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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한 2008~2012년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해 보면, 2012년 기준 10살 미만 어린이 1만명당 시도별 진료 인원은 제주도가 121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 1122명, 서울 1084명, 경기 1065명 순이었다.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제주도에서 아토피 환자가 가장 많다는 놀라운 결과는 도시외부환경 뿐 아니라 다른 요인이 아토피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피부건강을 위협하는 아토피의 근본적 발생원인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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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주된 증상은 가려움증이 심해져 피부에 2차적인 감염이 생기거나 긁다가 잠을 깨 수면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으로는 유전, 알레르기, 면역학적 요인, 피부 장벽의 이상 등 여러 원인이 있으나 최근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실내공기 악화를 주목하고 있다.
청정 섬 제주도가 아토피 유병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원인을 두고 바람 및 습도의 변화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아파트 등의 건물 도시화로 인한 실내 공기질 저하 역시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건축자재, 인테리어 자재, 가구 등에 주로 사용되는 휘발성화학물질인 벤젠은 호흡을 통해 50% 정도가 인체에 흡수되며, 포르알데히드는 호흡 및 피부를 통해 인체에 유입돼 눈, 코, 목 등을 자극할 수 있다.
만성적인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알레르기질환, 피부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는 세균, 곰팡이 및 집먼지 진드기 등이 넘쳐나는 실내 공기는 아토피를 유발하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내 공기오염은 새집과 신혼집에서 더욱 많이 배출되며 온도가 높을수록 농도가 높아진다.
특히 24시간 대부분을 신혼집의 실내에서만 지내야 하는 영·유아 산모들은 아토피로 인해 외부활동이 위축된다. 이에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아토피 환자들은 쾌적하지 못한 실내 환경으로 인해 아토피가 심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24시간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어린이
어린이는 모든 신체기관이나 장기들이 완전히 형성된 상태가 아니고 성장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성인보다 화학물질에 더 민감하다.
또한 영유아들은 하루의 90%를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성인에 비해 단위체중 당 오염물질 호흡량이 약 2배가량 많은 반면 해독 및 배설능력은 떨어져 실내공기질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알레르기나 복합화학물질 과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어린이집인 경우 실내 생활공간에 대한 공기질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화학물질에 접촉하더라도 독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어릴 때 유해한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공간에서 24시간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안전할 것 같은 집안, 화학물질은 구석구석 숨어있다. 카펫, 커튼 및 소파나 벽지, 바닥재, 단열재, 장식재, 페인트 등 내장재에서 폼알데하이드,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이 방출될 수 있으며, 이러한 화학물질은 두통이나 눈, 코, 목의 따가움, 마른기침, 피부건조 및 가려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또한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 해충을 없애는 살충제에는 사이퍼메트린, 퍼메트린과 같은 살충 성분이 들어 있어서 호흡기나 피부를 자극할 수 있으며, 탈취제나 방향제에는 트라이에틸글리콜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눈이나 피부, 호흡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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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 청소에 사용되는 세정제의 경우, 차아염소산나트륨이나 수산화나트륨이 방출돼 눈, 피부, 호흡기 및 소화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집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과 학교에도 예외 없이 화학물질로 가득 차 있다.
어린이 장난감(고무공, 플라스틱 장난감 등), 어린이용 식기세트(컵, 수저, 식기 등), 유아용품(놀이매트, 젖병, 치아발육기, 고무젖꼭지 등)에는 물체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프랄레이트 또는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비스페놀-A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 성분은 태아나 어린이에게 독성을 일킬 수도 있다.
또, 물감, 크레파스, 색연필 등 미술 용품에는 중금속이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이 성분은 피부를 자극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때로는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화장대, 식탁, 의자와 같은 유아용 가국에는 폼알데하이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포함돼 눈, 코, 목, 피부를 자극하고, 아토피나 천식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가구에는 중금속이나 프랄레이트도 포함될 수 있다.
교실은 안 밖의 벽을 칠하는 페인트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발생할 수 있고, 오래된 건물인 경우에는 석면을 방출할 수도 있다. 책상, 의자, 사물함에서는 접착제로 사용된 폼알데하이드나 페인트를 사용할 때 발생되는 중금속 또는 표면처리를 위해 니스 등을 사용한 경우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실내 환경개선만으로도 아토피를 완화시킨 사례들은 많다. 오염된 실내공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염물질이 발생되는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며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생활공간 환기 역시 중요하다. 오염물질이나 화학물질이 자연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자주 환기를 시키고 어린이들이 오염물질에 접촉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청소는 기본이다. 또, 새로 구입해 냄새나는 어린이용품은 실외에 방치한 상태로 화학물질을 방출시킨 후에 사용해야 안전하다.
또한, 친환경 제품 구매 습관이 필요하다. 벽지나 바닥재, 페인트 등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하고, 제품 구매 시 항상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해당 용품이 국가에서 공인한 기관에서 안전검사를 받았는지 표시나 마크를 확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제강화와 홍보·교육 이뤄져야
최근 정부에서도 실내공기 관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내공기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강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환경부(장관 윤성규)는 국민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건축자재 관리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폐암 유발물질인 라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안을 9월2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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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유병률이 가장 높은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난 5월부터 앞으로 3개월간 법적관리대상 외 시설인 430㎡미만 어린이집에 대해 실내공기질 무료측정서비스를 실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내공기 개선은 규제강화만으로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환경부를 비롯한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효과적인 아토피 질병 관리 및 실내공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 원인물질 규제와 함께 실내공기질 관리에 대한 홍보·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환경위해성예방협회 정유나 간사는 “각각의 부처에서 아토피 해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동시에 예산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협업을 통한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부처 간 협업을 통한 규제마련과 홍보·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아토피 유병률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