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수 이사장 1
산림청과 공단, 갈등 넘어 상생협력의 관계로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 반드시 개선돼야

 

역대 이사장들이 정치인, 군인, 경찰 등 비전문가 일색이었던 데 비해 지난해 12월30일 취임한 정광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산림 전문가다. 그는 강원대 임학과,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기술고시 합격 후 산림청에서 임업연수원장, 정책국장, 자원국장, 국립산림과학원장, 산림청 차장 등을 거쳐 2009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산림청장을 역임했다. 따라서 산림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시각과 함께 라이벌 기관 출신의 수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편집자 주>

 

업무 특성상 산림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겹치는 일이 많고 협조를 구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두 기관 사이에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갈등관계가 지속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공단 노조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산림청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국립공원에서 육지면적의 96%가 산림이고 그 산림의 44%가 산림청 소관 국유림이다. 공원 내 사유림 소유자가 4만9000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효율적인 공원관리를 위해서는 원활한 산림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양 기관이 협력보다 갈등관계에 있었던 것은 과도한 경쟁의식과 업무에 대한 시각차가 컸던 탓”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 모두 ‘자연’이라는 업무영역을 갖고 있다. 그런데 과거 공단에서는 국립공원 내 산림의 절대보전을 추구했지만 산림청에서는 자원육성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갈등과 반목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 공단에서는 자연은 그대로 둬야지 인간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원리주의적 의식이 강했지만, 산림청은 보존할 곳은 보존하되 공원 내 자연환경지구와 같이 조림, 육림이 허용되는 곳은 산림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공원구역 조정과정 중재 역할

 

이러한 시각차 때문에 과거 산림청이 사업협의를 요청하면 공단에서 이를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칡넝쿨에 덮여 죽어가는 소나무를 살리고자 승인을 요청해도 자연생태계에 대한 간섭이라며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갈등사례가 반복되자 양측은 마치 앙숙처럼 서로 사업에 대해 비협조로 일관하게 됐다.

 

상호 협조하면 쉽게 해결될 일도 감정적으로 대립하다 보니 풀기 어려운 문제로 얽히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과 2010년에 있었던 국립공원 구역조정이다. 당시 환경부와 공단에서는 국립공원 총량제 원칙에 따라 해제되는 면적만큼 새로운 땅을 편입시켜야 했다. 그러나 사유지 소유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국유림을 편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를 담당하는 산림청이 반대했다. 국립공원에 편입되면 더는 산에 손을 댈 수가 없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대였다. 땅을 편입하려는 측과 이를 내주지 않으려는 측이 극한적으로 대립하자 해결의 물꼬를 튼 사람이 바로 정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2001년에 산림청이 국유림 편입을 반대했던 것은 가꿔야 할 인공조림지도 일단 국립공원에 편입되면 더는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당 국장으로서 일정한 범위의 산림사업은 허용될 수 있도록 환경부 측에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며 “환경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국립공원 구역 내 산림관리지침’을 제정했기 때문에 많은 면적의 국유림이 편입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010년 구역조정 시에는 점봉산, 개방산 등 산림청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 문제였다. 이때 산림청장이었던 정 이사장은 실무자에게 국립공원에 신규 편입되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하게 했고 환경부에서 이를 수용해 해당 산림의 편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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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수 이사장은 산림청과 공단이 열린 마음을 갖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통해 갈등관계를 끝내고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호주의 원칙 존중돼야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 대해 정 이사장은 “모든 일은 균형감각과 열린 마음을 갖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윈-윈(Win-Win)전략, 즉 상호주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며 “이제는 공원관리를 둘러싸고 그동안 누적된 공단과 산림청의 갈등관계를 끝내고 긴밀한 상생협력관계를 구축할 때”라고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소회를 피력했다.

