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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⑤ 박근혜 정부엔 ‘기후변화’가 없다
저탄소기술 선점 위해 각국 투자, 한국은 비용 타령
‘경제우선주의’ 논리에 가로막혀 번번이 찬밥신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책 아젠다는 ‘녹색성장’이었다. 녹색을 이용한 성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녹색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 ‘기후변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녹색성장위원회는 총리실 산하고 격하됐고, 반쪽짜리라는 비아냥을 듣던 배출권거래제마저 환경부에서 총리실로 이관됐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 대응 촉구와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 시민단체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안병옥 소장에게 현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총평을 부탁했더니 대뜸 돌아오는 답변이 “박근혜 정부에서 기후변화 정책은 실종됐다”는 말이었다.

안 소장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조정실에서 관료들이 모여 밀실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부서를 환경부에서 경제부처로 이관한 것은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경제논리로 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또한 안 소장은 “경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나 인권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다른 가치가 많이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모든 문제를 경제논리로만 대하는 ‘경제제국주의’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정책이 후퇴했고 환경부 입지는 갈수록 작아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인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신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국회가 법으로 2015년으로 시행시기까지 못 박았지만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한 산업계와 경제부처의 반대에 부딪혔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62.8%가 제도 연기에 반대하는 등 찬성의견이 많았지만 경제 우선 논리에 무릎을 꿇으며 2021년 이후로 연기됐고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당시 환경부의 한 간부는 “공직생활 중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정책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은 후순위로 밀렸고 올해 치러진 국정감사에서도 기후변화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안 소장은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지난여름 폭염 등 이상기후가 닥치면서 국민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불행한 일이지만 환경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시기는 ‘사고’가 터졌을 때”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이상기후가 언급되나 싶더니만 논의의 중심은 누진제로 옮아갔다. 늘어난 전력소비에 비해 최대 11배가 넘게 요금이 인상되는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솟구쳤고 “누진세를 폐지하면 부자감세 효과가 있어 어렵다”, “하루 4시간 에어컨 켜면 누진제 부담 없다” 등 산업부의 옹색한 변명은 국민적인 분노에 불을 붙였다.

안 소장은 “가정에서 비싼 전력요금을 걷어서 산업계를 지원하는 전력요금체계를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일각에서는 누진제가 완화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IEA 가 발행하는 ‘Energy Balances of OECD Countries 2013’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전력소비 9위 국가다. 순위 앞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모두 수력발전이 많은 나라들이며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1인당 전력소비는 우리나라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1인당 전력소비는 결코 가정용 전력소비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용 전력소비는 전체 전력에 14% 밖에 불과하다. 반면 산업용은 5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1인당 전력소비량이라는 것은 산업용을 포함한 전체 소비량을 인구수로 나눈 것에 불과하며, 민간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수년간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전력소비가 늘어난 것은 민간이 아니라 산업이다. 국민들이 전력을 낭비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정부 들어 기후변화는 경제 우선 논리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진제공=청와대>



저탄소는 미래 경쟁력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전 세계가 받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 비관론자들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반면 기후변화를 막아서 생기는 이익은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아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고,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경제부처와 산업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적당히, 사실은 생색만 내자는 태도를 공공연히 내비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한치 앞밖에 보지 못하는 매우 어리석은 태도”라고 비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이 돈이 남아돌아서 기후변화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겠는가? 에너지 고효율화, 저탄소화, 재생에너지 등이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를 추격한다고 조바심을 내는데, 과거와 같은 가격경쟁력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보다 미래기술을 바탕으로 튼튼한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던 기후변화는 박근혜 정부 들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국가 전체의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그것이다”

안 소장이 바라보는 현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은 낙제 수준이다. 그는 “저탄소협력금제가 무산된 경우를 보면 국가 정책이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부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음 정부에 ‘폭탄’ 돌리고 있다

안 소장은 개헌 논의에 기후변화를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정부에 대해 바라는 안 소장의 최우선 과제는 신뢰회복이다. 그는 “국가에서 선의를 가지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국민이 믿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정집단의 이익 때문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라며 “정책을 내놓을 때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분석과 타당성, 형평성에 대한 논의와 평가를 함께 내놔야 한다. 개방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안 소장은 노사정협의체와 같은 형태의 사회협약을 제안했다. 그는 “정당과 이념을 초월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과거에 강조되지 않았던 것들, 예를 들어 기후변화라든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개념을 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적 책임, 현재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적당히 보여주기 식 태도가 국내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국제사회가 그런 모습을 용납하겠는가? 진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파리협정의 국회 비준에 대해 안 소장은 “비준안은 통과됐지만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하겠다는 알맹이가 없다.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나중에 한꺼번에 줄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 정부가 ‘기후변화’라는 폭탄을 다음 정부에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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