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토부와 환경부를 배제한 총리실 주도의 검증단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
정부 차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 움직임은 지난 1월 감사원 조사에서 보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설계 부실로 총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비용 소요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속 4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지만 4대강 수혜지역에서는 범람·침수피해가 미미했고 수질 개선 목표도 2009년 6월 수립된 마스터플랜의 목표를 달성했다”라고 반박했다.
감사원, 안전성 문제 제기
특히 보 안전성과 관련해 “보는 암반기초 또는 파일 기초위에 건설됐고 파일기초의 주변에는 하부 물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쉬트파일을 설치했기 때문에 보의 안전이나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감사원 지적사항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감사원 지적사항이 보완 중이거나 이미 보완 완료된 것이라며 총리실 주도로 검증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사업을 수행한 주체가 자신을 검증하는 꼴이며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 자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겠다는 의도’라는 반발만 샀고 결국 4대강 사업 검증 책임은 박근혜 정부 몫으로 넘어왔다.
![]() |
▲박근혜 대통령은 국토부와 환경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지시했다. <사진제공=청와대> |
이와 관련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4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발이든 환경이든 국민 삶이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무절제한 경비 지출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대형개발 사업이나 환경보전 사업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가예산 낭비 논란을 불러온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철저한 검증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박기풍 제1차관은 “국토부와 환경부는 당사자라서 제3기관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부처 간에 이미 합의됐다”라며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총리실을 중심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4대강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처인 만큼 빠지고 대신 총리실이 주도해서 민간 검증단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업무보고에서 환경부는 4대 강과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윤성규 장관은 “환경부가 피조사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하는 부분은 오버하는 부분이 되기 때문에 업무보고에 안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4대강 사업의 유지관리비는 연간 250억 수준으로 계획됐으나 사업 이후에는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토·환경부 빼고 검증위 구성
감사원이 추가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4대강 사업 2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친박계인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조차 “공정위가 4대강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와 엄벌에 처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하는 등 지난 정부와의 선 긋기에 나선 모양새다.
야권은 한층 더 강경한 태도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형개발 사업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시민단체 역시 중립적인 검증단 구성과 함께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국회환경포럼에서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직접 현장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4대강 ‘보’ 안전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많은 보에서 물받이공이 주저앉고 바닥보호공이 깨져나가 땅이 파이는 현상이 발견됐고 구미보는 수문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지하수 상승으로 농경지가 침수돼 농사를 망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라며 “당초 4대강 사업의 유지관리비가 연간 25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사업 후에는 2000억원으로 늘어났고 대한하천학회는 57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라고 밝혔다.
▲지난 4일 4대강 사업 평가를 주제로 국회환경포럼이 열렸지만 정부 당국자와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김경태 기자>
생태계 영향 철저히 조사해야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정책위원은 실패한 국책사업의 공통점으로 ▷ 선거공약에서 시작됐으며 ▷ 타당성 분석 결여 ▷공론의 장 사유화 ▷ 속도전 ▷ 평가 및 책임자 부재 ▷ 국민 부담 ▷ 목적 달성이 실패해도 계속해서 혈세가 투입됐다며 “4대강 사업이 실패한 대형 국책사업의 전형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감사원 감사에도 생태계 훼손에 대한 부분이 언급조차 없는 등 많은 문제점이 누락됐다”라며 “전문가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과 함께 친수구역개발특별법을 폐지하고 4대강 책임자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무려 22조원이나 투입해 이명박 정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4대강 사업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심판대에 올랐다. 사업 기간 내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만큼 사업 이후에도 책임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mindaddy@h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