 

산림청과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그는 “산림청은 공원구역 내 사유림 매입, 등산로 정비, 백두대간 보호, 산림재해 방지, 산악구조 등 공원관리와 직·간접으로 연계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공단과 산림청이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와 함께 국가적으로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이사장은 요즘 들어 공단과 산림청의 산림관리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에 공단은 자연에 대한 불간섭주의를 고수했지만 지금은 외래식물 등 생태계교란종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있고 2009년에는 자체예산을 편성해 숲 생태개선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며 “산림청도 과거에는 자원육성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생태계 보호, 기후변화 대응, 산림의 공익기능 증진 등 정책기조가 바뀌었다. 따라서 지금이 상생협력관계를 맺을 적기이며 양측의 장점을 현장에서 결합한다면 공원의 생물다양성과 건강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궁극적으로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은 양측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그가 추진하려는 상생협력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이사장은 “상생협력은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데 아직 상호불신과 피해의식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우리 공단 직원들이 산림청 출신인 나를 신뢰해야 한다”며 “취임식에서 만약 내가 공단운영에 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일을 한다면 집단행동을 해도 좋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하고 대신 인화단결을 요구했다. 조직이 단합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정성을 다하고 우리 직원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직원들도 나를 믿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앞으로의 업무추진에 자신감을 보였다.

 

취임 40여일이 지난 정 이사장은 그동안 직원들과의 소통에 노력했고 일하기 위한 인사배치를 끝냈으며 올해 중점 추진할 역점사업에 대한 구상도 완료했다. 그는 ‘더 좋은 국립공원, 신뢰받는 공단’을 목표로 공원자원의 가치 증진, 친자연적 탐방 인프라, 이해계층과의 상생협력, 공단 내부역량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림청과의 협력도 2월 중 산림청과 항구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공동협력과 시범사업을 통해 상생협력관계가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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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수 이사장은 공단에 온 이래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 매우 놀랐다며 앞으로 이를 반드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직원 무릎관절염에 시달려”

 

한편 업무파악과정에서 느낀 소감도 얘기했다. 정 이사장은 “공단의 예산이 너무 적은데 놀랐다. 올해 예산이 1820억원인데 이는 비슷한 일을 하는 산림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라며 “사업은 잡다하게 많은데 핵심사업이 눈에 띄지 않고, 올해는 아예 신규 사업조차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직원들의 처우가 매우 낮은 것이 문제다. 정 이사장은 “급여는 공무원보다 낮아 유사 공공기관 그룹에서 최하위이고 청사, 관사 등 후생복지수준도 열악하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낮고 이직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사람들은 국립공원에 근무하면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일해 좋겠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직원들의 고충과 눈물이 있다”라며 “가족과 떨어져 두메산골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연초부터 해맞이 탐방객 안전관리를 위해 우리 직원들이 엄동설한 속에 산에 텐트를 치고 밤샘을 하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허리에 줄을 매고 절벽을 오가며 쓰레기를 줍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산을 너무 오르내려 많은 직원이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아주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들은 따뜻한 외투나 몸을 녹일 수 있는 대피소도 없이 오늘도 삭풍 한가운데 몸을 떨며 산을 지키고 있다. 예산이 없어 인명구조장비조차 퇴직자의 것을 물려받고 중고품을 사서 쓴다고 한다.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보다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 이사장의 의지 때문인지 공단 직원들은 그에 대해 기대를 갖기 시작했고 취임 전에 그를 반대했던 공단 노조도 대화를 거치면서 협조적인 자세로 변했다.

 

“제주 WCC에서 보호지역 논의 주도”

 

한편 현안이 되고 있는 지자체의 국립공원 삭도 문제와 관련해 그는 “정부방침이 확정되면 그 결정을 따를 것이다. 다만 삭도는 국립공원 내에 설치되는 공원시설인 만큼 지자체가 단독으로 설치해 운영하게 되면 국립공원의 정체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삭도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쓰레기 처리, 자연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9월에는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제주에서 열린다. 공단은 총회에서 보호지역 전문기관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해 보호지역 논의를 주도하고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총회기간 중 개최되는 세계국립공원총회는 40여개 국의 공원청장이 참가하는 고위급 회의로 세계보호지역 관련 이슈와 정책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래저래 공단과 정 이사장에게 올해는 매우 바쁘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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