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만 실장
국장 시절 ‘서해안 조력 안 돼’ 단호하게 반대

관료들이 국가의 주인인 양 착각하면 곤란해

 

지난해 환경부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투표에서 정연만 실장은 ‘닮고 싶은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29년간 정 실장은 ‘직급은 책임과 권한일 뿐 인간은 동등하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공직에 임했다. 환경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정연만 실장을 만나 2012년 환경정책과 그만의 환경철학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정연만 실장이 2011년 환경부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환경영향평가법과 생물다양성법이 통과된 것이다. 또한 2012년 환경부 예산 5조원을 돌파한 것도 큰 성과다. 기획재정부는 ‘4대강 사업이 끝났으니 환경부 예산도 줄이자’는 방침이었지만 환경부 입장은 달랐다. 정 실장은 “예산이 한정돼 마시는 물로 사용하는 곳이나 인구가 몰린 곳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나라에 4대강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강’과 ‘하천’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강’도 일정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다른 부처들은 5% 내외의 인상에 그쳤지만 환경부만 7.8%의 인상요구를 관철했다.

 

이는 의식수준의 향상과 함께 정부 부처 내 환경부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 역시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정 실장은 “규제 하나 만들려면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 지역의 여론을 듣고 설득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곳이 환경부다”라며 “지금은 국민이 정책이나 규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는 시대다”라고 말했다.

 

정책 전반에 환경 고려해야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부가 녹색성장을 비전으로 내세웠음에도 환경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에너지, 기후변화가 중심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 실장은 “기후변화는 국제적인 대응이 당장 필요한 현안과제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 부처별 녹색성장을 환경부가 주관하기는 어려우며 그래서 생긴 것이 녹색성장위원회다”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부처 전반에 걸쳐 ‘녹색’을 생각한 정책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예를 들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세체계 개편은 환경부가 할 일이 아니라 조세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획재정부에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다”라며 “결국 정부 구조 자체가 바뀌어서 정책입안단계부터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환경부가 주무기관으로서 모자라는 부분을 조언하고 관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어느 부처든 자기 부처가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과거 정부 주도의 개발체제에서 이제 국가의 핵심기능은 복지, 환경, 노동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녹색성장이라는 공통된 비전 하에서도 가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서해안 조력’ 논란은 신재생에너지 창출이라는 가치와 갯벌이라는 환경적 가치가 충돌한 경우였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자연보전국장 시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국가의 가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의 가치를 위해 다른 가치가 희생하는 것이 크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자고 자연가치를 엄청나게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갯벌을 훼손했다가 나중에 ‘이게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쩔 것인가? 국가는 국민, 국토, 환경을 시험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실장은 정부와 공무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국가는 할 수 없다”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부 관료들이 마치 자신들이 주인인 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서해안 조력 자체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대비해 손쉽게 대규모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 발전을 하겠다면서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또한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환경가치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결코 이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환경부가 환경가치만을 최우선으로 놓고 고집을 피우는 곳은 아니다. 환경은 국가 전체적으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의 이익이다.

 

흔히 환경부를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비유하는 데 대해 정 실장은 동의를 표시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누가 타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환경부 없으면 사업하기 좋겠다, 그런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환경부가 없다면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더반 회의.

▲국제사회는 한국이 더는 개도국 지위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COP17 회의모습, 환경부>


국제사회 압력 ‘한국은 개도국 아냐’

 

배출권거래제는 녹색위 소관이지만 눈에 보이는 행동을 보이는 곳은 환경부다. 이 때문에 개발부처와 산업계는 규제부서인 환경부가 나서는 것이 내심 못마땅한 눈치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익을 대변하는 것 역시 환경부다. 아울러 이러한 주장이 언제까지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도 환경부다. 정 실장은 “국제회의에 가면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그렇게 자랑해놓고 막상 온실가스를 줄이라고 하면 개도국임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OECD에 가입했으며 세계적인 교역량을 자랑하는 나라가 엄살을 부린다며 괘씸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폼’ 잡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수변지역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수자원공사가 부담한 사업비를 보전해주고자 개발을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수변지역 개발과 관련해 환경부는 4대강 사업으로 달라진 수변이 친환경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상수원, 보호종 서식 구간 등 수질,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은 원칙적으로 개발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또한 하천 주변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사업까지 환경성 검토를 실시하고 특히 도시개발, 골프장, 관광단지처럼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환경부의 고민이 있다. 정 실장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수질오염총량제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부가 적절히 규제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은 지자체 몫이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역별 NGO가 지자체를 감시하고 난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는 데 힘을 보태주기를 부탁했다.

 

가장 닮고 싶은 공무원

 

정연만 실장은 지난해 환경부 공무원노조가 투표를 통해 선정한 닮고 싶은 공무원 1위에 뽑힌 바 있다. 공직생활 29년간 그의 신념은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이다. 정 실장은 “직급이라는 것은 일할 수 있는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을 준 것이지, 인간 자체를 높여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급이 높은 것은 그만큼 일을 많이 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직원들이 신뢰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일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도 많이 느끼고 처신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남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뿌듯하지만 한편으로 엄청난 부담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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