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S 영업비밀 제도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정흥준 기자>



[국회=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유엔의 조사 답변서에서 정부가 ‘제품 제조 방식은 영업 비밀이라 알기 어려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자, 환경부는 “제품의 문제가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성분이나 제조방식을 요청해 알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제도에서 영업상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명칭 및 함유량’에 대해 기업은 ‘영업비밀’로 기재할 수 있다.

중대한 건강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진료 의사, 근로자대표 등 MSDS에 적지 않은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MSDS의 67%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들도 자신이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최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국회에서 ‘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을 개최했다.

강병원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이 알려진 지 10년이 됐는데 작업환경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MSDS 67%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된 채 사용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심사제도를 통해 영업비밀을 제한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유사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실장



심사 수수료·처벌 강화 등 필요

유럽, 캐나다, 미국 등은 현재 엄격한 심사 절차를 통해 MSDS의 영업비밀 남용을 막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실장은 “미국도 영업비밀 남용이 있자, 지역사회알권리법(EPCRA)에서 서류를 까다롭게 하고, 행정력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처벌을 강화해 영업비밀 신청을 급격하게 줄였다”며 “한국에서도 심사 수수료, 엄격한 서류, 행정력 낭비와 허위 신청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해서 진짜 영업비밀만 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앤아이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유해물질관리법에 따라 영업비밀보호신청 수수료로 건당 2500달러, 소기업의 경우 100달러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신청 수수료 외에 사용에 대한 수수료도 납부한다.

또한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경우 명칭 및 함유량 표시의 적합성을 심의하고 있다.

아이앤아이리서치 김미혜 연구위원은 “미국 EPA는 연간 400건 정도의 심사를 3명이 진행하고 있다”며 “심사가 수월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다양한 항목에서 높은 과태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수수료가 없을뿐더러 MSDS 영업비밀 적용이 부적절한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가 500만원 이하에 불과해 기업의 영업비밀 신청을 억제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MSDS에 유해성 물질 외 비유해성 물질까지 기재하고 있어, MSDS 영업비밀 심사에 과도한 행정력 소모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파장과 행정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영업비밀 인정제한 물질 확대 등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고용노동부 김충모 과장은 “영업비밀 심사제도는 부적정한 영업비밀의 근원적 차단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과다한 행정 소요, 사업주의 고의누락 유인 등 단점도 있다”며 “현재 이를 감안해 사후심사제, 사전심사제 등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까지 MSDS 영업비밀 적용 실태조사와 심사 시범운영을 할 예정이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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