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배달대행업체의 지난해 누적 주문수가 2억건을 넘는 등 배달대행업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지난 2011년 시민단체의 철폐 운동으로 사라졌던 30분 배달제가 최근 배달앱, 배달 대행업체 등이 늘어나며 슬그머니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6월1일에는 ‘20분 배달제’로 시간에 쫓긴 24살 패스트푸드 배달원이 택시와 충돌해 숨졌다.

당시 해당 프렌차이즈 업체는 ‘20분 안에 배달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30분 배달제’는 사라졌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시간제 배달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배달대행업체가 확산되면서 속도 경쟁은 더욱 과잉되고 있다. 특히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직접 고용하는 배달원과 달리, 배달 대행업체의 배달원들은 건당 수수료(약 3500원)로 임금을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배달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인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사고 위험이나 책임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30분 배달제를 시행하는 업체의 문제도 있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한 고용노동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특수고용직 배달 대행업체 종사자의 규모와 전반적 현황 등을 전수·부분 조사하고, 2016년 하반기 산재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특수고용직 배달원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동법 개정 앞서 실태 조사도 부족

최근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서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30분 배달제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업체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간의 과잉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포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지난해 서울시 노원구에서 시행한 ‘배달음식 재촉 안하기’ 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노동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 청년유니온 전진희 노동상담팀장,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부연구위원. <사진=정흥준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의 ‘특수고용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약 218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노동자수 약 1665만명과 비교했을 때 높은 비중으로, 플랫폼 시장 활성화 등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산재보험, 4대보험 등 노동권의 보호를 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 제도는 이를 보완하지 못 하고 방치하는 모습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배달앱에 속해있는 배달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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