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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천건 ‘로드킬’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동물피해는 물론 교통사고로 이어져 인명 사고 잇따라

정확한 통계 없고 국토·환경부도 선언적 지침에 그쳐

 

이상돈 교수.

▲이상돈 교수는 국내 몇 안되는 로드킬 전문가다.

<사진=김경태 기자>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한해 평균 5천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이른바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차도에 갑자기 뛰어든 야생동물을 자동차가 들이받는 로드킬은 2차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 또한 크다. 그러나 국내에서 로드킬 사고건수는 공개되지만 이로 인한 교통사고 및 인명피해 통계는 밝혀진 바가 없다. <편집자 주>

 

현재 로드킬을 방지하고자 취해지는 방법은 가드레일을 높이거나 철조망 등을 설치해 야생동물의 차도 진입을 막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도로를 막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차도 건설로 생태공간을 빼앗긴 야생동물 보호 측면에서 접근해 이동로 확보를 위한 생태통로 확충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생태통로 조성이 지침으로 정해져 권고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관련 연구 역시 미비하고 이미 조성된 생태통로 역시 주먹구구식 설치와 허술한 모니터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처럼 생태통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우리나라 최초 로드킬 치사유형 연구 논문을 발표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의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로드킬 방지를 위한 관련 특허만 2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 교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과 함께 ‘고속도로 주변 동물이동통로 조성 및 복원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 배경에 대해 이상돈 교수는 “도로건설 때문에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거나 훼손 또는 파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며 “야생 동·식물의 이동을 돕고자 휀스, 이동통로 등 인공구조물과 식생 등의 생태적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로드킬로 연간 200명 사망

 

로드킬은 단순히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과 차량의 충돌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로드킬로 인해 연간 200명이 사망하고 2만9000명이 부상당했으며 차량수리비용만 28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독일은 연간 2만건의 사고로 40명이 사망하고 3500명이 부상당했으며 스위스는 연간 7500건의 사고가 발생해 이 가운데 1~2%는 사망이나 부상사고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한 해 5000건의 로드킬이 발생했으나 교통사고와 인명피해에 대한 공식집계는 아직 없다. 도로공사 등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연구 역시 미비하다. 이상돈 교수를 포함한 몇몇 전문가들만이 힘들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돈 교수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실시하는 로드킬 조사는 대부분 일용직 근무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이 부족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근본적인 데이터 구축이 힘들다”라며 연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국도로공사의 2004~2008년 조사결과를 보면 노선별로 중앙선, 중부선, 호남선 등은 물론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서해안선에서도 1600건이 넘게 로드킬이 발생했다. 이는 아직까지 도로를 건설하면서 로드킬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동물의 종류별로 살펴보면 고라니가 58%를 차지해 가장 많은 높은 비율을 보였고 이어서 너구리(28%), 토끼(9%) 순이었다. 특히 고라니는 중소형 포유류로, 사고 시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등 2차 피해가 가장 크다.

 

사진1(내장산국립공원 백암지구 군도 16호선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로드 킬을 당한채 누워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로드킬 통계는 있지만 이로 인한 교통사고와 인명피해 통계는

밝혀진 것이 없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생물 다양성까지 위협

 

또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중앙선에서의 로드킬을 분석해보면 1997년에 비해 출현 종수가 12종에서 6종으로 줄어든 반면 로드킬 개체 수는 825마리에서 1738마리로 늘었다.

 

도로건설로 이동통로가 단절돼 서식공간이 좁아진 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좁은 서식공간은 생태계 다양성마저 파괴하고 있다. 다수를 차지한 동물종이 점차 세력을 확대해 다른 종을 밀어내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가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을, 국토부가 ‘친환경적인 도로건설 지침’을 각각 2010년에 만들었지만 단순한 지침 성격에 머무르고 있어 강제력이 없는 형편이다.

 

이 교수는 “도로 실시설계 추진절차를 봐도 로드킬 방지를 위한 생태통로 조성 방안 마련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에 불과하다”라며 “동·식물 조사 역시 멸종위기종 유무만 확인할 뿐 도로건설로 인해 생태계 단절 등을 밝혀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KEITI가 정부 산하기관 교류에 나서면서 이 교수는 얼마 전 수자원공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생태통로 조성에 관한 발표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사업을 집행하는 정부 산하기관들이 로드킬 중요성을 주목한다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초식동물 먹이대.

▲이상돈 교수는 동물먹이대와 생태형 이동통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특허를 신청했다.

<자료제공=이상돈 교수>


기존 생태통로 문제 많아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이동통로는 1998년 지리산 시암재에 터널형 이동통로가 설치된 것이 최초다. 노루, 멧돼지, 고슴도치 등을 위해 만든 폭 6m, 높이 5m, 길이 12의 이동통로는 모니터링 평가 및 유도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외에도 국토부와 환경부가 각각 6개, 28개의 생태통로를 설치했으나 토양과 식생의 정착발달이 미흡하고 급경사, 배수로 내 탈출구 미설치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도시설이 없고 외래수종을 식재하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은 생태통로도 다수 존재하며 모니터링과 평가시스템이 없어 잘못된 형태의 생태통로를 반복해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교수는 수년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생태통로 관련 특허를 냈다. 고라니, 노루 등을 위한 인공먹이 시설을 통해 접근을 유도하며 터널 형태의 동물이동통로를 만들고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동물들의 이동 현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이 교수는 “효율적인 먹이 제공을 위한 장치를 개발해 설치하고 로드킬 저감을 위한 현장적용방안을 수행 후 CCTV를 이용해 모니터링 후 다른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 중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교통사고 사망률로 보면 높은 비율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통계를 낸다면 보통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최소 30% 이상은 로드킬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며 “국토부와 환경부 역시 로드킬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으며 관심도 없다”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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