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현장(2013.07 홍천 원동리)
▲산사태 현장(2013년 홍천 원동리)

올해 여름 발표된 기상 예보에는 ‘반쪽장마’, ‘야행성 장마’, 남부가 아닌 중부부터 장마가 시작됐다고 해서 ‘거꾸로 장마’ 등 낯선 말들이 언급됐다. 장마 기간도 50일이 넘어 역대 최장 장마라고도 한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서서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상기후라는 단어 역시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국지성 호우로 대표되는 폭우는 많은 산지 토사 재해를 일으키고 있고,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강우 강도의 빈도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네 일상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인 셈이다.

 

산지 인접 시민, 산사태 불안감 상당

 

감리 검측 모습(2012 서울 강남구)
▲감리 검측 모습(2012년 서울 강남구)
요즘 산사태 현장 또는 산사태 취약지구를 조사하다 보면, 산지에 인접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한 밤에 비만 오면 뒷산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시민들도 있다.

 

그들의 뇌리에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자리 잡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기간의 집중 호우는 어떠한 입지의 산지도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했고, 이상 기후는 여름이면 항상 발생할 수 있는 기후 패턴이 돼 버렸다.

 

지난해 여름에도 산지 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7월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인해 또다시 인명 피해가 발

강원도 홍천군 산사태현장(2013.
▲강원도 홍천군 산사태 현장(2013년 7월)

생했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원동리 산사태에서,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산사태에서, 인접지역인 이천시 관고동 산사태에서 각각 인명 피해가 있었다.

 

산사태 발생 위험이 있는 계곡부에 위치한 펜션 등의 건축물에 일어난 피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모두 국지성 폭우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산지 토사 재해이다.

 

소규모 혹은 대규모로 발생하는 산사태 등 산지 토사 재해를 완전히 예방하긴 어렵다. 하지만 산사태 취약지구의 조사, 모니터링 및 예방 사방사업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적어도 인명 피해를 막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우리나라 산림을 관장하는 산림청이 있다. 산림청은 산지재해뿐만 아니라 산림조성, 산지관리 및 산림보호 등의 업무를 주관하고 있고,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 아래 산사태 취약지역 안전 중심의 사전예방, 신속 대응체계 마련, 산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조사 및 복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림청은 체계적인 산사태 방지를 위해 산림보호법에 의거 ‘전국 산사태 예방 장기대책’을 5년마다 수립하고, 이와 연계해 전국 산사태 예방 연도별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국가적 기본 계획으로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는 듯하다.

 

‘책임 감리’ 산림사업엔 부재

 

계간수로 정비 모습(2012 서울 강남구)
▲계간수로 정비 모습(2012년 서울 강남구)
그러나 사방공사가 필요한 현장의 모습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사방사업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사방사업법, 산림보호법에 의해서 계획되고 시공되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사업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시행사 또는 용역사에 의한 계획·설계 단계를 거친 후 시공사에 의해 시공되고, 감리가 필요할 경우에는 특정 법령에 의해 감리가 시행사의 감독 업무를 대행 또는 보조해 관리하게 된다.

 

산림 토목사업 역시 이러한 과정으로 실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타 부문과 다소 차이가 있다면 그

계곡을 가로막은 펜션(여주 2013년 7월)
▲계곡을 가로막은 펜션(여주, 2013년 7월)

것은 감리 부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는 감리와 관련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발생한 노량진 상수도공사장 수몰사고 및 방화대교 상판 붕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면 책임 감리를 실행하고 있던 현장이다.

 

또한 공사 완료 후 제보로 발견된 인천 청라지구 푸르지오 아파트 부실 시공은 감리의 부실에 따른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헌데 대규모 공사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는 책임 감리는 아직까지 산림사업에 도입되지 않고 있다. 산림 부문의 감리는 시공감리로서 시행 감독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의 감리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는 있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경남 거창지역 ‘태풍 ‘산바’ 산사태 수해복구 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에서 책임 감리를 시행하는 경우는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일반 산림 토목사업의 현장 감리제도 발전에 유용하게 이용되길 간절히 바란다.

