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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적으로 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공적개발원조에서도 기업의 CSR과 연계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정윤정 기자>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이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수행되고 있으나 영리추구와의 접점에서 다양한 제약과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지속가능경영원이 개최한 ‘연계를 통한 CSR의 확장’ 회의에서 지속가능경영원 박태진 원장은 “정부와 시장이 협력하는 자본주의 4.0시대를 맞아 국내외적으로 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 부산에서 열린 세계원조총회에서 개발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나왔다. CSR에 배정되는 외교부 예산이 내년 50% 정도 증액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적개발원조와 함께 해외 지역사회 개발의 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하층 대상 BOP사업 “혁신이 관건”

 

빈곤문제의 완화 또는 퇴치에 있어 기존의 자선단체나 정부, 국제기구가 아닌 영리기업이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BOP(Bottom of the Pyramid) 사업이 다국적 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BOP 사업이 사회적 기업에게 적합한지 영리기업에게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데, 초기에는 삶의 질과 관련된 내구성 소비재 등에 대한 빈곤층의 가격 지불의사가 높아 다국적 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까지 실패 사례가 많다.

 

라준영.
▲가톨릭대학교 라준영 교수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소득 피라미드 최하부에 위치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BOP 사업은 시장 정보 부족, 규제와 기반시설 부재, 지식과 기술 결여 등 다양한 장애에 부딪혔다. 필리핀의 이동통신서비스 회사가 7100여 개 군도의 수백만 빈곤층 대상 사업에서 요금이 아닌 가입자 수를 늘리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기는 하다.

 

영리기업이 BOP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에 대해 유엔개발계획(UNDP)은 제품과 비즈니스 과정을 현지에 적용하고, 빈곤층 기술교육 등 시장 제약조건을 제거하기 위해 투자하며 제품 운송 등에 빈곤층을 고용해 이들의 강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기업의 BOP 사업 투자전략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라준영 교수는 “먼저 사회공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사업을 할 것인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 후에 결정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적정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 유통채널 등에 걸친 각종 시장 제약요인을 넘어설 수 있는 전면적 혁신이다”라고 말했다.

 

적정기술로 돌파구 찾는다

 

BOP 사업의 주요 전략으로 제시할 수 있는 적정기술은 첨단기술보다 저렴하며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과 최근 발간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카탈로그로도 알려지게 됐다.

 

적정기술은 지역개발, 신재생에너지와도 관계가 있으며, 가급적이면 로열티 배제를 원칙으로 한다. 크게는 생계형 기술과 생존형 기술로 나뉘는데, 개도국에서는 생존형 기술에 스스로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적정기술.
▲적정기술재단 홍성욱 대표
생존형 기술로 유명한 Q드럼은 실제로 저개발국가 현지에서는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비싸고,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지금은 오염된 호수의 물을 정화해 바로 마실 수 있는 일종의 정수 빨대인 LifeStraw 등도 현지인들이 구매하기 보다는 NGO 등에서 긴급구호 제품으로 사거나 펀드레이징 등으로 구입해 보급하고 있다.

 

적정기술재단 홍성욱 대표는 “적정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해 저개발국 현지인들이 사업을 하거나 다른 활동에 접목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것에 적정기술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CSR 참여 줄어, 철저한 사전조사 필요

 

코이카(이사장 박대원)가 지원하는 글로벌 CSR 사업은 특정 기관의 이윤 추구에 기여하는 사업은 지원이 불가하며, 국내에 본부를 둔 기업들이 개도국의 빈곤해소 및 경제사회개발을 위한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백숙희.
▲코이카 민관협력실 백숙희 실장
그러나 코이카가 총 사업비의 50%를 매칭하는 CSR 사업은 지난해 정부에서 예상한 것보다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코이카 민관협력실 백숙희 실장은 “2012년에 확정된 사업은 4개에 그쳐 5월에 재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라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내년에는 포럼 등을 개최해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코이카의 CSR 사업 신청시 수원국의 개발전략, 해당 지방 정부와 정책일지 등 철저한 사전조사가 중요하다. 백 실장은 “여성들을 참여시킬 경우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여성개발에 참여하는 것과 현지 종교지도자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지 파트너 기관과 사업 수행 시 현지 기관의 회계 시스템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코이카 지원을 통한 기업체 사업은 5개 사업에 총 12억 원이 들었고, 대구도시가스가 카자흐스탄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청정식수 공급 및 녹색마을을 조성했으며 KT는 르완다에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포스코는 지구촌나눔운동과 협력해 몽골의 영농지도자 양성과 소득증대 사업을 개발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더불어 아프리카에 풀뿌리 교육발전사업 ‘브릿지’를 시작했다.

 

한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개발원조(ODA)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경계가 불분명한 사업들이 있어 국민들로부터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한다는 오해와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수 이해관계자가 생산부터 소비까지 참여하는 방식 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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