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권소망 기자 = 프랑스 아티스트 이방 르 보젝의 개인전이 8일 서울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방 르 보젝은 작가 본인의 이름 첫 철자를 딴 Y패턴과 함께 드로잉으로 일상을 다루는 프렌치적 유머를 표현한다. 한국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월드로잉(wall-drawing)과 함께 작가의 새로운 드로잉 시리즈와 영상작업이 전시된다.

코너아트스페이스 윈도우갤러리를 가득 채운 월-드로잉에는 춤을 추듯 줄을 타고 있는 한 예술가가 등장한다. 흔들흔들 위태하게 출렁거리는 줄은 작가의 이니셜 Y가 양 끝에서 지지하고 있다.

이방 르 보젝이 만화처럼 그려낸 줄 타는 예술가의 모습은 그 옆에 해부학적으로 그려진 인간 신체 드로잉과 대비된다. 월 드로잉과 함께 하바네라 스타일의 탱고음악인 유칼리(Youkali)를 배경으로 광대장난감이 끊임없이 재주를 부리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 시퀀스는 익살스럽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작가의 프렌치적인 유머와 비평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는 줄 타는 사람과 같다’고 이방 르 보젝은 말한다. 조금이라도 긴장하면 선이 매끄럽지 못하고 그렇다고 신경 쓰지 않으면 선의 형태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예술가가 드로잉을 그릴 때 줄타는 사람처럼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줄광대가 매일매일 혹독한 연습을 해야 하듯 드로잉 그리기를 하루라도 쉬면 감을 잃기 쉽다. 굴곡을 제멋대로 과장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드로잉을 창조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반 르 보젝, 줄타는 예술가 (Artist as a tightrope walker), wall drawing, 2014

<사진제공=코너아트스페이스>




창조적인 작업을 이뤄내는 예술가들에게도 원칙은 필요하다. 소설가 조정래 작가는 하루에 5000자를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했으며, 원고지에 펜을 대기 전 최소 세 번씩 문장을 생각하는 것이 오랜 습관이며 원칙이라고 밝힌바 있다.

보들레르가 천재라고 극찬한 화가 들라크루아는 창으로 몸을 던지는 한 남자의 크로키를 그릴 때, 그가 오층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완성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하지 않다면 결코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과장 아닌 과장을 했듯, “그림에 대한 화가의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낸 습관은 위대한 화가를 만들어 낸다”고 코너아트스페이스의 이혜림 큐레이터가 말했다. 보편적인 상상력은 모든 방법의 이해와 그것을 얻으려는 욕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기질에 따라 원칙들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원칙들은 창조적 작업에 분명 밑바탕이 된다. “하루에 선 하나라도 긋지 못하면 손에 가시가 돋는다”고 말한 파울 클레의 말처럼 르 보젝은 드로잉의 창조적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오늘 3월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somang0912@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