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투입된 자원화 시설, 고철 전락 우려

‘재활용 자원을 편리성 이유로 폐기물 취급’

 

이석길 실장

▲음자협 이석길 실장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디스포저 도입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이들은 바로 지금까지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해 비료나 사료를 만들거나 에너지화했던 업체들이다. 버려지던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정부 시책에 맞춰 지금까지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정부 정책이 갑자기 바뀐다면 이들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편집자 주>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월1일부터 음폐수의 해양 배출 금지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바다에 버리던 음폐수를 전량 육상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처리단가를 놓고 지자체와 업계 간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지자체는 단가인상 요인은 인정하지만 예산이 제한된 만큼 업계 요구를 100% 들어주기 어렵다는 견해였고 업체들은 육상처리가 해양 투기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한 만큼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이석길 실장은 “현실적인 처리비용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마치 현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디스포저(주방용 오물분쇄기) 도입으로 결부시킬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그 틈을 타 인터넷에 디스포저 광고가 난립하고 있다”라며 “불편을 겪는 당사자인 주부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디스포저를 사용하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편리하다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직 디스포저 도입은 제한적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주방용 오물분쇄기 중 음식물을 회수하거나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고형물 기준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인증받은 제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갈아서 하수도에 흘려버리는 방식’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 실장은 “지난 MB 정부에서 환경분야 대선공약으로 디스포저를 도입하려다 환경부와 학계, 업계 관계자 등의 반대에 부딪혀 슬그머니 감춰졌다가 2012년 10월에 당사자인 음자협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고시를 통해 디스포저를 한정적으로 도입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디스포저는 도깨비 방망이?

 

디스포저의 편리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과연 현실적인 요건이 이에 따를 것인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실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먼저 자원의 낭비라는 측면이다. 음식물쓰레기는 풍부한 유기물질을 함유한 유기성 자원이다. 이 실장은 “업계 추산으로 약 2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진 음식물쓰레기를 자원부족 국가인 한국에서 폐기처분 대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십수년간 이어져 왔던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지금까지 3조원을 들여 만든 자원화 시설을 고철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이는 국가적 자산의 낭비이며 디스포저 업계 활성화를 위해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또 다른 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는 디스포저 도입을 촉구한다. 주부들 역시 환영한다. 그러나 오로지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편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재활용’이라는 중요한 환경적 원칙을 버려야 하는지, 기존 음식물쓰레기자원화 업계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