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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제주자치도가 제주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을 운운하고 있지만 현재 제주인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지적이다.
육지사는제주사름(대표 박찬식)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발특별법 4반세기 쿠오바디스, 제주!'를 주제로 '제주다음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육지사는제주사름'은 각계 전문가와 평범한 직장인 등 육지에 사는 제주인들을 주축으로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육지인들까지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포럼은 제주의 수멸을 느낄 수 있는 사진전시를 비롯해, 우도 해녀의 삶을 다룬 영화 '물숨' 상영, 뚜럼브라더스의 제주어 노래 공연, 1990년대 제주개발특별법 제정과 제주국제자유도시 지정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제주 제2공항과 오라관광단지에 이르기까의 개발궤적을 정리한 영상 상영, 개발위주 정책과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 시사만화가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조남희(제주이주 작가, 베리제주 운영자)씨가 서로 다른 위치와 시각에서 제주의 현주소를 돌아보면서 다양한 해법들을 풀어냈다.
양 교수는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수립한 정책으로, 이른바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라 자본의 입장에서 저비용 고효율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는 이제 탈냉전, 탈중앙, 탈개발 시대로 선회해야 하며, 아울러 돈이 많아야 잘 살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탈물질'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때"라면서 "그러기 위해 삶에 대한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 도입, 도정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장의 직선제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은 제주도개발특별법 개발에 맞서 투쟁하던 학생시절을 회고하면서 "그 당시 전도민적 투쟁을 통해 특별법 제1조에 '제주도민이 주체가 돼, 제주도민의 복지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도민주체, 도민 이익 공유을 명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이후 개발이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이를 이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는 제주도를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그 목적을 바꾸면서 1991년 특별법의 정신이 사라져버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2006년 무렵만해도 도의회는 어떻게든 외국자본을 유지해서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지구단위 관광개발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위 의원은 "결국 지난 10년간 제주 개발은 방향도 문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돼 갖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제는 일단 멈춤이 필요한 상태이며, 무엇보다 국제자유도시 전략을 과감하게 폐기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박재동 화백은 개발 열풍에 휩쓸리다가 주민들끼리 '땅값을 올리지도 말고 , 절대 팔지도 말자'고 약조하고 처음에 사람들이 찾아 왔던 이유인 한적한 분위기와 전통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태국의 어느 마을과 정부에서 내준 땅을 사고 파는 것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철학자와 명상가들이 머무는 인도 오로빌 마을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마을들이 후세대들에 대한 예술교육이 결합된 예술마을로 가치의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방안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조남희 작가는 "직장생활에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제주를 찾기 시작해 제주의 하늘, 바람, 공기, 모든 것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주말마다 출퇴근하다시피 하다가 아예 정착을 하게 됐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의 제주에 대한 열망을 대변했다.
그는 "무한한 휴식과 위로를 주었던 제주가 몇 년 사이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지인들이 제주를 중국땅이라고 조롱하는 일까지 있다"고 토로했다.
조 작가는 "제주도는 제주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제주인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주객이 전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가인 현기영 선생은 “오늘 육지사는 제주사름의 역량을 느낀다. 사진전, 영화, 공연이 너무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고, 요즘 ‘재주는 제주가, 돈은 왕서방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돌고 있다며 제주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또 제주가 너무 좋아서 갔는데, 망가지고 있다면 이주민일지라도 제주의 개발정책과 그것을 지지하는 제주사람들과의 마찰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 갈등의 과정을 거쳐야 개발의 광풍이 멈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또가 할 일이 없어서 동헌 마당의 조날레 널어서 참새들 다올린다’ 는 비유를 들며 위정자들이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토론을 진행한 박찬식 대표는 "140만 인구에 연간 관광객이 800만인 하와이와 비교해도 인구 65만인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1300만이 넘는 것은 이미 적정 수용력을 초과한 것"이라며, "하와이가 노숙자가 늘어서 골치를 앓고 있는데 그 중 40% 가까이가 일자리를 가지고도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노숙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개발 붐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이 제주도민들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하나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앞서 상영된 물숨에 들며, “해녀뿐만이 아니라 제주도에도 물숨이 있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임계점 와 있다.”며 시민사회와 학계, 전문가집단, 정치권과 함께 지금까지의 자본 중심, 개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 도민적인 운동을 벌여 나가자고 제안하면서 토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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