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메인사
▲산사태를 예방하고 복구하기 위해서는 사방사업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국립공원은 안전하다? “천만의 말씀”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전역이 국소적으로 집중호우 피해를 입고 있다. 부산 해운대 우동은 2009년 기록적인 일강우량 341㎜로 산사태가 많이 발생했고, 서울 우면산과 청계산, 인왕산 등도 시간당 강우량 62.5∼94㎜로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입었다.

 

2012년 태풍 산바는 백두대간 줄기인 함양, 거창, 성주, 김천을 강타해 산촌의 산지를 많이 훼손하고 농경지와 가옥에 피해를 입혔다. 특히 도시 산사태와 비교해 볼 때 피해 면적과 규모가 컸다. 국립공원도 예외는 아니다. 잦은 집중호우로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 등 2007년도만 해도 453개소 523ha의 피해를 입었다.

 

2-지리산산사태
▲지리산 산사태
우리는 대도시 생활권과 자연사면과 식생을 유지하고 있는 국립공원은 산사태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필자는 6월 중순경 지리산 하봉 인근 등산객의 피해 원인 진단을 위해 헬기를 타고 현장에 갔었는데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골짜기는 집중호우로 산복부와 계곡부 피해를 입고 있었고, 복구도 어려운 지리적 여건이었다. 더욱이 복구가 가능한 조건인 곳에서도 복구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3-지리산산사태2
▲지리산 산사태
이에 필자는 국립공원과 같은 보전산지에 대한 산사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리산, 설악산 등의 큰 산의 산사태와 토석류의 피해는 계곡부의 다양한 식생들과 어류, 동물의 서식처를 한 번에 잃게 할 뿐만 아니라 하류 하천의 토석류로 인한 2차 피해도 유발하므로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국립공원 지역의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 치유로 연결될 여지가 있지만 치유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계곡부의 붕괴와 수계의 변화, 토석류의 흐름을 차단하기 어렵다. 하류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에도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산사태 실태조사를 통해 자연치유 가능여부, 발생 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하류의 피해 상황, 이용객의 안전 여부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사방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급경사 피해지의 복구 특수공법과 계곡부의 예방사방 도입도 철저한 조사·분석을 통해 제시해야 하며 예산 지원과 기술 지원을 산림청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할 것이다. 산림청 역시 적극적으로 국립공원 지역 피해 예방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20% 수준에 불과한 도시 사방댐

 

4-지리산산사태3
▲지리산 산사태
도시사방이란 용어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도시사방의 필요성과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 주도의 예방 사방에 그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하고, 시민들 또한 산사태의 위험성과 사방사업의 효과에 따른 자발적인 요구도가 미흡하다. 서울지역 산사태 복구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과의 갈등, 사방사업의 불신 등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5-도시형 공주산사태
▲도시형 공주 산사태
우리나라는 사실상 인구밀집 지역인 도시생활권의 산사태 방지시설이 열악하고 거의 무관심하다. 우면산 산사태 이전 서울시는 산림청 정책사업인 사방댐 및 사방사업이 없었으며, 광역시 단위 사방댐은 전국에 129개소만 시공된 상태였다.

 

이 통계 자료는 도시의 산림 1000㏊당 사방댐 비율이 일본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산지에 집을 짓고, 공장, 체육시설, 놀이터, 등산로 등으로 이용만 했지 재해의 발생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댐 사업은 황폐화된 산지, 계곡부에 산각을 고정하고 토석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사방댐과 산불복구지, 수해복구지, 산림유역관리지, 물가두기 사방댐으로 목적사업을 하기위해 설치했지만 도시의 생활여건과 산지이용 상태 등을 고려한 사방댐은 없었던 것이다.

 

도시 사방댐은 인명 피해로 바로 연결되기에 견고성을 갖춰야 하고, 생활권 내에 존재하므로 경관성, 유지관리 측면 등을 고려한 댐의 모양, 재료, 시공성, 크기 등이 결정돼야 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면산의 경우 복구계획 수립이 허술해 공사기간이 늦어졌고, 안정성, 경제성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위와 같은 특성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 시공이 동일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사업의 신뢰성도 많은 의심을 받았고, 일반 산지의 복구공법을 우면산에 적용함으로써 수리분야, 토목분야, 조경분야와 혼란을 야기 시킨 것도 사실이다.

 

사방사업 전반에 대한 손질

 

6-도시형산사태 군산
▲도시형 군산 산사태

지금이라도 도시사방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방사업의 중요성 홍보와 공감대 형성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며, 시민들 자체적으로 예방 활동과 사방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게다가 우면산 산사태 이후 만들어진 사방시설물의 역할과 효용성, 문제점을 빠르게 모니터링해서 사방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역단위의 생활권에서는 사방사업을 실행한 적이 거의 없으므로 사방의 기초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사방사업의 기술을 평가 절하하고 부정하는 일들도 없어져야 한다.

 

대도시의 상황을 감안해 산림청의 더 세심한 정책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도시에는 사방사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거의 없고 일반 토목직과 녹지직이 대다수라 산림청의 정책, 사방시행자, 기술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며 사방사업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거리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에서도 산사태의 위험은 먼 얘기가 아니다. 산림청과 광역단위 지자체가 서로 이해하고 한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쳐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의 산사태 발생 결과는 현지에 부적합한 위치 선정과 과다한 구조물 설치, 사방 재료의 미검증 등을 들 수 있다.

