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남편이 은퇴 증후군을 겪는다면 은퇴한 남편의 아내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위 ‘은퇴 남편 증후군’을 겪는다. 남편이 은퇴하면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게 된다. 매 끼니를 챙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다 이것저것 사소한 데 간섭하고 잔소리도 심해지게 된다. 지시하고 지적하고 통제하는 직장에서의 태도를 집으로 그대로 옮기는 남편들도 있다.


은퇴한 남편에게 이렇게 시달리면서 남편이 일방적으로 보살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이고 귀찮아지고 심지어 버리고 싶게 느껴지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현상이 은퇴 남편 증후군인 것이다. 은퇴 전후 세대에게 부부 관계 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보니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더 낮게 나왔다. 이 역시 은퇴 남편 증후군의 한 단면이 아닐까.

 

이렇게 은퇴 후의 생활이 부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까. 우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은퇴가 불러오는 심리적 변화, 생활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될 수 있는 한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앞에서 미리 준비하고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은퇴 후 필요 없는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에 기여하며 멋진 인생을 산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한 사람이라면 일에서 급속도로 단절되는 건 위험하다. 직업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은퇴 후 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 외의 인간관계도 넓혀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직업에서 맺은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는데 은퇴 후 이것이 급격히 소멸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중심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지니 관계 자체가 시들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게 된다. 이럴 때 다양하고 폭넓은 사회관계를 통해서 교류와 활동을 넓히면 인생이 풍부해질 것이다.


은퇴 후에는 이웃이나 친구 등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된다. 보통 중년기 이후에는 사람을 사귀기가 힘들다. 따라서 관계를 회복하고 넓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좋다. 같은 또래 같은 지역, 같은 관심사의 사람만 만나다 보면 활력이 떨어지고 인간관계가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여러 연령, 여러 처지의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 일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게 좋겠다.


부부 사이에는 무엇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아내는 은퇴 후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아내가 보기에는 집에서 쉬는 게 뭐 힘든 일이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남편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격려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남편 역시 평생 수고한 아내가 새로운 고생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알고 배려하며 노력해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이때 공격적인 대화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는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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