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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신준환 원장은 “삶의 기쁨과 슬픔, 모든 인간의 정서는 자연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나무를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자’는 가르침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이민선 기자>


포천에 위치한 광릉숲은 소리봉과 죽엽산의 줄기가 울울히 들어차 있는 곳으로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계절의 정취를 매우 근접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매년 3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그 중심부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연구와 국민들에게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편집자 주>

 

<대담 김익수 편집국장, 정리 이민선>

 

1년에 33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찾는 국립수목원의 신준환 원장은 수목원을 ‘나무라는 물음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곳’이라고 정의 내렸다. 현재 국내에 수목원은 100여개 가량, 그 중에 국립수목원은 이곳이 유일하다. 1920년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산림생물종 연구의 전통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산림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 원장은 “최근 산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산림청 예산만 봐도 국가 예산 증가율보다 높은데, 이것은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수목원 전경
▲ 수목원 전경

 

국가 차원 산림생물자원 보존

일반인들은 대부분 국립수목원의 임무가 광릉숲을 보전하면서 수목원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수목원의 주된 업무는 국가적 차원에서 산림생물자원을 관리하고 이를 자원화 하는 것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2011년 말까지 약 67여만점의 산림생물표본을 수집·소장하고 있으며, 신종 및 한반도 미기록종 282종을 발굴했다. 이외에도 식물, 곤충, 버섯, 새 등에 관한 정보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go.kr)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식물의 아름다움과 효용성을 이해하고 산림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 국내외 수목원·식물원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는 일, 산림과 임업에 관련된 역사자료나 유적 등을 조사·보전하는 일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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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생식물원
국립수목원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다. 산림생물종 조사연구와 더불어 15개의 전문전시원을 활용해 유치원생부터 일반인까지 식물과 숲을 소재로 한 다양한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생 산림체험프로그램, 녹색수업 프로그램 등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원예교실, 숲해설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수목원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장애인들이나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는 월요일에 ‘행복충전 프로그램’이 운영 중에 있다. 이같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국립수목원 직원 외에 숲해설가(15명)와 녹색산림환경교사(19명) 등도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관건

최근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한 산림생태계의 변화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이와 관련해 생물종 보전기관으로서 국립수목원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준환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립수목원이 할 일은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수목을 보호하는 것, 생물을 훼손시키지 않고 이동시키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 자생지에서 사라져가는 희귀·특산식물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 식물종 구상나무, 복사앵도, 산개나리, 병풍쌈, 개병풍 등 100여종을 포함해 자생식물 1700여종의 종자를 수집해 발아·증식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산림 내 식생의 변화로 서식지의 환경이 위협받고 있는 광릉요강꽃, 섬시호, 장수만리화 등의 희귀·특산식물의 서식지 환경개선을 통해 현지 내 보전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온실에서는 1도 올리는 것으로 온실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자연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있는 것을 가지고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자의 예를 들면서 “사자가 정글에 살아남은 이유는 힘이 세기 때문만은 아니다. 적응을 잘 해서이다. 과학도 미래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지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수목원의 갈 길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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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대온실
개체가 아니라 군 단위를 봐야

수목원을 둘러보며 진행된 인터뷰 동안 봄기운이 완연한 서울과 달리 초겨울 날씨를 방불케 할 만큼 수목원은 쌀쌀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습도가 높아 주변의 기온보다 4~5도 가량이 낮다. 이러한 조건 덕에 수목원에는 다양한 생물종 보존이 가능하다.

 

신 원장은 광릉숲의 특색을 잘 살려 서양과 차별화되는 독자적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자연에 대해 배우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자연은 항상 변화한다. 그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과도한 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과 파괴 그를 통한 반성으로 사회 곳곳에서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인식 확산이 되고 있다. 신 원장은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자세는 맞지만 관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연 그대로의 숲은 놔두는 것이 맞지만 사람이 만든 숲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리가 안 된 나무는 숲 전체를 망친다. 때문에 보존을 위한 관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신 원장은 “수목원 조성계획도 산새, 물, 바람에 맞게 세워야 한다”면서 “개체가 아니라 군으로 보고 생태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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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림호
2010년 생물권보전지역 선정

유네스코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조화를 위해 생물권보전지역을 매년 선정하는데 2010년 광릉숲이 4번째로 지정됐다. 광릉숲이 유구한 세월동안 유지될 수 있었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는 과거 조선의 세조 때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철저한 보호활동과 함께 자연의 작용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의 의미는 이러한 인간 활동과 자연의 공존을 과거부터 잘 이해해 왔으며, 앞으로도 잘 보전해 나갈 것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됨에 따라 국립수목원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올해 수목원은 산림생물자원 조사·수집·분류 연구를 강화하고 또 산림식물자원 보존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예정이다. 산림식물자원 보존 관리를 위해 기후변화 취약식물종 모니터링 및 보전․적응사업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희귀·특산식물의 자생지 내·외 보전 국가 인프라구축, 아시아 거점 종자은행 기능 수행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유용식물자원 확보 및 이용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전시시설 개선 및 산림교육 서비스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수목원에서 강조하는 국제적인 맥락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전국 수목원간 산림생물자원 보존, 이용 협조체계 구축, 연구 및 자원 확보를 위한 국내·외 기관 간 교류협력 강화, 산림청 등 관련 기관의 정책지원 기능 강화 모색하려고 한다.

 

수예원
▲ 수예원
국가적인 생물종 보존 역할

2014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완공이 예정돼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변화로 멸종의 가능성이 높은 백두대간지역의 고산 및 아고산 지대에 서식하는 생물의 현지외 보전, 백두대간지역의 산림생물 보전·증식·복원연구, 백두대간 자생생물의 신가치 창출을 위한 산업화 연구, 지하 종자저장고(Seed Vault)를 활용한 동아시지역의 생물유전자원 장기적 보존, 백두대간에 대한 생태교육·휴양문화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신 원장은 “국립수목원이 지역에 여럿 생기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지역만의 고유 생물종 보존을 위해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수목원은 그 모든 수목원들을 어우르는 역할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얼마 전 한 부대장을 만났는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군인들이 자신 앞에 서면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그에게 내가 우리 수목원에 데려와 나무, 풀, 꽃을 보게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삶의 기쁨과 슬픔, 모든 인간의 정서는 자연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나무를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자’는 가르침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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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준환 원장(왼쪽)과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국장(오른쪽)은

수목원을 둘러보면서 인터뷰를 진행 중에 있다.

<사진=이민선 기자>

이어 그는 “지식을 쌓는다고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식은 쌓는 것이고 지혜는 비우는 것인데, 지혜를 구하는 과정 그를 통해 얻은 지식 이러한 활동의 연속이 중요하다”면서 “전통지식을 공부해보니 이론보다 자연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고민하게 된다. 자연은 일반 지식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우리 땅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스스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직원들이 함께 같은 비전을 갖고 공간과 시간적 고민을 해야 한다. 즉 직원들과 자연과의 관계가 결집되는 것이 광릉숲이 가야할 길이다”고 강조했다.

 

신준환 원장은 자연 그리고 산림에 대한 지금의 관심과 노력이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광릉숲의 보전을 위해 정부 및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또 국제적인 관계와 맥락으로 광릉숲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광릉숲 고유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 국제적인 발걸음의 기본이다”면서 “후세대가 건강한 광릉숲의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언급했다.

 

 

lmstop@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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