 마을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존치마을을 대상으로 ‘국립공원 명품마을 공모전’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전국 최초의 자발적 국립공원 존치마을인 관매도가 최초의 명품마을로 선정됐으며 예산지원도 자그마치 10억원을 확보했다.

 

관매도 명품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첫 번째 시작은 ‘주민의 마을 자원찾기’였다. 관매도의 역사와 마을의 고유자원은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유·무형 자원을 찾아내고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마을 환경개선 등 5개 분야, 약 30여개 아이템을 개발했다. 여타의 체험마을 형태의 답습을 탈피하고 관매도만의 테마를 개발하기 위해 전 직원이 시설을 포함한 마을 환경개선, 주민지원 및 소득창출, 주민생활 및 교육, 탐방인프라 확충, 명품마을 장기비전 설정 등 직원별로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국립공원 제1호 명품마을로 선정된 관매도를 우수한 자연생태를 보존하면서 주민의 소득이 향상되는 살기 좋은 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도해서부사무소는 전 직원이 2010년부터 관매도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것 같다. 관매도 명품마을은 개발을 통한 관광지 조성이 아닌 해상국립공원이라는 브랜드 특성과 자연·역사·체험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 마을 조성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명품마을의 미래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일방적인 기관주도형 사업을 지양하고,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향후 주민이 애착을 가지고 마을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명품마을 조성은 국립공원에서 기관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주민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반영됐고 주민이 가진 생각과 자원을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도록 국립공원이 실현시켜 준 것이다. 30여개 사업은 마을 공동수익 창출을 위한 공용숙소(전통식, 현대식)를 제외하고 국립공원과 주민이 함께 직영으로 추진해 자부심이 크다.

 

주민지원 및 소득창출 분야에서 기존 음식업소(4개소)와 숙박업소(13개소)를 개수해 상가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해초 탕수육, 톳 칼국수 등 특산품을 활용한 향토음식 17종을 개발해 소득창출 기반을 조성했다. 아울러 3km에 걸친 8개 테마 마실길을 조성하고, 관매(觀梅)도의 지명 유래에 맞춰 매화나무 2700주를 식재하고, BI를 개발해 ‘걷고 싶은 매화의 섬’이라는 브랜드로 탐방객 유입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주민생활 및 교육 분야는 주민들의 마을 경영 인식 증진을 위해 9회에 걸쳐 국립공원 직원, 전문강사, 관매도 출신 명사가 직접 강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기존의 노후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해 영화상영기기 및 의료보조기를 지원해 ‘마을 사랑방’을 조성함으로써 문화 접근성을 향상시켰으며, 거주민의 87%가 50대 이상이고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점을 고려해 전체 주민 중 119명의 희망자를 광주로 모시고 가 종합 건강검진을 시행함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주민화합 한마당’ 행사를 통해 마을사업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각 마을별 경쟁심을 협력 에너지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또한 탐방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한국은행목포본부 등 7개 기관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어 안정적인 탐방객 수급여건을 마련했다. 또한 삼굿구이 및 통발체험 등 10여 가지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매도에서 농어촌체험이 가능하며, 홈페이지(www.gwanmae.co.kr)를 통해 관매도를 적극 홍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명품마을의 장기 비전으로 관매도 명품마을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휴먼웨어·하드웨어·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마스터플랜은 주민과 수많은 토의를 거쳐 외주 용역을 거치지 않고 국립공원과 주민이 직접 수립해 더 의미 있는 자료가 됐다. 향후 마스터플랜에 의해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마을 사업이 미래 가능성에 기반 한 체계적인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듯 짧은 기간 주민들과 많은 일들을 진행해 왔으나 먼 낙도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관매도의 매력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2010년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해였다면 2011년은 관매도의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주민 대상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 대외 홍보 및 투자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관매도는 2010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관매 해송숲’을 필두로 하늘다리를 비롯한 관매8경 등 수려한 자연자원이 있어 명품마을 테마와 연계할 경우 충분히 매력 있는 섬이었다. 대외 홍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2011년 약 200회 방송 등 언론보도가 집중되고,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연간 4000여명 드나들던 이 작은 섬이 현재까지 50000명이 탐방하는 최고의 관광명소가 됐다. 탐방패턴 또한 여름철에 해수욕을 위해 집중되던 탐방객이 관매8경을 트래킹하는 문화로 변화되고 진도 관매도 특산품(돌미역, 톳 등)의 품질 우수성을 인식하게 돼 고령화로 인해 노동 생산력이 약화된 주민들이 지역의 고유자원을 활용해 3차 산업, 나아가 6차 산업으로 변화해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아울러 관매도 및 지역경제에 직·간접 생산성이 증대되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태다. 관매도는 국립공원 최초의 자발적 존치마을과 최초의 명품마을이며, 앞으로 귀향하는 향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더 이상 멀리 떨어진 낙도가 아닌 국내 최고의 명품 섬, 명품마을이 될 것을 확신한다. 주민의 입가에 언제나 미소가 가득한 날을 상상하며.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