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19대 국회는 과연 민생을 외면한 최악의 국회일까? 아니면 언론과 청와대가 만든 프레임 탓일까?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4년 동안의 정책과제를 미리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3일 자문위원 초청세미나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19대 국회 평가와 함께 20대 국회의 과제를 짚어봤다.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역대 최악’이라는 단어로 정의됐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개원한 탓에 대선 승리에만 집중돼 있어 국회의원들의 모든 행태가 민생은 외면한 채 대선에만 매달렸다”고 평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20대 국회 정책과제를 미리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김경태 기자>



아울러 김 교수는 “국회선진화법 도입으로 국회 내 폭력사태는 사라졌지만 야당의 법안 연계 투쟁이 일상화되고 예산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상임위 활동이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교수

선거 홍보용으로 전락한 의원 평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이지만 구성원 대다수(80%)가 우수의원으로 분류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이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각종 단체에서 상을 남발하고 정당 또한 마구잡이로 우수의원을 선정해 상을 수여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과제에 대해 김형준 교수는 “의사일정을 그때그때 임의로 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 운영 날짜를 정해진 날짜에 자동적으로 개최하도록 해야 한다”며 “여야간 합의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에 관해 일정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서 무쟁점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 국회의 가장 큰 문제는 대표는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정책=북한 길들이기”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가톨릭대학교 박건영 교수가 발제했다. 박 교수는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 길들이기, 즉 나쁜 버릇 고치기며 특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통일부 불필요론이 제기된다”며 “아울러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날 발언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대결과 길들이기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또한 일각에서 주장하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NPT(핵확산금지조약) 붕괴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결코 허용할리 없고 한미동맹마저 위험해질 것”이라며 “전술핵무기를 재반입 하는 것 역시 북한이 내세우는 핵무장 논리를 정당화 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교수는 “의회 동의를 거친 조약이나 합의가 아닌 외교기관 수준의 한일위안부 합의문은 당사자의 동의조차 없이 인권을 외교 논리로 처리한 것”이라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며 비외교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노동개혁으로 청년실업 해소?”

경제 분야 발표를 맡은 강원대학교 구정모 교수는 19대 국회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정치적 공방 탓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공방의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노동개혁에 대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통한 구조개혁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국민의 생계가 달린 민감한 문제이므로 신중하고 전문적인 접근이 요구됨’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며 야당의 반발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당사자가 아닌 정부, 더 나아가 청와대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고용·노동·가정 분야의 발표를 맡은 중앙대학교 김효선 교수는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김 교수는 일·가족 양립과 스마트워크를 위한 직장유연화에 대해 설명했다.

보건·복지 분야 발표를 맡은 윤명숙 교수는 “국가의 사회복지비 지출이 확대되고 정부의 복지영역이 확대됐지만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세금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윤 교수는 20대 국회 복지 분야 입법과제에 대해 ▷국민기초생활 수급제도 재정비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층, 노인 자살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연금 강화 ▷장애인 가구, 사회적 소외가구 빈곤문제 개선 ▷빈곤아동·청소년의 빈곤상황 개선 ▷사회복지 종사자 적정인력 배치 및 처우 개선 등을 주문했다.

“유권자 요구는 불평등 해소”

토론자로 나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관심은 서민의 삶 제고, 일자리 및 복지 확충 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에 있다”며 “이는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구조가 산업(재벌과 중소기업), 노동, 가계,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해소가 1차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고 사무총장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주창하고 있는 경제정책 흐름인 가계소득 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등의 논리를 리뷰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한 구조 해소를 위한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 실천, 복지 실천이 20대 국회의 1차적 정책과제”라고 주장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 평가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는 “19대 국회가 낮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낙인 효과’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감정을 드러내며 국회를 비난한 연설은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지적했다.

성 선임기자는 “최근에도 (대통령은)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손날로 책상을 내리쳤다”며 “대통령의 국회 비난은 근거가 없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은 대체로 행정부의 무능과 잘못 때문이지 국회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측면이 강하다. 섣불리 폐기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 숙의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며 “앞으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를 언론사와 시민단체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 여러 공적기관에서 개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20대 국회를 위한 쓴소리와 함께 정책적 과제를 제시했다는 성과에도 불구 정치와 경제, 외교에만 편중됐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정치, 경제, 외교가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노동, 인권, 환경 등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토론회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됐다는 느낌과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발표자와 토론자가 현 정부에 지극히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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