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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이은 폭염과 폭우, 태풍 등의 기상이변으로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상청이 올해 개최한 기상사진전에서 ‘흑룡이 승천하는 용’을 제목으로 입선한 최인석씨의 작품.

<사진제공=기상청>


올여름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로 폭염주의보, 경보가 내려지는 날이 연일 계속되면서 기상이변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가 하면, 에어컨 등과 같은 전자제품 기업들은 호재를 누리는 등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된다. <편집자 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기상산업시장 규모는 1997년에 4억7000만원에서 2011년에는 1567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또한 올해 시장 규모를 3000억으로 목표치를 정할 만큼 기상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상산업시장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특히 기상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기상장비 분야에 편중돼 있어 기상정보 생산, 기상 컨설팅 등 기상정보 서비스 분야의 매출 증대를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찍이 기상정보를 이용해 산업화 시킨 미국은 기상기후산업 시장규모가 총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기상기업의 수만도 1000여개에 달하는데, 이에 반해 한국의 기상기업이 37개에 불과한 것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예보업무허가자 수가 111개사로 집계되고 있으며 매출액도 4000억에 가까운 규모이다.

 

맞춤형 기상정보, 유료 제공

 

최근 잦은 기상재해로 인해 국민들은 좀더 상세한 기상정보를 원하게 됐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분야에서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에너지, 레저, 농수산업 등 각 분야의 기업 및 개인에 맞는 맞춤형 기상정보의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기상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날씨와 같은 기상정보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고 세부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취지의 기상산업의 발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산업진흥원의 박광준 원장은 “이러한 우려는 오해다. 국민들의 알권리는 기본적으로 제공될 것이다”면서 “다만, 기상청이 특정 지역, 특정 부분 등에까지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정보는 유료로 제공함으로써 기상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민간업체가 예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9년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현재 기상사업자로 등록한 147개 업체 가운데 예보, 컨설팅을 하는 업체는 8곳이다. 이 가운데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르는 S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 몇 십 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규모 2조원이 적절”

 

현재 우리의 수치예보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 7위 정도의 위치이다. 최근 조석준 기상청장은 한 포럼에서 “예보기술력이 4위인 미국의 기상산업 규모가 9조원인 것을 봤을 때, 한국의 기상산업 규모가 적어도 2조원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은 기상에 대해 떠올리면 단순히 예보와 관측업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기상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 청장은 강연을 통해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를 통해 농작물의 작황을 감시하고 기후와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주는 등 기상의 사회, 경제적 가치 창출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기상장비업에만 치중돼 있는 우리나라의 기상산업의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기상장비마저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상비는 군수용 장비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의 기술개발 투자 없이는 성장이 쉽지 않다.

 

기상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에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정부는 손 놓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상산업 지원 및 활용기술개발(R&D)사업 지원규모는 국가 R&D 예산의 약 0.03% 수준인 3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과제수가 27개에서 23개로 줄었고, 절반 이상이 1년 이하의 단발적 지원이어서 기상산업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기여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 1년 예산이 약 3000억원 정도다. 예산을 따져봤을 때 기상산업에 투입되는 비용이 결코 많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일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기상산업의 중요성이 달라졌음을 인식하는 정부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상산업 활성화 하겠다고?

 

한편, 기상산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민간 기업의 기상예보에 보수적 잣대를 들이댄 기상청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기상예보업을 등록하지 않은 삼성화재 방재연구소가 기상전망을 했다는 이유로 기상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당시 기상청 측에서는 15일 이상인 예보는 예측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확실한 근거 없이 과장된 전망을 너무 쉽게 단정 짓는다며 비판을 가했다.

 

그런데 삼성화재의 기상전망이 딱 맞아떨어짐으로 인해 기상청의 비판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삼성화재에서 예측한 대로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기상청의 모습이 우스워지게 된 것이었다. 기상청은 당초대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과태료는 25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기상청의 25만원짜리 체면치레’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같은 사례는 기상산업을 키우자고 목소리를 높이던 기상청이 정작 국민들에게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했던 민간기업에 제약을 가한 일이다. 물론 기상청이 내세운 이유도 이해할 만하지만, 민간 기상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기상청도 의아스러운 일이다. 정부지원이 약해 기상산업이 크지 못하다며 앓는 소리를 일삼던 기상청의 모습이 우스워진 것이다.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등에서 강조하는 기상산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요즈음처럼 기상이변이 연이은 상황에서 기상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기상산업을 키우자고만 하지 정작 민간업자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부지원 운운하기 전에 기상산업 확대를 강조하는 주축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lmstop@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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