 

시공에 대한 감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분야는 건설 및 토목, 건축, 주택, 광해 방지 등 여러 분야를 들 수 있다. 감리는 감리 유형 및 책임 범위에 따라 책임감리, 검측감리, 시공감리 등으로 구분해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축 분야의 경우 일반 건축물 및 공공건물 공사에 대한 감리를 시행토록 하고 있고,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은 건축사와 감리전문회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건축기술관리법에 따르면 감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종합감리회사, 감리전문회사를 엄격한 기준에 의거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감리 업무는 별도의 등록 조건을 가진 자격자로 하여금 독립적으로 실행하는 게 여타 분야의 일반적인 행태이다.

 

봐주기씩 시공감리 없애야

 

계통적 사방사업(경북 영덕)
▲계통적 사방사업(경북 영덕)
그러나 산림 토목사업의 설계·감리는 산림 자원에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의거 기술사법에 의한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진흥법에 의한 엔지니어링사업자 및 대통령령에 의한 산림공학기술자를 보유한 산림토목법인이 수행하도록 돼 있다.

 

전문감리업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산림 용역업을 담당하는 기술사사무소나 엔지니어링사업자가 감리를 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시공을 담당하는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조합이 설계, 감리를 담당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버트리스 사방댐 현장사진
▲버트리스 사방댐 현장 사진
설계는 시공을 위한 계획 및 예산산출 작업이며, 감리는 시공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장과 시공사를 감독하는 업무가 부여된다.

 

따라서 설계사는 시공 계획 특히, 예산 산출시 규정과 품셈의 기준에 충족하는 적정한 예산을 산출해야 한다. 감리사는 설계 도서에 의거한 적정한 시공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감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설계사와 시공사, 시공사와 감리사는 일정 정도의 긴장을 조성하며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적인 업체이어야 한다.

 

이곳이 파밭이라니(여주 하다리 2013.07)
▲이곳이 파밭이라니(여주 하다리, 2013년 7월)
특히 산림 토목사업은 산사태를 관리하는 사업으로 시민의 재산 및 인명과 직결되는 사업으로 어떤 사업보다 엄격한 시공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림토목법인 간의 교차 감리로 인한 ‘봐주기씩’ 시공감리로 변질될 개연성을 내포한 제도라면 하루 속히 바꿔야 한다.

 

현재의 산림 토목사업은 주로 광역지자체 또는 시·군에서 발주 및 시공하고 있다. 허나 해당 지자체 내에는 용역회사와 시공회사의 숫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교차 감리가 일어날 수 있다.

 

폭우로인한 도로붕괴(2013.07 여주 원동리)
▲폭우로인한 도로붕괴(2013년 7월, 여주 원동리)
A사가 ‘갑’현장에서 시공하고 B사가 ‘갑’현장을 감리할 수 있고, 반대로 B사가 ‘을’현장에서 시공하고 A사가 ‘을’현장에서 감리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교차감리는 부실감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러한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기 가장 쉬운 곳이 불행히도 우면산 산사태로 아픔을 겪은 인구밀집지역 서울시이다. 서울시의 경우 산림용역사 1~2개와 시공사 4~5개만이 위치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가 서울지역에 소재한 업체로 한정해 사업을 발주할 경우 설계, 시공, 감리가 각각 교차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시공을 겨냥한 과설계, 교차감리를 통한 봐주기씩 부실 감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리 업무는 특성상 그 분야의 고도의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자로 하여금 수행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내용은 국가기술자격법이나 기술사법,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등에 명시돼 있다. 감리제도를 활성화해 사업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면, 시공과 감리는 엄격하게 분리돼야 마땅하다.

 

산림 토목사업 시공감리의 또 하나의 문제는 감리업무 종사자들의 자격관리 및 지속적 보수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 자격증만 있어도 감리 가능

 

소형사방댐시공(2012 강남구)
▲소형 사방댐 시공(2012년 강남구)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감리는 각 현장별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의논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 하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기사자격증만 취득하면 경력에 관계없이 감리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

 

산림부문의 감리자도 여타 부문과 같이 엄격한 자격관리를 통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격이 주어져야 하며,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로 감리제도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산림 토목사업은 자연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사업으로 변화의 수가 다양해 많은 경험을 요하는 사업이다. 국지적 폭우, 몰아치는 태풍 모두가 자연현상으로 인간의 힘으로 관리하는 게 매우 어렵다. 다만 재산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해 지속적인 예방 사방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산림 관리를 위한 초석은 현장에 있다고 여겨진다. 산림 토목사업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감리제도의 발전이 산지 토사 재해를 줄이는 동시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 초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사진=송동근 산림기술사사무소 ‘백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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