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2주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시장의 규모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구글스토어 캡쳐>



[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작년 넷마블, 넥슨 등의 게임 업계는 약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연간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해 7~40%까지 상승하며 게임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와는 달리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넷마블 직원의 돌연사가 과로사로 추정되면서 게임 업계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넷마블은 잦은 야근으로 ‘구로의 등대’로 불리는가 하면 그 외 게임업계 근로자들은 고강도 노동에 대한 경험담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국회에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정미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업계 1위인 넷마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사실상 게임산업에는 근로기준과 룰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성장에 걸맞은 노동의 기준도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게임산업의 노동현실을 바꾸고,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는 법률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임개발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법정 노동시간인 40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게임 업계 근로자는 25.8%에 불과하다.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근로자가 20.1%에 달한다.

또한 64.1%의 근로자는 본인의 노동시간을 기록하지만 열람할 수 없거나, 또는 기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노동시간이 불규칙하고,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게임 업계에서 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업무 관련성을 따질 때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 외 수당 안 주는 게 관행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53.7%는 포괄산정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본인의 급여가 포괄산정인지 알지 못 하는 근로자가 35.9%임을 감안할 때, 더 높은 비율로 포괄산정임금제가 적용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괄산정임금제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 임금에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 방식이다. 하지만 연장 근무가 일상적이라는 답변이 37%인 것과 달리 야근 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근로자는 10%에 불과하다.

저녁 식대와 교통비만 지급하는 것이 업계 관행인 실정이다. 게임개발자연대는 “출근해서 퇴근까지 최장시간 회사에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36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근로자가 30%가 넘었지만, 제대로 된 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짧아진 개발 주기·개발사 하청 문제

이러한 게임업계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은 짧아진 개발 주기 등 게임 시장의 변화에 원인이 있다.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은 “게임 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재편됐고, 게임 개발 주기가 짧아졌고 심지어 몇 개월 만에 게임을 찍어내기도 한다”며 “게임 업체들은 유행을 선도하고 시장을 주도한다는 명목으로 선제적·공격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의 변화로 공급(배포)사와 개발사라는 위계 관계가 생기고, 중소개발사들은 마케팅을 위해 공급사의 지시 및 요구를 수행해야 하는 형태의 개발 구조가 만들어졌다.

결국 하청업체라고 볼 수 있는 게임 개발사에는 야근에 밤샘이 반복되는 소위 ‘크런치 모드’의 빈도가 더욱 잦아졌다는 것이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게임 시장의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부품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오는 3월부터 관리·감독나서

논란이 계속되자 최근 고용노동부(장관 이기권)는 “IT 업종 100여개소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3월부터 기획 감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IT 업종 원·하청 사업장의 기초고용질서 위반 등 노동관계법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근로시간 위반 및 시간 외 수당 지급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넷마블은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2월13일부터 도입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업무지시 등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정미 의원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근로시간을 변경하는 넷마블의 개선안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정형우 근로기준정책관은 “3월부터 실시하는 근로감독은 IT 업종 전반에 만연한 근로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장시간 근로개선 등에 앞장선다면 수많은 하청업체에 긍정적 파급효과가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해당 근로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현재의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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