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진 교수2
이·치수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

체계적·지속적 사후관리 통해 건강성 유지해야

 

세계적으로 자연의 모태이자 인류의 젖줄이 되어온 하천이 개발과 도시화의 뒷전에 밀려 신음하고 있다. 하천이 가진 본래 모습의 변형, 물길의 변경, 물의 오염과 부족, 생물 서식처의 파괴, 토착생물의 소실과 같은 원인들로 인해 나타난 결과다. 또한 인간의 편의와 이용을 위해 하천이 가진 공간을 빼앗아 버린 결과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걱정스러운 모습들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본래의 형상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하천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둔치나 호안은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물길은 마치 도로와 같이 반듯한 형태로 직강화되고, 하천부지에는 주차장과 공원이 들어서 있다. 하천의 모습이 지역적 특성과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하천을 너무 인간 위주로 관리해온 것이 주원인이다.

 

다행스럽게도 1990년대 이후로 하천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문화, 환경적 여건들이 크게 변하고 있다. 깨끗한 물과 쾌적한 수변생태 공간에 대한 국민의 욕구와 환경 인식이 크게 증대했다. 이는 국가의 하천관리 방향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오는 배경이 됐다. 이수와 치수 위주로부터 하천의 생태 환경적 가치와 기능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변화한 것이다.

 

변화된 패러다임의 요체는 하천을 생태계라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생태계 ‘온전성’ 즉 ‘건강성’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교란된 하천에서 ‘건강성 회복’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실천하고 있는 물관리의 핵심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 이를 채택하고 하천관리의 목표로 삼았다. ‘생태계 건강성’은 물리, 화학, 생물학적으로 교란되지 않은 정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생물의 성질이므로 수생태계 건강성은 물에 사는 생물의 다양성과 온전함을 바탕으로 한다.

 

환경부는 하천관리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 도심 복개하천 복원사업, 지류·지천 살리기 사업, 수생태복원 기술개발사업 등을 포함한 다양한 수생태계 보전정책이 그것이다.

 

특히,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국 하천의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 사업은 바람직한 하천관리를 위한 선진적 정책구현의 모범적인 사례다. 2012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BOD에 비해 하천 내 생물들의 상태가 약 2배 가까이 나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하천의 보전과 관리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BOD 위주의 이화학적 기준으로는 하천의 건강성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또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의 하천관리 패러다임이 선진적으로 바뀐 지도 10여 년에 가까운데 과연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실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접근방법도 이·치수 위주의 과거 하천정비사업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하천을 단순히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홍수의 피해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서식처이자 생명을 부양하는 공간, 즉 생태계의 의미를 실제 사업에서 투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홍수는 피해이고 재난이라는 등식은 미래의 하천관리에 있어 적절치 못하다. 이미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홍수와 같이 사는 사회를 천명하고 있다.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홍수는 피하고 막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수의 순기능을 이용해 하천의 본래 모습과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원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콜로라도 강 유역의 글랜캐년 댐에서 조절 방류로 만들어낸 인공 홍수는 댐 하류 하천의 자연적 모습과 생물 서식처 기능을 되찾고자 시도한 적응적 관리의 훌륭한 사례이다.

 

하천이 건강성을 회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편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후관리이다. 현재 하천복원사업 대부분이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복원사업의 효과를 평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사업비의 낭비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공사 완료 후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복원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필요 시 재설계를 통해 건강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적응적 유지관리가 바로 하천 복원사업의 완성판이다.

 

하천의 복원은 공사 완료와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것이며 지속적인 참여와 교육의 장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원사업의 사후관리는 정부의 지원 아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참여와 관심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우리의 숙제는 훼손된 하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넘어 복원한 하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그 배경과 목표는 하천의 건강성을 되찾아 주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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