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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GCF·GGGI 유치한 한국, 주도하는 환경외교 필요하다

지난 11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는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가 열렸다. ‘파리기후협정 채택’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 COP21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갔다. 실제로 이번 총회는 한국이나 외신에서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파리협정이 발효(11월4일)된 후 처음 개최되는 총회라는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 이행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 이형종 국장은 “전 세계가 오랜 진통 끝에 합의한 기후변화 대응 모맨텀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생각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이형종 국장을 만나 파리협정 체결 1년 만에 이뤄낸 변화와 한국의 환경외교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재원(GCF)-지식(GGGI)-지식(GTC)’ 시너지 효과 기대
국격 맞는 기후변화 대응책 고심, 국내문제로 풀어야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SDG)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어젠다가 됐다. 이처럼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과제로 부상하면서 이를 논하는 외교적 자리인 ‘환경외교’ 역시 조명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외교 역사는 1991년 외교부 과학환경과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후 수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를 거듭하다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둔 지난해 말 시대적 흐름을 담아 ‘기후변화환경외교국’이라는 새 문패를 달았다. 외교부 산하 국장급 조직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외교’ 업무를 간판으로 활동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 이형종 국장은 “외교부 내에서 환경이 하나의 ‘국’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환경문제가 외교적으로도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종 국장은 과학환경과 초창기부터 오랫동안 몸담아 온 외교 전문가다.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 이형종 국장

기후변화환경외교국 신설은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체제로 개편한 것으로 ▷기후변화외교과 ▷국제에너지안보과 ▷녹색환경외교과가 있다.

 

이 국장은 “기후변화환경외교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기후와 에너지를 분리해 정책을 추진하면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묶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정책방향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환경’ 내건 외교부, 시대적 흐름이었다
COP22를 앞두고 한국의 파리협정 비준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에 따라 국회의 비준안 처리 지연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형종 국장은 “국회가 소홀해서 비준안 처리가 늦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초 우리가 정해놓은 타임라인 보다 앞당겨 빠르게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협정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55%, 55개국 이상 비준’이라는 최소 조건이 충족되면 발효가 가능하다. 파리협정에 합의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공식발효가 됐을 정도로 국제사회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국장은 “비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회는 관계부처 합의, 이행관계자 의견수렴 등  절차와 시간이 필요했다. 나름대로 국회도 협조를 해 어려운 일정을 만들어서 11월3일자로 통과를 시켰지만 상대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질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파리협정이 발효되면서 후속 일정에 대한 고심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형종 국장은 “파리협정은 프레임워크(골격) 협정이기 때문에 후속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1년이 채 안 돼 발효가 되면서 후속 협상 스케줄이 뒤죽박죽 돼버린 면이 있었다”며 “첫 삽(어젠다 설정)도 제대로 못 떴는데 결정을 해야하는 ‘제1차 파리협정 당사국회의(CMA1)’를 개최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CMA1는 파리협정이 발효된 후 첫 번째 개최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국장은 “CMA1을 연기하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파리협정 모맨텀을 잊지 않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며 “그러나 이행지침을 마련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 상황을 고려해 CMA1을 종료하지 않고 정회했다”고 말했다.

 

당사국들은 2017년 COP23에서 CMA1을 재개해 1년간의 논의 진전사항을 점검하는 기회를 갖고 다시 정회한 후 2018년에 CMA1을 재개해 세부 이행규칙을 최종적으로 채택키로 한 것이다.

 

“전 세계가 오랜 진통 끝에 합의한 ‘기후변화 대응 모맨텀’ 상실해서는 안 된다”

 

미국대선 우려 등 침체된 COP22
이번에 열린 COP22는 파리협정 실질적 이행 기반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행을 준비하는 COP(COP for Action)’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형종 국장은 “작년이 워낙 큰 회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침체될 수 밖에 없었다. 내세울 큰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18년까지 협정 이행지침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어젠다를 설정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가별 기여방안(NDC),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적응 활동, 국가별 기후행동 약속 이행을 점검하는 투명성 체계 등 파리협정 이행의 핵심 구성요소에 대한 작업 일정을 마련했다.

 

한편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행보에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리협정 발효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비준하면서(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 발효조건 충족) 앞당겨졌다.

