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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는 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영범 교수
아파트는 부동산가치 극대화를 위한 자본의 상징

주거지 재생을 위한 공동체 영역의 설정 필요

 

지난 30년 동안 서울의 근대적 도시경관을 독점적으로 지배한 아파트는 부동산 재테크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을 지배한 슈퍼 히어로였다.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가 살다 보니 고밀도의 삶을 담을 방법이 아파트 이외에는 없다는 논리가 지배한 결과다.

 

아파트는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근대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도시의 부동산가치를 극대화해주는 자본의 상징이 됐다. 우리나라 도시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집이 돼버린 아파트는 분명히 도시의 슈퍼 히어로였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도시 곳곳에 지어지는 아파트 때문에 생겨난 문제는 도시에서 주변부 삶이 사는 공동체 파괴다.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철거된 지역은 대부분 서울의 불량주택 지역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농촌에서 이주한 이들이나 도시에 정착했다가 철거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자리 잡은 서울의 주변부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마저도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했고 근대화를 꿈꾸던 도시 서울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꿈을 이뤄냈다.

 

도시빈민의 70%는 이주민이다. 농촌에서 삶을 지탱할 터전을 잃고 무작정 도시로 이주한 이주민의 일생을 통한 도시정착 생활사는 1960년대 경제개발과 근대화정책 이후 30년간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근대화의 서울이 달려온 시간에는 ‘삶의 한 단면(tranche de vie)’이 다양하게 중첩된 공간들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동어가 끝없이 반복되는 도시에서 이런 시간이 겹겹이 쌓인 장소의 다양성과 공동체성이 사라졌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주도해 온 도시행정이 부동산시장의 붕괴 덕분에 더는 기능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게 된 계기였다.

 

뉴타운사업이 사업성을 잃으면서 이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고치며 살자’ 운동은 현재 사는 주거지를 고쳐서 살아보자는 운동이다. ‘고치며 살자’ 운동은 부수며 살아온 도시에 대한 대안적 성찰이다.

 

2011년 도시연대는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의 단독주택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고치며 살 가능성을 모색했다. ‘고치며 살자’는 공공 주도의 시범사업이 갖는 단기적이고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전면철거 재개발에 대응하고자 지역공동체가 주체가 돼 지속가능한 주거지 재생을 열어가려는 노력이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저층 주거지 재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 조성, 공동체 운동을 통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행정과 주민, 전문가 간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대와 협력, 저층 주거지 재생을 위한 실질적인 주민실천방안 등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 위함이었다.

 

‘고치며 살자’는 골목의 변화가 개인주택의 변화로, 이웃 관계의 변화로 확대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주민자치에 의한 지속가능한 주거지 관리의 개념이며 단독, 다세대 주거의 지속성을 찾기 위한 작은 출발이다.

 

고치며 사는 것이 마을 만들기를 통한 주거지 재생을 이루고 주민들의 복지서비스까지 이어져서 지역자치에 기반을 둔 근린재생을 이루려면 공동체 영역의 설정, 공공적 민간개념, 사회적 지주제도 그리고 사회적 개발과 같은 실험적인 개념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사회적 기업을 통한 주거지 재생을 위해 공동체 영역의 설정과 공공적 민간이라는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분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체 영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마을을 하나의 공간가치로 보고 마을 만들기형 주거지 재생사업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개발을 위해 재생과정에서 토지소유 방식의 다양화 방안으로 사회적 지주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공과 민간의 이분법적 토지소유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토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유하면 이를 사회적 지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지주가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공적 개발을 통해 사회적 추구할 때 각종 법제상의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자. 공동체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과 같은 방식이나 주민공제조합의 활성화, 협동조합방식의 마을기업 등을 활용한 사회적 지주의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적 지주로서의 주민공동체가 주도하는 사회적 개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유도하자. 사회적 개발을 통한 지역재생 과정은 먼저 지역 내 유휴 토지와 건물, 인적 네트워크 등의 지역자원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지역자원을 지역공동체 내의 사회적 기업이 소유권을 확보하는 사회적 소유로 전환한다. 사회적 소유로 전환된 지역자원을 지역공동체와 시장경제의 여건을 고려해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한다. 그리고 창출된 수익을 지역공동체 내의 다른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 재투자해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편집국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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