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이 만연한 상황에서 감정노동자들은 불합리한 과잉 응대 요구로 상처입고 있다.  



[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지난 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감정노동자 보호와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감정노동자보호법’을 발의했다. 노동 관련법의 개정이 아닌 입법 제정 추진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그동안 감정노동 관련 법안이 우선순위에 밀려 방치 또는 폐기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발의된 감정노동자보호법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인권 및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 장애에 대한 보호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감정노동에 대한 정의와 언급이 없기 때문에 감정노동으로 발생한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료·가스·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건설 및 중공업이나 화학·제조업 등의 중대재해 또는 대규모 재해의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만 적합한 안전보건 기준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해 3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관련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등이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에 추가되기는 했지만, 산업재해의 정의 보완과 법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 ‘그만 두던지’, 소비자 ‘손님이 왕’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감정부조화 및 손상’ 위험에 놓여있는 감정노동자의 비율이 47.7%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의 위험 수준이 남성에 비해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가 남성 노동자에 비해 폭언, 성희롱 등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편 감정노동 수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를 지원하는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위험 수준에 성별 차이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조직으로부터의 보호 항목에 대해서는 성별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감정노동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 의식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사업주의 감정노동자 보건 조치 의무가 부여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고객 불만으로 인한 감정노동자의 사내 불이익(시말서 등) 경험이 약 10.6%에 해당하는 등 오히려 감정노동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아직까지도 소위 ‘고객은 왕’이니까 요구하는대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거나, 노동자가 항상 웃어야 한다는 등 과잉 응대를 바라고 있다.

지난 2015년 모 백화점에서 고객이 직원의 무릎을 꿇리는 등 소위 ‘갑질 논란’이 이어지면서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도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과도한 소비권을 주장하는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필요 이상의 과잉 응대를 요구하는 사업주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나 고용불안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 감정노동자들은 마땅한 대책 없이 피해를 견뎌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업 근로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20대 국회에서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제정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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