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소명의식은 조직문화 통해 형성
과학적 근거와 목표 달성 위한 합의 필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광국 원장

[환경일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광국 제10대 원장은 가톨릭대학교 행정학 전공교수, 한국행정학회 회장 등을 거치는 등 정통 행정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이와 함께 안전행정부 정부3.0 서비스분과위원장 등을 맡는 등 정부조직에 대한 컨설팅을 맡아온 박광국 신임 원장은 KEI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박광국 원장을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김익수 편집대표(이하 김) : KEI 원장 취임 6개월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떠한가?

박광국 원장(이하 박) : 국책연구기관 수장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취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취임 후 곧바로 세종시 이전이라는 KEI 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르다.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한 결과 세종시 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짧다면 짧은 6개월여의 시간 동안 KEI와 함께 하며 구성원 모두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KEI가 수행하고 있는 환경정책 연구와 환경영향평가 업무는 남다른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국가 환경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특성상 구성원들의 소명의식은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조직문화를 통해 형성되고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 원장으로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KE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KEI 모든 구성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 효율적이고 투명한 조직구성과 운영을 통해 구성원들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높임으로써 KEI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 KEI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환경정책을 생산함으로써, 국가 환경정책을 선도하는 것인데, 지난 몇 년 이러한 기능이 약해졌다는 비판이 조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 :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이 KEI의 일관된 입장이다. 환경과 경제를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아니라 트레이드온(trade-on) 관계로 보고 양 쪽이 상생(Win-Win)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UN이 공식 출범시킬 예정인 Rio+20 과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서 말하는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 곧 경제성장과 환경파괴의 연결고리를 깨는 것이다. 디커플링은 기업과 국가에는 친환경 경영시스템을, 소비자와 국민에게는 친환경 소비를 요구한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와 환경을 다루는 녹색경제 개념에 ‘사회’의 축이 포함된 것으로 경제, 환경과 더불어 사회적 통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잘 추진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 제시 및 목표 달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KEI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KEI는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ICT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수요 예측 등 친환경소비에 관한 연구, 기후변화리스크의 경제적 평가 연구, 신재생에너지의 가격과 환경훼손을 포함한 전통에너지 가격에 관한 비교 연구, 폐기물자원화의 경제성 연구, 저소득계층의 기후변화 적응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환경복지 지표 및 기준 개발에 관한 연구 등 여러 각도에서 환경보전과 경제발전, 사회적 통합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열린 비전선포식 및 연구성과발표회에서 KEI는 제2의 개원을 선포했다.



김 : 올 연말에 있을 파리총회에서 2020년 이후 기후변화체제가 결정된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와 함께 KEI의 관련 연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박 : 2015년은 기후변화협상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구분하던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대응 노력을 경주하는 신기후체제의 설계를 위한 합의문인 ‘2015 합의’를 도출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기후체제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2015 합의문 초안인 제네바 텍스트가 공개됐다. 6월1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상 회의(ADP 회의)에서 제네바 텍스트를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해 8월과 10월 ADP 회의를 통해 12월 파리총회에서 2015 합의문을 채택될 전망이다. 2015년 파리총회에서 신기후체제에 대한 개괄적인 설계부분은 합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6년 기후변화협상에서 신기후체제 운용을 위한 기술적인 적용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EI는 ‘국제기후변화 협상동향과 대응전략(I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2015년 협상동향을 공유하고 ‘2015 합의’ 이후 쟁점주제에 대해 관련 전문가와의 세미나를 통해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주도할 Post 2015 합의 의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광국 원장은 ‘지속가능 발전을 선도하는 세계 초(超)일류 환경정책 연구기관’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 최근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계획수립단계부터 환경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사업일수록 KEI의 적절한 환경영향평가가 아쉽다.


박 :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주체는 사업자다. 그들이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면 이를 환경부 등에서 검토하는 것이다.

KEI는 전문검토기관에 해당하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부 등 협의기관의 의뢰를 받아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거쳐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보전 및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등 환경피해를 최소화해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통 행정학자 출신답게 박 원장은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적인 측면과 더불어 경제성, 사회성 또한 고려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개발로 인해 훼손된 환경의 복원에 드는 노력과 자연자산 가치의 중요성, 그리고 개발로 인한 경제적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과정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바로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서 전문검토기관으로서 KEI의 역할은 환경과 경제, 사회적 측면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EI는 이해관계자간 인식의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지원을 위한 각종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검토지원 시스템인 EIASS 운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풀 구축 및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사후환경관리의 개선을 위한 연구, 지침의 개발이나 평가 기법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김 : 끝으로 KEI의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박 : 조직은 보통 구조·행태·문화의 3가지 기준으로 그 건강성을 평가한다. KEI는 구조 측면에서는 목적에 맞게 잘 돼 있다. 또 동기부여를 위한 성과관리제도나 부서장의 리더십 등 행태 부분도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면 순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KEI 구성원들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따라가게 되지만 변화의 대상, 즉 객체가 된 사람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살이 지난 지금 KEI는 새로운 도약의 시기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 어느 자리에 있던 주인이 돼 사명과 책임감을 갖는다면 KEI가 머지않아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확신한다.

대담 : 김익수 편집대표, 정리 :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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