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타=환경일보] 오성영 기자 = 작년 12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1.5℃ 혹은 2℃라는 온도 상한선, 대기중 이산화탄소 450ppm이라는 농도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국가 스스로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약속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이용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국가적, 전지구적 위기는 피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민간 기후변화전문 연구기관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소장 안병옥)가 창립 7주년을 맞아 지난 7일 프레스센터에서 ‘파리협정 이후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당위성을 갖지만, 대처 과정에 불평등이 내재돼 있다”면서 불평등과 불균형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요약했다. 또한, 경제,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발전 삼각형 모델에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축의 하나로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특히,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시민권력의 강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시민이 뒷받침하는 자발적 시민사회가 활성화돼야 하고, 부패권력 정치를 감시하고, 시민관점에서 본 대안적 정책이 제시돼야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글로벌리더십 기회

이어진 전문가 발표에서 정서용 고려대 교수는 파리협정은 자발성에 기반한 상향식 중심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 대신 저탄소 경제 확산을 위한 주요 요소 중심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교수는 우리나라가 2030년 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탄소경제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목표달성을 위해 총리실, 기재부, 산업부, 환경부, 외교부가 효과적인 정책협력 및 조정에 노력해 한다고 정부 부처 간 역할 조정을 주문했다. 정교수는 또한, “파리 협정에 따른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타 시장 메커니즘과의 연계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과 관련해 기후변화가 오히려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GGGI, GCF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환경 중요성 더 부각시켜야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시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인식제고가 필요하다면서 포용도시를 강조했다. 포용도시(Inclusive City)란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의사결정과정과 도시통치체제의 민주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의 참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와 에너지, 물, 식량 넥서스(Nexus)를 통해 상호간 영향을  파악해 정책을 수립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했다. 또한, “대도시 대기오염이 여전이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인데도 환경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착각과 자만에 빠져있다”면서 앞으로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은 환경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 재생에너지 사회 가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100% 재생에너지 사회’를 제안했다. 전력, 냉·난방, 수송 등 일상생활 및 경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공급하는 국가, 지역, 도시, 마을 기업, 공공·민간시설 등 다양한 층위의 사회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안 소장에 따르면 독일을 비롯한 이미 여러 나라, 여러 도시가 ‘100% 재생에너지 사회’를 선언, 실천하고 있는데 특히, 독일의 경우 에너지전환으로 매년 27조원 정도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재생에너지 설비 소유자의 약 절반가량이 농민을 포함한 시민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시사하고 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국가 리셋’에 해당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정책은 산업정책의 하위가 아니라 상위에 위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검토하고, 화석연료보조금을 폐지하고,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지원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또한, ‘100% 재생에너지 사회’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와 정당, 학계, 종교계, 지자체, 기업 등의 수평적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했다.

패널토론에 참가한 장하나 19대 국회의원은 금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심각한 피해를 막을 대처방안의 시급함을 강조하면서 국회차원의 노력을 주문했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야한다면서 20대 국회가 기후변화법 제정 등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는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으로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공동의 비전에 합의하며, 영역을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오직 ‘지속가능한 발전’뿐이며, 이 모델을 만들기 위해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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