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불법어업을 일삼다 어획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해 9개월째 망망대해를 떠도는 원양어선에 대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투명한 조사와 함께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인성7호는 2013년 6월30일부터 10월29일 사이 대서양 서남부 공해에서 이빨고기 113톤을 어획하고 어획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으나 불법조업으로 의심돼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1월14일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위성선박위치추적장비(VMS)를 통해 인성7호의 조업기간 항적을 조사한 결과, 아르헨티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11회(5일) 침범한 것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원양어선에 동승해 조업을 감시·감독하는 옵저버(Observer)의 기록에도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한 위치한 시점에 조업한 내용이 기록됐으며 업체 측도 어구 수거를 위해 침범(불법조업에 해당)했다고 밝히는 등 EEZ 침범이 단순 항해가 아닌 것으로 해수부는 보고 있다.
불법어업 혐의로 어획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자 인성7호는 항구에 입항하지 않고 대서양 서남부 공해에서 지난 5월15까지 계속 조업했다.
![]() |
인성실업은 연료와 부식이 바닥난 상황에서 선원들을 볼모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아르헨티나 EEZ 경계 침범
인성실업 측은 “해수부에서 VMS 전자좌표상의 EEZ선을 사용하겠다는 지침을 단 한 번도 시달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도(海圖) 좌표를 근거로 영해를 침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해수부가 뒤늦게 전자 좌표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해수부는 “공해 조업 시 인근 연안국의 EEZ를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미 국제적으로 확립돼 있는 가장 기본적인 ‘룰’이며 모든 연안국의 EEZ 경계선은 영해기점을 선포한 때부터 이미 획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해수부는 인성7호의 어획증명서 발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소명 이외에도 구체적인 위반사항 확인을 위한 청문을 3차례나 실시했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정부에 VMS 항적 좌표가 아르헨티나 EEZ 내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인성실업의 요구에 따라 외교적 채널을 통해 아르헨티나 정부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한국 정부가 판단하라’는 취지로 지난 5월21일 회신하자 해수부는 EEZ 포함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달라고 다시 요청했다.
기업 감싸다 불법어업국 낙인
문제의 인성실업은 남극해에서 지난 2009년부터 각종 보호조치를 위반한 경력이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어업 제한량의 4배가 넘는 양을 남획하는 등 불법어업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는 해당 선박인 인성 7호를 불법어업선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위원회 소속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해 만장일치 결정 원칙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인성7호가 불법어업선 지정에서 자유로워진 대가로 우리나라는 2013년 미국에 의해 불법어업국가(IUU)로 지정됐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성실업의 자매 기업인 홍진실업 역시 지난해 비슷한 시기 포클랜드 영해를 침범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홍진실업은 혐의를 인정하고 어획된 이빨고기를 포기했다. 인성실업과 홍진실업은 같은 기종의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성실업이 문제시 삼는 세계측지계(WGS-84)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영해 및 접속 수역에 대한 기점 좌표로 사용된 지 오래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원양업계가 모두 알고 있는 이 좌표를 남극해에서 조업한 지 30년이 넘는 중견 업체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인성실업이 고의적으로 영해를 넘고 무책임하게 남 탓을 하며 선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해수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료와 부식이 바닥나는 등 극한 상황에 내몰린 15명 선원 전체를 위험에 몰아넣으면서까지 경제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귀항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인성실업에 대한 처리는 국제 사회에서도 관심이 되고 있다. EU가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마당에 이번 사례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불법어업국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는 “인성실업에 대한 공명정대한 처분이 해양수산부의 진정한 불법어업 근절 의지를 국제 사회에 보이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성7호의 주·부식 등은 우루과이 출항선편을 통해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31명의 선원 가운데 16명은 근처를 지나던 한국 어선을 이용해 하선했으며 현재 15명이 남아 있다.
mindaddy@h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