 

산림청과 광역단위 지자체 협업의 좋은 사례로 서울시를 들 수 있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 발 빠르게 ‘산사태 방재과’ 신설과 직원들의 사방기술과 정책교육, 해외사례 조사, 취약지역의 대단위조사와 예방사방 실행 등의 실천은 다른 지자체들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대도시 생활권의 생성과 개발 과정이 서울시와 거의 비슷하므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외 산지를 배경으로 발달한 도시는 언제 우리가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임 있고 사명감이 넘쳐나는 직원의 배치와 지자체장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하겠다.

 

산촌지역 사방댐도 문제 불거져

 

7-일반지역산사태 남원 농경지피해
▲일반지역 산사태-남원 농경지 피해
일반 산촌의 사방사업으로 산림청에서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4000여개의 사방댐을 만들었다. 주로 경북, 강원, 경남, 전남, 전북, 경기 등의 산간지방에 만들어졌다. 덕분에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에 많은 효과가 검증됐고 산촌 주민들은 그 혜택을 알기에 더 많은 시설을 요구한다.

 

그러나 많은 사방댐 물량과 더불어 작은 문제점들도 야기됐다. 계곡부의 생태적인 단절, 콘크리트 재료의 과다 사용, 낙엽 및 고인 물로 인한 악취, 경관의 저해, 사방댐의 준설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다.

 

8-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1
▲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또한 생태적, 환경성을 고려한다고 계곡의 야면석을 채취 사용해 사방사업의 실효성 문제가 야기됐으며 생태·경관성을 우선으로 한 비탈식 사방댐을 만들어 경제성과 목적성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산사태 취약지의 사방사업지는 산자락에 위치한 사유림이 대부분이고 산주를 찾기 힘든 경우가 많아 동의를 받아 사방사업을 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구조로 돼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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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다.

 

2012년 태풍 산바 직후 필자는 김천, 성주 지역의 산사태 복구 점검팀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현장에서 취약하게 보이는 대상지가 예방사방사업지에서 다수 누락되는 것을 봤다. 물론 당초 조사의 누락지도 있었지만 복구예산의 부족이 주원인이었다.

 

10-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3
▲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또한 산사태 발생 후 복구를 감안한 피해 조사가 부족했고, 조사기간 또한 충분하지 못했던 결과로 판단된다. 피해 조사 인력의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 산사태 복구 특성 및 복구의 난이도 등을 감안하지 못해 누락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산지 복구를 위한 추가 사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향후 예방 차원의 복구 구상 능력을 가진 전문 산림공학기술단체의 협조 하에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피해 복구 예산 배정 권한과 심의를 담당하는 소방방재청에서도 산사태 복구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복구 전문가 적극 활용해야

 

11-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4
▲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사방사업 복구사업의 설계심사, 회계심사 과정에서 일반 토목분야 사람들로 구성됨에 따라 당초 사방사업 취지와 완전히 다른 공작물이 배치돼 목적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대도시 지역의 사방사업은 그 정도가 심해 산림청 단위에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발생 후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완전복구이며, 완전복구의 전 단계는 피해 조사이므로 사업을 실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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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서 조사 미흡에 따른 사방사업 미실행지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방사업 과정에서 산주의 동의 불가, 진입로 불가, 민원 야기, 예산 부족, 누락지 발생 등은 사전조사가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에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 전국 산사태 취약지 조사 후 예방 차원의 사방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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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그런데 전국의 그 많은 사업지의 사업기간을 6월말∼7월초(장마 전)까지로 한정해 사방사업이 어려운 취약지역과 조사기간이 많이 요구되는 대상지는 예방사방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의 조기 발주와 너무 연결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기 발주의 긍정적인 측면은 많지만 사방사업에서는 짧은 기간의 설계, 시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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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양질의 사방사업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험한 산지에서 일하면서 사방사업의 품은 건설품셈을 적용받고 있어 좋은 기술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이다. 조속히 사방사업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품이 현장에 적용돼 사방사업의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고 고유의 사방기술이 실현되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15-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8
▲서울 남산 예방사방 사업지
사방사업의 특이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기사 자격증을 발급받고 아무런 경험과 실무 없이 바로 감리원이 되는 규정들도 사방사업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사방시공 전문업체가 설계, 감리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시장, 설계비를 일반 대규모 토목공사 요율에 적용하고 타당성평가비로 지급해야 하는 현실에서 어떤 좋은 성과물이 나올 것이며, 무엇이 발전적인 사방기술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반드시 개선돼야 국민에게 신뢰받고 공감 받는 사방사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산림청은 사방분야 기술시장의 실태와 개선책을 시급히 제시해야 할 것이고, 이것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우리의 사방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길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재해 예방에 대한 신뢰감 회복과 향후 통일을 대비한 북한사방, 기후변화에 따른 유럽 한대림의 파괴와 아시아 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기초기술이 우리나라 사방기술임을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정리=박순주 기자(parksoonju@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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