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난제 환경·식량·에너지 문제의 훌륭한 대안
사막화 지역에 산업용 식물 개발하면 곧 창조경제

 

[환경일보] 송진영 기자 = 먹고사는 일은 두 말 할 것 없이 중요한 문제다. 생명을 유지하는 일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 72억 인구 중 약 10억명이 식량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UN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2050년 인구는 91억(아시아 51억, 아프리카 19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식량수요는 지금의 1.7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농학박사<사진=송진영 기자>

도시화·현대화에 따라서 소위 부가가치가 높은 택지나 교통 쪽에 많은 농지가 잠식당했으며 식량 자급률은 굉장히 낮고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 등이 식량부족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안보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식량안보는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1985년 설립된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개발의 중추기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의 책임연구원으로,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식물생명공학의 중요한 플랫폼 기술개발 및 산업적으로 중요한 식물 개량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곽상수 박사는 누구보다도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청정화학 및 생물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일명 고구마 박사로 더 유명하다. 식량부족 문제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에너지 문제의 구원투수로 ‘고구마의 훌륭한 역할성에 대해 널리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고구마일까? 그리고 어떻게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2050년이 되면 식량수요는 지금보다 1.7배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인구는 훨씬 늘어난다는 얘기다.

 


사라지는 농경지, 콘크리트로 덮인 옥토

이미 전 세계적으로 농경지 면적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가까운 중국만 봐도 농경지가 도로, 주택단지, 산업단지 등으로 조성돼 옥토가 엄청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는 특정지역에 가뭄, 홍수 등을 야기해 곡창지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 12월14일 열린 지식공유컨퍼런스‘제3회 TEDxDaedeokValley’에서

 ‘21세기 구원투수 고구마’라는 주제로 강연 하고 있는 곽상수 박사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식량 자급률은 사료용 곡물 자급 포함 23%다. 1960년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90%였지만, 그때는 돈이 없어서 식량을 수급하지 못하고 원조를 받았다. 그럼에도 식량이 부족해 보릿고개 시절을 겪기도 했다. 그간 많은 노력으로 우리는 쌀 생산량을 단위 면적당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작업률은 80%정도다.

 

곽상수 박사는 “우리나라는 특히 탄수화물 식품의 7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2만ha 정도의 옥토가 해마다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새만금종합개발사업으로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 일원에 조성된 새만금간척지의 면적은 2만8000ha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 곳을 모두 농지화해도 식량 자급률 1%도 높이지 못한다. 이것은 앞으로 돈이 있어도 식량을 수급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고구마는 자란다

2008년도에 미국 농무성은 대표적인 전분작물 감자, 고구마, 카사바, 옥수수 등을 심어 실험한 결과, 단위 면적당 탄수화물 바이오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하며 주변 환경의 영향을 잘 받지 않고 자라는 작물이 고구마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곽 박사는 고구마에 주목하고, 작목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점차 황폐화되고 있는 땅을 복원시킬 수 있는 학술적으로 검증된 식물이기 때문.

 

고구마는 영양면으로 보나, 수확과 재배의 용이성으로 보나 최고의 작물이라는 평가다.

 


 곽상수 박사는 “고구마는 토양을 피복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태풍에도 강하다. 농약과 비료를 적게 써도 잘 자란다. 그럼에도 생산량은 많고 건강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고구마는 1인 부양 능력도 뛰어나다. 2003년 일본 농무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위 면적 당 작물의 부양 능력을 조사했는데, 옥수수가 1명인 경우에 쌀은 2.3명, 감자는 3.2명, 고구마는 3.9명이었다.

 

곽 박사는 “고구마는 전 세계적으로 4000종 정도의 품종을 가지고 있다, 고구마를 사막이 되기 쉬운 건조한 땅, 염분이 많은 땅,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땅 등 척박한 환경에 각각 알맞은 품종을 심어 계속해서 재배한다면, 인류의 난제인 환경·식량·에너지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중 사막화방지 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BJRCCD)’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중국과학원 물토양보존연구소가

공동운영하며, 한국측에서는 곽상수 박사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BJRCCD는 내몽골 쿠부치 사막에 고구마를

시범재배 했다. 뒤에 보이는 포플러 나무는 방풍림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곡기를 해결하기 위한 식품으로 여겨지던 고구마는 현재 건강을 위해 먹어야할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품영양운동기관인 미국 공익과학단체(100여 명의 박사들이 모인 NGO)에서 2007년에 몸에 좋은 건강식품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고구마다.

 


고구마는 가장 대표적인 항산화 식품이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척박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고마운 산소가 활성산소로 바뀌게 되는데, 활성산소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활성산소가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만들고 질병을 유발한다. 이러한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항산화 성분이다.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영양덩어리

이렇게 뛰어난 항산화 능력은 고구마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이유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배출시켜준다. 비타민 C와 E가 풍부한 고구마 중 특히 황색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 자색 고구마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고구마는 현미 수준의 당화지수(GI지수)를 가지고 있어 당을 천천히 분해시켜 당뇨 환자에게도 권하는 양질의 탄수화물을 공급해주는 말 그대로 ‘건강식품의 대표주자다.

 

곽상수 박사는 “고구마가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게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몸에서 좋지 않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고구마와 김치는 찰떡궁합이다. 김치에 들어있는 소화효소가 소화를 원활하게 돕기 때문이다. 또한 김치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고구마에 들어있는 칼륨으로 배출시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는 고구마는 잎사귀, 줄기 등에도 항암성분과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더 수월한 재배방법과 저장방법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식량·에너지 문제는 하나의 유기체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증가하고 과도한 산업화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져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며, 환경문제는 식량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때문에 환경문제, 식량문제, 에너지문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곽상수 박사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동지역이나 북부 아프리카 지역 등의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지역에 고구마와 나무를 같이 심는다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창출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고구마를 심어 사막화 지역을 ‘초록’으로 돌려놓을 수 있으며, 경제창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등과 잘 협의한다면 30~50년 이상 넓은 땅을 적은 비용으로 임대할 수 있고, 5년 정도만 투자한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쫓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며, 방향성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이러한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에서 기후변화나 사막화 방지 등의 행사를 호텔과 같은 곳에서 할 것이 아니라 지역과 협력해 시민대상의 강좌 형식으로 진행하는 등 저변 확대를 해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대담 중인 곽상수 박사(좌측)와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우측)의 모습<사진=송진영 기자>


  

<대담 = 김익수 편집대표 / 정리 = 송진영 기자>

 

song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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