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정 박사(수정)
다락밭 조성과 땔감 마련을 위해 산림훼손
식량·에너지 등 인프라 구축과 병행해야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영국의 컨설팅회사인 Maplecroft는 최근 세계 산림훼손 지수 발표를 통해 극단적인 산림훼손 국가에 대해 산림보호와 나무심기를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산림 훼손이 세계에서 3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주>

 

북한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인 산림훼손은 하루 이틀에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산림훼손 문제는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것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남한은 전라·경상·충청 지방을 중심으로 곡창지대가 형성돼 한반도 전체의 식량공급을 책임졌다. 그에 비해 산악지대가 많고 위도가 높아 겨울철이 길고 추운 북한은 지하자원은 풍부하지만 황해남북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농사짓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명수정 박사는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에 대해 오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표토층마저 사라진 민둥산

 

농사지을 땅이 충분하지 않은 북한에서는 식량부족을 해결하고자 이른바 ‘다락밭’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식량공급을 위해 주민들이 사는 마을 주변의 산지를 밭으로 개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무를 베고 산지에서 비교적 쉽게 자라는 옥수수를 재배했다. 그런데 옥수수는 작물의 특징상 땅에서 영양분을 무리하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옥수수 재배만을 계속하면 지력이 고갈돼 식량 생산력이 떨어져 농사가 어려워진다. 다락밭 개간 탓에 농경지로 사용하기 어려운 황폐지 면적이 늘어나고, 에너지난에 따른 겨울철 난방 연료용 땔감 채취도 계속돼 민둥산이 늘어났다.

 

한반도는 본래 산악지대가 많고 몬순기후대에 속해 여름철 홍수에 취약하다. 그러나 산악지대라 할지라도 산림이 울창하면, 산림이 ‘녹색 댐’ 역할로 자연적인 완충작용을 해주어 홍수가 나더라도 큰 피해가 나는 것을 막아 준다. 유기물이 풍부하고 뿌리가 깊은 산림 토양은 강우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이를 지하수로 돌리게 된다. 명 박사는 “산림이 풍부하면 빗물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유기물이 풍부한 표토와 나무뿌리가 스펀지처럼 비를 흡수하고 지하수를 충진시켜 홍수를 막아주며, 가뭄이 들었을 때는 지하수를 제공한다”라며 “그런데 북한은 산림훼손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의 완충작용이 무너지면서 자연재해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훼손된 산림이 빨리 회복되지 못하면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데 필수적인 표토층이 유실되면서 다시 산림이 형성될 토대가 무너진다는 데 있다. 명 박사는 “표토층이 있으면 나무를 심을 때 나무가 쉬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지만, 표토층이 없으면 조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유실된 표토층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과 재배.

▲북한의 산림훼손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립뿐 아니라 식량난과 에너지난 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사진=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운동>


산림훼손이 수해로 이어져

 

나무가 없는 민둥산에 비가 내리면 빗물이 미처 흡수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흘러가는데, 이 과정에서 표토도 함께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산림훼손은 주변 지역에 자연재해 피해를 함께 가져온다. 명 박사는 “산에 나무가 없으면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 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논밭을 뒤덮게 될 뿐 아니라 토사가 강바닥에 쌓여 하상(河床)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작은 비에도 강이 범람할 수 있어 홍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즉 물이 지나가는 물길이 작아지고 하상이 높아지면 산에서 내려온 빗물과 토사 때문에 강이 더 쉽게 범람하게 돼 인근 주거지뿐 아니라 논밭이 유실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결국 산림훼손이 수해를 부르고 이 때문에 다시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훼손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치유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러나 북한을 다녀온 관계자들은 일부 지역은 나무를 심으려 해도 표토층 유실로 쉽게 자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증언하고 있다. 명 박사는 “훼손된 생태계의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며 “산림생태계의 경우 표토층이 사라질 만큼 훼손되면 울창한 산림으로의 회복은 정말 힘들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더구나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봄에 나무를 심어도 겨울이면 땔감으로 사용해 나무심기 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명 박사는 “북한의 산림훼손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산림생태계 복원이 시급하지만 조림뿐 아니라 산림훼손의 주원인인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즉 농업기반과 에너지 관련 사회기반시설이 모두 고려되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의 산림훼손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땔감을 대신할 연료 공급체계와 농업기반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시급하며 아울러 북한 주민의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하다.

 

한반도 기후변화 협력 필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한 기상재해 등 여러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바 하루빨리 북한의 산림훼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역량이 갖추어진 사회, 그리고 건강한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외부 세균의 침입에 강하게 저항하고 병에 걸려도 쉽게 회복하는 것처럼 사회와 생태계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명 박사는 한반도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남북협력이 필요하다며 “특정 부문의 개별 협력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생태계와 사회경제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라고 제언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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