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은퇴 후에 이 정도 준비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있다. 굳이 말하자면 ‘은퇴 자산’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은퇴 생활 자산’. 은퇴 후에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 생활비’와 ‘목돈 수요’ 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은퇴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 중 하나가 정기적인 수입원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 활동 없이도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확보하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형태가 연금이다. 연금에는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퇴직 후 받는 퇴직 연금, 금융기관을 통해 가입하는 개인연금 등이 있다.

 

먼저 소득대체율을 기준으로 매월 필요한 생활비 수준을 정하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순으로 확보함으로써 연금의 다층구조를 만들면 된다. 또한, 연금으로 매월 생활비가 확보됐다 하더라도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사업자금이나 자녀 결혼자금 등 ‘목돈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적절한 금융 상품을 선택해서 저축하면 좋을 것이다.


은퇴 후의 삶에도 위기는 피할 수 없다. 고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런 위기가 더 깊고 위험할 수도 있다. 개인연금 준비는 착실히 했는데 위기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아서 매우 고생하신 어르신을 지켜본 적이 있다. 게다가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으로 연금을 다 소진하였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은퇴 보장 자산’이라고 부를 만한 의료비보장,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 간병상황에 대한 보장을 준비하면 효과적이다.


그 다음은 은퇴 주거 자산이 있다. 은퇴 후에 살 집이 꼭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살던 집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전원주택 등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형태를 원하든 은퇴 주거 자산 확보에도 관심을 두고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에 너무 편중되면 좋지 않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은퇴 주거 자산에 대해서 실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퇴 후 부부가 지내기에 집이 너무 넓다거나, 도심에 위치를 두었거나 하면 매매나 다운사이징(Down Sizing)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게 더 효율적 일 수 있다. 또한, 은퇴 생활 자산이 부족할 때는 주택연금 등을 통해 매월 생활비를 보충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은퇴 상속 자산을 준비하라. 은퇴 후의 노후 생활을 끝내고 세상을 떠날 때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뭔가를 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 주로 현금이나 금융상품, 부동산 등 유형의 재산을 남길 수 있지만 지난 생애를 회고하면서 가문의 가치, 철학, 지식 등을 점검하고 이를 정리하는 것도 가치 상속의 한 방법이다. 유형 재산이든 무형의 가치든 무엇인가 상속할 때는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건강 자산, 지식 자산, 사람과의 관계 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비재무적 자산형성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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