 

그러나 파리협정 탈퇴 및 화석연료시대 회귀를 선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그간 파리협정을 이끈 미국의 리더십, GCF(녹색기후기금) 재정확보 어려움을 초래해 파리협정 역시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형종 국장은 “큰 우려와 달리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탈퇴 공약 수정을 시사하면서 긍정적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우선 파리협정 규정상 최소 3년동안 협정에서 탈퇴할 수 없고 이후 탈퇴 의사를 밝혀도 1년의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총 4년을 거쳐야 법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이 국내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이행하는데 있어서는 화석연료 규제 완화로 인한 재생에너지 성장 약화 등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COP22. 2018년 협정 이행규범 수립을 위한 분야별 작업계획을 마련했다. <사진출처=COP22>


‘통합’ 없인 국제 배출권거래제 연결 한계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형종 국장은 “중국에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곧 대기오염 대응문제와 같다”며 “피부로 체감하는 현안이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3년 7개 도시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을 시험 운영하다 내년에 이를 통일한 전국 탄소배출권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또한 범국가적인 탄소시장 형성 공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 탄소시장까지 생각하는 과감한 표현까지 국제무대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배출권거래제는 한국, 중국, 뉴질랜드, EU(유럽연합) 등 국가별로 하는 곳은 꽤 되지만 국제 배출권거래제 사례는 드물다. 이는 국가의 배출권거래제 설계는 중앙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통제하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국제 배출권거래제 연결은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배출권거래시장 연결은 경제통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각 배출권거래마다 발전단계 패턴이 있다. 가장 기본은 패턴이 비슷한 시장이 돼야 연결할 수 있고, 서로 상대방의 배출권거래제 운영 의사결정을 공유하고 간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운영주권을 포기하고 장기적 비전을 두고 논의를 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대담중인 김익수 편집대표(왼)와 이형종 국장

코이카, GGGI 등 이행기구 인증 시급
COP22 의장국 모로코는 ‘기후 및 지속가능발전(SDG)’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마라케시 선언문을 채택했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을 투 트랙이 아닌 일관된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형종 국장은 “기후변화와 SDG는 크게 보면 한 방향이 맞다. 그러나 국가 이행업무에서 분절화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선언문을 넣었다고 해서 당장의 변화보다는 국가에서, 국제적인 이행에 있어서 두 개의 정책 일관성을 추구해서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자문 국제 인증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지원을 위한 녹색기후기금(GCF)을 한국 내에 유치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축적해왔다. 아울러 개도국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3가지 ‘재원(GCF)-지식(GGGI)-기술(GTC, 녹색기술센터)’을 그린트라이앵글로 묶어 개도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형종 국장은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는 것은 상당한 일”이라며 “유치했던 동력에 힘입어 국제기구를 잘 키워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우리나라의 다양한 기관들을 GCF 이행기구 인증을 받아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GCF는 개도국을 실질적으로 연결해주는 이행기구가 필요하다. 이행기구는 사업 발굴 능력이 없는 개도국과 연결해주는 중간 플레이어로써 사업 편의성을 제공하고 사업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효적이다.

 

그러나 이행기구는 아무 기구나 설치해서 자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은행, 원조기관, 국제기구 등 적절하고 판단되는 기구를 GCF 이사회에 상정하면 인증해주는 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이 국장은 “GCF는 개도국 자금 지원 채널을 늘리기 위해서 인증기구를 계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나라의 코이카(KOICA), 한국수출입은행(The Export-Import Bank of Korea), GGGI 등이 이행기구 인증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저탄소경제 이행은 기업에 달렸다
한편 한국은 국제 기후변화 대응행동 연구기관들로부터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기후행보가 외교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형종 국장은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 이러한 지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같은 경우는 좀 더 억울한 부분은 있다”며 “계량화된 방법론은 서구사회에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온실가스 1톤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가 더 큰 노력을 해야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저탄소경제로 가야한다는 큰 줄기를 형성했다. 우리사회도 이 부분을 확실히 인식하고 발빠른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대외지향적 경제 방향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나서서 경쟁력 확보에 눈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국장은 “저탄소경제 이행의 중추적 역할은 기업에 달려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규제 제도이고 이를 경제적으로 분석한다면 GDP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모델링은 마이너스이지만 사회환경적 측면에서 본다면 플러스 요인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동의도 중요하다.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강력하게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할 수 있었던 것은 전기요금 인상 등 사회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맺음말을 통해 이형종 국장은 “당장 산업계만 보면 어려움이 있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발빠른 대응을 당부했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사진·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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