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이후 세계의 안보개념이 바뀌었다. 즉 동서냉전체제에서 다국적 안보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동서냉전체제에서는 자본주의에 관한 문제는 미국이 중심이 돼 해결해 왔다. 때문에 우방국가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공산권의 문제 역시 소련이 중심이 돼 그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이 때문에 민주진영과 공산진영간의 대립적인 관계가 성립됐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고 미국만이 유일 무일한 초대강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서냉전체제의 군사전략은 무의미하게 됐다.

따라서 미국은 “세계 각국의 분쟁문제는 곧바로 유엔에서 합의를 해야 할 사항이고 이를 제재하는 것도 유엔의 합의로 이뤄진 다국적군이 해결해야 한다”는 다국적 안보체제의 원칙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과거 공산권에 대립되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우방이라고 해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각종 경제지원은 물론이고 정치적이나 군사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우방 국가들은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고 우방으로서의 우의를 돈독히 하려는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탈냉전이후에는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됨으로써 우방과 적국의 개념이 없어졌고 미국도 구태여 민주주의 국가를 우방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적이나 정치적, 군사적인 지원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따라서 미국은 우방국가와의 외교관계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긴밀한 동맹관계와 느슨한 동맹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해 이른바 ‘반 테러전쟁’을 수행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요충지에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는 또한 미국이 카스피 해 유전지대를 장악하기 위한 군사적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카스피 해는 러시아, 중동에 이은 세계 세 번째 유전지대로서 석유매장량은 900억~2,000억 배럴, 가스는 600평방미터의 자원보고이다.

세계경제는 미국·유럽공동체·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 경제권 등 3극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력이나 정치력의 측면에서는 초강국 미국이 주도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미국경제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 경제적인 문제를 안보와 연계시켜 미국주도로 해결하려는 전형적인 패권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21세기는 군사 초강대국인 미국이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가게 되며 이에 세계 각국은 호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계의 안보전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계안보전략이 우릴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예전과 같이 우방국가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길 기대하지만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경제는 이런 희망을 망가뜨리고 있다. 결국 세계 안보는 혼란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지 김종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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