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인턴’을 봤다. 지금은 필요 없어진 전화번호부 인쇄회사에서 40년 넘게 일하며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70세 남자 주인공이 젊은 여성이 CEO로 있는 인터넷 의류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무엇인가를 하기에 너무 늙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들을 극복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정년이 정해져 있다. 나이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은퇴한 사람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활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고집이 세고 권위적일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이런 편견 때문에 속상해하고 애를 먹는 은퇴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은퇴자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나이 듦의 유리한 점을 더욱 부각시켜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기업이 사람을 선발할 때는 다양성을 고려한다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기혼여성은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 여기지만 그들은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 부류의 시각과 경험, 의견 등이 업무에서 소중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은퇴자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로서 같은 세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다. 중장년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50대 이후 세대의 소비 시장이 굉장히 작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소비파워가 강하다. 중장년 특화 상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같은 첨단 제품, 패션 의류, 영화나 공연 같은 문화상품에 이르기까지 중장년층이 폭넓게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대를 고객으로 삼아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이 세대를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더 필요한 형편이다.


 

재취업이나 일의 연장선상에서 은퇴 고령자라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는 없지만, 굳이 그것을 치명적 약점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었지만 30~40대와 똑같은 사고방식과 취향을 지니고 있다” 라는 표현보다는 “나이에 걸맞은 경륜을 갖췄으며 같은 세대와 의식을 깊이 공유한다” 같은 표현이 중고령자를 채용하는 이유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젊은이를 대체할 사람보다는 그 나이와 경험의 장점을 더 크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은퇴설계를 하고 목표를 세워 준비할 때 은퇴자나 고령자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 요즘 은퇴한 고령자를 선호하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고, 점차 기회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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