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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마구잡이식 불법어획으로 펭귄 감소

남빙양의 생물자원 보호 위한 장기적 비전 필요

 

지난 4월22일, 43번째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4월 25일이 ‘세계 펭귄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작년에 방영된 ‘남극의 눈물’은 사람들에게 펭귄이라는 새의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보다는 극한지에서 벌이는 처절한 삶의 투쟁을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남극에서 아기 펭귄을 먹으려 덤비는 큰도둑갈매기를 보고 시청자들은 제작진을 겨냥해 비난을 퍼붓기도 했고 야생 생태계의 존중이냐 생명보호냐를 놓고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정작 펭귄의 개체 수에 위협을 주는 것은 큰도둑갈매기가 아니라 바로 인간활동인데 말이다.

 

기후변화와 어업은 펭귄 군집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학자들은 남극의 기온상승으로 빙산과 빙하가 영향을 받아 황제펭귄과 아델리 펭귄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펭귄의 개체 수는 종과 상관없이 지난 수년간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기후변화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 원인이 대규모 어업에 의한 크릴과 같은 먹이 감소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남극의 펭귄 식생에 대해 발표했던 그란트 발라드 박사(PRBO 조류생태학자)는 남빙양의 펭귄이 군집을 이루는 곳은 대륙 해안가이지만 펭귄의 먹이는 대부분 해양에서 제공되며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과 균형은 펭귄의 군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극 맥머도 기지에서 40년간 생태계 조사를 한 데이브 에인리 박사는 실험용 낚싯대를 드리웠을 때 평균 하루 2마리가 걸리던 이빨고기(메로)가 지난 10년간 급격히 줄어들어 이제는 일주일에 한 마리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로스해 주변에서 시험조업을 한 원양어선들이 생태계 균형을 깨는 수준으로 남획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원양업계가 남빙양에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남극조약 협약국의 비난을 받았던 것도 이빨고기 어업 때문이었다.

 

원양업계의 반성이 일차적이지만, 해양생물자원의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국가 정책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양과 수산이 하나의 부서로 재통합됐다. 여러 가지로 진통과 난항을 겪고 힘겹게 출범한 해양수산부가 남극을 해양자원과 신성장기지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남빙양의 생물자원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해서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남극의 특별보호구역으로 ‘펭귄마을’을 관리하는 환경부와 남극생태계 보호를 위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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