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1)의 1차 당사국 회의가 지난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됐다. 이 회의는 나고야의정서가 10월12일부터 발효된 후 개최된 첫 당사국회의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산업계와 연구기관의 생물유전자원의 해외의존도는 약 70%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2010년부터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응한 범정부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왔으나 아직 가시적인 법, 제도 정비 현황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최근 평창에서 열린 생물다양성총회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후 개최된 첫 당사국회의였다.

<사진=환경일보DB>


생물다양성협약(CDB,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부속서인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해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자원 이용국이 공유하도록 규정한 국제규범이다. 지난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 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정서로 채택되었다. 당시 나고야의정서의 적용시점은 50개국이 비준한 시점부터 90일 이후 발효하기로 합의됐는데 지난 7월 우루과이가 50번째로 비준하면서 올해 10월12일부터 발효됐다. 2014년 10월 현재 나고야의정서에 서명한 국가는 92개국, 비준국은 54개국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유전자원의 국제거래에 관한 원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중요한 국제규범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전자원의 제공자(국)와 이용자(국)사이에 법적인 확실성과 투명성을 제공하는데 의의가 크다. 나고야 의정서의 주요내용은 당사국 간 ABS 적용 여부, 사전통지승인(PIC, Prior Informed Consent), 상호합의조건(AMT, Mutally Agreed Terms), 이익공유, 이용 및 의무 준수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대상 자원은 생물유전자원 및 이와 관련된 토착 지역사회의 전통지식이 해당되는데, 자원 이용국과 자원 제공국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유전자원 제공국은 국내법을 제정하거나 지역협정을 체결해 자국의 유전자원 접근에 대한 허가제를 운영하고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 공유의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전자원 이용국들은 국내법의 제정 대신 유전자원 제공국과 이용국 간의 양자계약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개도국의 능력 배양, 기술지원을 위한 자발적인 사업을 통한 신뢰 구축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생물자원 공급자와 이용자 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용국-제공국 간 입장 차 커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는 ABS와 관련하여 5가지 산업군(제약산업, 생명공학산업, 종자·작물보호·식물생명공학산업, 화훼원예산업, 미용과 화장품, 식품, 향미와 향수, 식품과 음료산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나고야의정서에 의한 ABS 개념 도입과 관련된 산업은 CBD 산업분류 중 종자·작물보호·식물생명공학 산업, 화훼원예산업이 해당된다.

다행히 농업은 식량농업식물유전자원국제조약(ITPGRFA, International Treaty for Plant Genetic Resources for Food and Agriculture)의 다자간 시스템 하에서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부분규제를 받고 있다. 벼, 콩, 옥수수, 사료작물 등 64개 작물은 제외됐는데, 식량 농업부문의 자원이용국으로서의 추가부담은 적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종자산업, 화훼 원예산업의 경우에도 야생 유전자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은 특성이 있어 제약 등 바이오산업부문과는 달리 자원 이용국으로서 경제적으로 추가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으나 주의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농업연구분야는 해외자원 의존율이 높은 신품종 육성, 첨단 신약개발 등 종자 및 바이오산업에 있어서 연구개발 제한 및 추가비용 등의 피해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정서 발효 후 법률 및 체제 준비가 시간적으로 부족할 경우 국내외 유전자원 이용 혼선 초래 및 자원부국의 관련 법률적 소송과 같은 피해가 우려된다.

바이오산업은 연평균 12%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생물자원 권리가

강화돼 이미 취득한 특허조차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오산업 연평균 12.1% 성장

한편 각국의 전통지식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각국이 가진 생물학적 자원에 대한 권리가 강화돼 특허 취득이 까다로워지거나 이미 획득한 특허도 취소될 가능성도 높다.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 나타난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규모는 총 7조1292억원으로 2011년(6조3963억 원) 대비 11.5% 증가했다. 지난 5년 간(’08년~‘12년) 약 1.5배 수준으로 증가(4.5조원→7.1조원)했으며, 연평균 증가율(‘08년~’12년)도 제조업 7.7%, 전자산업 9.7%에 비해 12.1%로 높은 미래성장동력산업군이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즉 이익 공유를 고려한 상태에서 산업계의 경제적인 추가부담은 매출액 기준 일정부분의 로열티 지불이다. 2010년 환경부의 보고서에서는 수입원가 상승 등으로 연간 3500~5000억 원의 경제적 부담 증가를 예상한 바 있다.

2012년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서도 매년 최소 136억원에서 최대 639억 원의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발생하며 바이오산업 기업의 매출액 증가는 이익 공유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약 6.2~7.7%에서 약 1.1~3.5%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904년 유럽 학자가 한국에 들어와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를 가져다가 개량한 것이

현재의 크리스마스 트리다. <사진=국립수목원>

비준국 증가할수록 산업계 부담 증가

 

정부는 2011년 환경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생물자원 보호 및 바이오산업 지원대책’을 수립해 추진했지만 나고야의정서 발효가 체결 후 3년 만에 조속히 이뤄져 실질적인 법, 제도 정비는 아직 갖추지 못하고 계획만 수립해 발표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이에 대비한 국내 이행 법률안인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지난 10월14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주요내용은 국내 유전자원 접근 절차, 해외 유전자원의 접근 절차 준수 확인 등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는 외국인 등은 책임기관(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에 신고하고 제공자와 이익을 공유하도록 했다. 한편 국내에서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자는 제공국의 절차를 준수하고 이를 점검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10월10일 나고야 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제2차 농업생명자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농생명자원의 플랫폼(Platform)을 조성, 자원 주권 강화, 세계 5대 농생명자원 강국 실현의 목표를 세우고 향후 5년간 109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의 48.8%는 중국,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의 자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가 아직 나고야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아 단기적 국내 경제 파급 효과는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비준국이 증가함에 따라 산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히 농업분야는 식량농업식물유전자원국제조약의 부분규제를 받는다.



한국은 아직 법 통과도 안 돼

먼저 2011년부터 추진되어 온 ‘(가칭)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제정하고 후속조치로 책임기관들의 소관 법률의 개정이필요하다. 농업부문은 농업유전자원 관련 법령에 이익공유 의무 준수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우리 전통식품 등 전통지식을 활용한 자원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자원 보존, 국제적인 지적재산권 취득과 보호뿐만 아니라 토종종자농업 등 실제 농업분야에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지원정책도 수립해야 국제사회에서 우리 유전자원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 바이오산업계의 준비기간과 유전자원 통합시스템 구축 등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준시기에 대한 타임로드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별 정보공유체계(CHM, Clearing House Mechanism)를 적극 활용해 해외 생물유전자원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여 대체재 발굴 등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생약재, 농산물을 이용하는 제약·화장품·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약 5%의 기업만이 대응 체계를 갖춘 것으로 조사돼 우려되는 바 관련 기업들이 빠른 시일 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전자원정보시스템의 정보 공유 및 홍보, 계약 및 지적재산권 소송 등 자문지원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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