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경정책, 적극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
지방정부·시민·기업 뭉쳐야 목표 도달 가능

 

새로운 시작은 기대와 걱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정치나 경제 분야 앞에서 늘 찬밥신세 되기 일쑤인 ‘환경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정책 방향에 쓴소리까지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을 수도 없다. 해결해야 할 환경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이 시점에, 올해 한국환경정책학회를 이끌어나갈 김광임 신임 회장을 만나 학회가 그리는 정책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환경정책학회(이하 학회)는 국내 환경이슈를 총망라해 연구하는 소통의 장이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통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학회 출범 23년 만에 첫 여성 회장이 나왔다. 김광임 회장은 학회 설립 초기 멤버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서 1993년부터 23년간 근무하며 환경전문가로서 실력을 닦아왔다.

 

또한 환경부 자체평가위원, 중앙환경보전자문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산림청, 한국농촌공사(이사) 등 정부기관에 참여해 환경정책 연구를 수행하면서 환경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경험뿐만 아니라 리더십에도 정평이 나 있다.

 

KEI와 학술지 통합 발간 ‘앞서가는 결정’

김 회장은 ‘첫 여성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묻자 “여성이라서 다른 포부를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과 같이 학회를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장점을 살려 따뜻한 학회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학회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연 4회 환경정책 학술지를 발간해 왔던 것을 KEI와 손잡고 공동 학술지 발행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학회 김광임 신임 회장 <사진=박미경 기자>

김 회장은 “최근 들어 연구계, 학계 등 공동으로 연구하고 소통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는데 학회와 KEI가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선도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환경정책 제안을 큰 목표로 두고 있는 두 기관이 학회지를 함께 출간한다면 서로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공동 연구는 환경정책 분야 전문가의 소통, 협력 차원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학술지를 보다 발전시켜 국제적 저널로 만들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계획이다.

 

역시 화두는 ‘기후변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관해 학회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파리협정을 통해 신기후체제 협상이 타결됐다. 신기후체제하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이 함께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해야 하며 개도국과의 기술협력, 감축목표 제출 등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먼 나라 얘기처럼 생각하거나 국제적 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대전제를 가지고 새로운 기술개발, 산업발전 전략을 세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변화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고는 결실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제 국민들도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위험이 크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올 겨울 영하 20도로 내려갔던 북극한파, 엘니뇨 등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와 적응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DGs 달성, 지방정부에 달렸다
작년 9월 제70차 UN총회에서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세계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으로 기후변화, 경제성장 등 경제·사회·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지표 17가지를 담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했다.

 

이에 관해 많은 전문가는 SDGs 역시 지방정부가 움직여야 성공적인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비전 수립, 정책 도입은 과거에도 이뤄졌지만 행동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지방정부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목표 도달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실제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적절한 시기”라며 “한계에 부딪혀 지켜만 보고 있다면 달성이 어렵다.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이들을 위해 학회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참여 지원, 전문가 지원을 통해 목표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학회와 KEI는 학술지 공동 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북한 넘어 동북아 환경협력 시급
환경 분야 가운데 김 회장은 ‘북한 환경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등 남북관계 어느 때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회장은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이 그에 대비한 정책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나라로 본다면 북한을 절대 떼어내고 생각할 수 없다.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의 기후변화 대응·적응 대안을 마련하고 통일 후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제언들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면에서 특히 중국, 일본 등 동북아지역의 환경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동북아 환경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규제를 해야만 하는 환경 분야는 항상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경제가 안 좋을 때면 환경은 명함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회장은 “환경은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외면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5~10년 뒤에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며 “내가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보다는 내 자식세대가 어떤 피해를 보게 될지 고려한다면 다른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반 국민들에게 올바른 환경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 일례로 시민단체를 강조하며 “시민단체의 순기능을 강화해 환경 교육을 실시하면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방정부, 시민단체, 기업이 함께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혔다.

 

기후변화 업무 이관, 환경 설 자리 없어
한편 최근 정부가 기후변화 업무 일부를 환경부에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로 이관 결정을 내리자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너지정책을 담당할 부서를 신설하거나 환경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기후변화 업무 이관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부처는 각자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면 기후변화 대응·적응 및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원래의 목표에서 엇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아무리 국민적 관심이 부족하다지만, 이런 문제가 언론에서조차 한 줄도 안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북한 문제가 연일 터지고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킬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 와중에도 뜻있는 사람은 관심을 가지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당찬 소신을 밝혔다.

 

‘강물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변화는 줄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향후 1년간 한국환경정책학회를 이끌어갈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사진·정리=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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