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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림이 지속가능하려면 ‘사람’을 움직여라

1990년대 이후 새롭게 심겨진 나무가 거의 없어 왕성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 나무는 잘라서 목조주택이나 가구 등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어린 나무를 새롭게 심는 작업이 필요하다.



산림의 탄소 흡수량 감소 ‘전략적 대응’ 시급

나이든 나무는 가구로 활용, 어린나무 식재 확대해야


전 세계를 골몰하게 만든 ‘기후변화’ 문제는 결국 신기후체제를 이끌어냈다. 특히 산림은 ‘온실가스의 흡수원 및 저장고’로서 강조되는 대목이 파리협정문에 명확히 명시되면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산림녹화 성공 노하우는 단연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의 산림녹화, 복원분야 노하우를 최우선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기후체제 출범으로 산림 분야의 선제적 대응은 필수적이다. 본지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박현 과장을 만나 우리나라 산림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산림과학원=박미경 기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박현 과장
Q. 우리나라 산림정책을 위해 국제산림연구과에서 수행하는 일은?


A. 우리나라 산림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교류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과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협력연구실 ▷해외통상연구실 ▷북한산림연구실 3개로 구성돼 있고 각각 산림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효율성 향상 방안 연구, 임산물 수출 증대 위한 정책 개발, 통일 전후 북한 산림복구를 위한 전략개발 등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하면서 산림 분야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침을 만들어 원조기관(코이카 등)에 전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산림원조 시 돈이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평가하는 지침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제협력에 있어 그동안 우리나라는 방어하고 수비 위주였는데 이제는 공격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Q. 산림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어느 정도 와 있나?


A. 우리나라 산림녹화, 복원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위성영상을 활용하고 현장 표본조사를 통해 산림현황을 분석하는 산림조사, 토양유실을 막고 식물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사방(砂防)기술, 건조한 곳이나 척박한 토양에서 잘 버텨낼 수 있는 적당한 식물을 선발하고 우수한 품종을 육성해 내는 임목육종 기술 등 가히 세계 최첨단 수준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가 잘 됐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보다 외국에서 먼저 인지했다. 19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는 한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경제가 성장하면서 산림녹화를 이룬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문명의 앞에는 숲이 있었고 숲이 지나간 후에는 사막이 남는다는 말이 있다. 경제발전을 하면 숲이 망가진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은 경제성장도, 산림녹화도 성공적으로 이룬 특이한 경우였던 것이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목하고 있다.


Q. 산림녹화 성공 노하우는 무엇이었나?


A. 새마을운동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이것을 두고 행정력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산에서 낙엽채취를 못하게 하고 대대적인 나무심기, 화전(불을 질러 만든 밭)을 만드는 사람들을 강제이주 시키는 등 행정적인 처리를 중심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임업인의 역할도 컸다.


1973년부터 우리나라는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시작됐는데 그 이전, 10여년 전부터 한국임학회가 만들어졌고 학자를 비롯한 임업인들이 산림에 투자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실이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녹화성공은 행정뿐만 아니라 기초부터 탄탄히 축적된 결과다. 이제는 우리가 원조를 통해 수여국 스스로 기후조건, 생태환경 맞춤형 기술을 확보하고 기반을 닦는 것을 도와줘야 하는 자리에 있다.


Q. 기후변화협약에서 산림분야가 걸어온 발자국은?


A.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시작됐는데 기후학자나 생태학자 중심의 개념적 논의 수준에 그쳤다. 이후 실질적인 뭔가를 해보자는 국제사회의 생각이 모아져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특히 교토의정서에서는 조림을 비롯한 산림활동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여겨지는 이산화탄소 흡수원과 저장고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청정개발체제(CDM)의 중요한 방식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후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1)에서 열대 개발도상국에서 산지전용(산림을 다른 용지로 쓰는 것)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7.3%나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기후변화 저감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파푸아뉴기니와 코스타리카 대표를 통해 제기됐다. 열대지방 개발도상국 숲을 잘라버려 이산화탄소 흡수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고 무려 이 양은 1/5에 달한다는 의견이다.


이후 RED(산지전용을 통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에 선진국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동의를 얻기 시작했고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COP13에서는 산지전용만이 아닌 산림황폐화를 막자는 ‘REDD’,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16에서 산림의 탄소 흡수를 늘리려는 다양한 활동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REDD+’ 개념으로 발전하게 됐다.


결국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COP19에서 REDD+ 총괄적인 운영 프레임워크가 완성되고 2015년 프랑스 파리 COP21 결정문에서 “각국은 기후변화 저감을 위해 산림 보전과 탄소흡수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게 됐다.


2005년에 진행된 북한 개성공단 산림녹화 사업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Q. 우리나라 산림이 미래 온실가스 흡수원이나 저장고 역할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A. 우리나라 숲은 40여년 전 산림녹화기에 심은 나무들이 이제 장년이 돼 어린 나무들처럼 왕성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결국 미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들이 산의 대부분을 덮고 있기에 탄소 흡수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나무들의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나이든 큰 나무는 잘라서 탄소를 잘 저장할 수 있도록 방부·보존 처리해 목조주택이나 가구 등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목재를 수확한 빈 공간에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어린 나무를 심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


이런 활동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여건에 있다.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안 되다 보니 산림분야 조림 예산이 확 줄어들었다. 단기적 안목이 아닌 멀리보고 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Q.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나라는 BAU 대비 37% 감축하는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내놨다. 그러나 산업계 반발이 거세자 국내에서는 산업계에서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5.7%를 감축하고 나머지 11.3%는 해외에서 감축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협약 차원에서 국제적인 위신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 됐다. 해외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투자의 효율성이 높은 분야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REDD+ 를 준비하고 북한 산림녹화를 주목하는 것이다.


Q. REDD+ 를 북한산림에 적용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A. 우리나라 입장에서 북한은 꼭 협력해야 할 대상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엮어있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 ODA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리였다.


우선 우리는 위성영상을 통해 북한 산림을 모니터링을 하고 적당한 대상지 선정에 착수했다. 그러나 폐쇄사회인 북한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 독일, 유럽에서 북한에 산림녹화 방안을 제안하면 북한에서는 다른 대상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수림화(산에 나무를 심어서 안정화시키는 것)가 급하지만 도시근교인 평양, 개성 등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 원림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REDD+나 ODA를 추진하려면 우리 나름대로 분석한 산림환경 변화자료를 북한에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북측이 우선순위를 정해 REDD+ 대상지를 제시하도록 하는 협력 추진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소통, 관계 개선이다. 남북 당국자가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Q.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REDD+ 의 추진방향은?

A. REDD+ 뿐만 아니라 각종 ODA 사업을 할 때 사물이나 눈에 띄는 대상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 대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숲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숲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예를 들어 파나마에서는 열대우림에서 진행되던 REDD+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자 REDD+ 사업 철회를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


사업을 시행한 국가가 주민들의 생계수단인 숲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조건적으로 막자 이에 대한 항의를 하며 숲을 더 파괴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약 20년 전에 중국이나 몽골 초원지대에 산림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떠나고 나면 다시 산림은 황폐해졌다.


산림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는 직접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면 사람들의 동의는 따라오게 된다.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작은 성공스토리를 엮어나간다면 음성적 산림훼손은 사라지고 산림보호가 이뤄지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Q.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신기후체제로 일컬어지는 파리협정 결과와 유엔정상회의에서 정해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정책, 에너지 정책, ODA 방향 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면서 이제는 과학적이고 거시적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다. 각 부문 전문가들이 속한 작은 분야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더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력하며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분야별 전문성은 갖추고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협업하면서 정책 제언을 해야 한다.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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