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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장관은 취임 이후 녹색 의상을 즐겨 입는다.

녹색옷을 입고 그린카드를 홍보하며 환경을 전파하는 것의

 그의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진=김경태 기자>

저명한 과학자 출신으로 언제 어디서건 ‘환경’과 ‘녹색’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31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제17회 환경의 날을 맞아 본지는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소회와 함께 환경 현안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김경태 기자>

 

‘환경부 장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질문에 유영숙 장관은 “충분히 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상상 이상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들 때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수많은 회의와 행사로 휴일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그래도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스럽고 감사한 나날이었다. 특히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하는 미래 부처인 환경부 장관을 맡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장관을 맡은 이래 유 장관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을 버렸다. 유 장관은 “무엇보다 환경부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펼쳤다”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밝혔지만 환경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머니의 심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직원들에게 항상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했는가’, ‘시민과 전문가에게 들어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민이 원하는, 행복해하는 것을 듣고 이해해야 부모의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 장관에게 있어 ‘과학자의 두뇌와 어머니의 심장’은 공직자로서 행동지표이자 삶의 철학이다.

 

“녹색소비 인식 확산 기뻐”

 

그렇다고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카드업계에서는 통상 30만장을 넘으면 베스트셀러라고 표현하는데, 환경부가 녹색소비를 촉진하고자 만든 그린카드는 지난해 7월 출시 이래 250만장이 발급된 초대박 상품이다. 그린카드는 녹색소비를 진작시키고 생산과 유통구조를 녹색화시키며 지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성공의 의미가 남다르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공에 대해 유 장관은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이래 직접 행동에 옮기지는 못해도 ‘녹색소비는 좋은 것’이라고 공감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카드회사 직원으로 오해를 받아 문전박대당할 정도로 그린카드 보급에 열의를 보여준 직원들의 노고가 컸다”라고 말했다. 유 장관 역시 그린카드 관련 홍보물을 항상 챙겨서 행사나 회의 때마다 홍보에 앞장섰다.

 

아울러 그는 “최근에 느낀 것인데 그린카드의 성공에는 30년을 이어온 환경표지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린카드는 세계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열린 OECD 회의에서도 한국의 그린카드는 관심의 대상이 됐으며 러시아 등에서 이를 벤치마킹 하려는 문의가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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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카드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250만장이 발급돼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박을

 터뜨렸다. <사진제공=환경부>


‘삶의 질 향상 T/F’ 호평

 

환경민원 해결을 위한 ‘삶의 질 향상 TF’ 역시 호평을 받았다. 규제가 환경부 본연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앉아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필요할 때 찾아가서 환경 컨설팅을 한다는 자세로 인식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중앙부처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일선 현장에서 이를 적절히 적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얼마 전 환경부가 검찰과 함께 영산강·새만금유역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체 합동점검을 펼친 결과 무려 57%가 적발됐다. 보통 지자체의 자체점검결과 적발률이 5%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일선 현장의 환경오염 감시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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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은 캠프캐롤 고엽제 매립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사진제공=환경부>


이와 관련 유 장관은 “가장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가 지역의 환경오염물질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시간에 이를 바꿀 수 있는 왕도는 없지만 지방청과 유역청 기능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청장 워크숍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을 찾아 발표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반드시 추진

 

실제로 한강유역청은 지역의 고질적인 민원을 해결하고자 해당 지자체에 찾아갔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유 장관은 “포기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주민, 민간단체, 지자체 등과 함께 T/F를 만들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아 민원을 줄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청·유역청이 기능을 적절하게 발휘한다면 국민의 고통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의 ‘삶의 질 향상 TF’는 ‘을(乙)의 처지에서 접근한 시도’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유 장관은 가장 아쉬움이 많았던 정책에 대해 화학물질 등록·평가제도가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0명이 넘는 사망사고가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파동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준 사례다. 유 장관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법인 만큼 19대 국회에서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산업 경쟁력 뒤에 환경 규제가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자부심도 표명했다. “환경부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잘해왔다고 자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EU 등 선진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사전에 환경부가 배기가스 기준을 높였고 산업계가 여기에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 장관은 “당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어 부품을 유럽에서 수입해야 했다. 일부에서는 환경부가 외국 기업 살 찌우려고 정책을 바꿨느냐, 그런 욕도 먹었지만 꿋꿋하게 버틴 결과 현재 기술력을 높여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장애물을 높여서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 뛰어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낮은 장애물로 편하게 넘는 연습만 한다면 정작 본선에 나가서는 경쟁력이 없어 동메달도 얻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환경규제가 시장을 만들고 경쟁력을 높인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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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은 “환경부가 책상에 앉아 갑(甲)의 위치에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환경부>


아울러 유 장관은 “그렇다고 책상에 앉아서 갑(甲)의 위치에서 규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고 원칙을 가지고 규제해야 한다”라며 “환경과 경제가 함께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부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후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통과를 둘러싼 산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국제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국제 사회 흐름을 보면 심지어 UNEP조차 ‘녹색경제’라고 이야기 한다. 전 세계에는 지금도 굶어죽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아직은 성장이 필요하다”라면서도 “완전한 환경보전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제성장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보전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해외 사례와 앞으로 국제 탄소시장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국제적인 수준에 맞는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부와 산업계 모두가 ‘윈-윈’ 하는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특히 제도 시행에 따라 배출권 경매, 거래 수수료 등의 수익을 활용한 중소기업 재투자 등 산업계 지원방안도 논의한다. 한국의 배출권거래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만큼 거래제 시행 전까지 경험을 쌓고자 정부 차원의 통합 시범사업을 녹색성장위원회 등과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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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시민과 함께 하는 ‘삶의 질 향상 TF’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수변구역 난개발 막을 것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수변공간개발특별법으로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 역시 수차례에 걸쳐 ‘난개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의 우려는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실적을 쌓고 수입을 증대하려는 지자체들의 수변공간 개발압력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수변공간 개발에 대해서 계획단계부터 환경영향을 철저히 검증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특히 환경성평가를 엄격히 적용해 규모에 관계없이 이를 적용하고 수변공간에 들어서는 골프장, 도시개발, 관광단지 등 주요 개발사업에는 비점오염 저감 등 엄격한 조건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음식점, 숙박업소 등 소규모 시설로 인한 난개발을 방지하고자 현행 환경성평가 적용 사업규모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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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익수 편집대표와 인터뷰에서 유 장관은 환경부 역량 강화와 함께 ‘합리적 규제’를 통해

녹색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경태 기자>


장항제련소 토양정화 큰 관심

 

한편 유 장관은 환경부가 추진하는 장항제련소 토양정화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환경부가 처음으로 자체 예산을 가지고 추진하는 대규모 토양정화사업만큼 이번 사례가 앞으로 사업에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 LPP 사업처럼 일부 대기업만 혜택을 받는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는 “토양정화기술을 가진 중소업체가 컨소시엄의 들러리가 되고 실제로는 대기업이 수주해 하도급을 주는 관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며 “결국 공사대금 가운데 대기업이 관리비 명목으로 30%를 챙기고 실제 공사는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토양정화업체는 70%가량으로 사업을 하면서 토양정화의 질이 떨어지고 국고가 낭비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국고의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챙기겠다”라며 관련 사항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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