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정책학회는 ‘환경관리와 환경규제’를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환경산업기술원=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규제완화로 인한 환경부(규제기관)의 입지 축소를 비롯해 매번 경제논리에 밀리면서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경유차 등 민감한 현안이 연일 터졌지만 환경 현안은 여전히 다른 문제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정책학회 김광임 회장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차기정부에서 환경정책이 지속가능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환경현안을 더욱 부각시켜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환경정책학회(회장 김광임, 이하 학회)가 주최하고 본지가 후원한 ‘2017 춘계학술대회’가 최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열렸다.


정부 교체마다 정책 단절 ‘지속불가능’
일각에서는 환경현안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지속불가능한 문제의 근원이 정책 단절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이병욱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연속성 없는 역대 정부의 핵심성장 전략이 환경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 5년마다 국가 정책이 뒤바뀌면서 지속해서 할 수 없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병욱 교수는 “돌이켜보면 지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녹색성장의 경우 일부 비판받을만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은 시의 적절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창조경제를 앞세운 현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도외시함에 따라 간신히 뿌리 내리려 하던 녹색경제로의 변화는 정책 단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고 비판했다.


세계는 파리협정에 기반을 둔 신기후체제,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처해나갈 신 성장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세종대 이병욱 교수

그는 “녹색경제와 창조경제는 상호 보완적인 정책으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며 “‘녹색’이라는 방향성과 ‘창조’라는 이해수단의 연계를 통해 이들의 조화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환경관리와 환경규제’를 주제로 ▷전문가 세션 ▷대학원 세션으로 나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불거진 환경보건문제부터 기후변화, 물 환경과 폐기물 관리, 환경교육 등 환경 분야를 총망라한 새로운 정책 개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물이용부담금 부적합 사용 공론화
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필수재인 물 자원은 적정한 수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상수원 수질확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물 사용자가 분담해 합리적인 물자원 보호와 소요 재원조달을 위한 방안이 물이용부담금 제도다.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수계기금 지출은 상수원 수질보호를 위한 주민지원과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투자·사업 비용에 투입되고 있다.


KEI 문현주 선임연구위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문현주 선임연구위원은 “수계관리기금은 다양한 요인으로 운용이 변화돼 왔고 기금 사용에 대한 갈등이 반복되며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 범위가 상류뿐 아니라 하류지역까지 확대돼 사용되는 문제 등 물이용부담금 부과 목적과 합치되지 않은 사용 용도의 문제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 환경과 폐기물이 연계된 환경이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KEI 조지혜 연구위원은 수해 발생 시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방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수해폐기물은 특성상 일반폐기물 처리체계로는 관리가 어렵고 상당량이 매립 처분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상당량의 폐기물이 재활용 가능하지만 단순 매립에 의존하면서 자원 낭비 및 매립지 수명까지 단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효율적 처리 방안 모색
조지혜 연구위원은 “수해폐기물을 성상별 관리를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자원순환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임시적환장을 거쳐 성상별로 매립지로 갈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재활용·소각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KEI 조지혜 연구위원

이에 대해 경북대학교 김웅 교수는 “수해 발생 시 현장 관계자 및 지자체는 빠른 수거가 우선이기 때문에 임시적환장을 거친 후 성상별로 관리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임시적환장 인프라 시설 구축뿐만 아니라 현장서 1차로 분리수거가 정확히 되도록 사전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KEI 조일현 전문연구원은 환경규제와 산업경쟁력의 관계를 구체적,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접근 방법을 소개했다. 조일현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경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업종 차원에서 국제비교 해봤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 제조업은 주요 EU 국가들에 비해 환경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제조업 환경비용 국제비교는 향후 업종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전문가 세션에서는 ▷EU 발전부문 환경규제정책에 관한 연구 등 환경규제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한 다양한 발표가 진행됐으며 대학원 세션에서는 ▷건강주의 관점에서 살펴본 가습기살균제 소비 확산의 원인 분석 등 환경보건과 환경정의에 대한 이슈 ▷물 환경 정책과 에너지정책 ▷지역환경 문제와 사례 연구 ▷기후변화, 환경교육, 에코라벨링 정책 등 환경정책과 인식 분야에 대한 다양한 논문이 소개돼 이목을 끌었다. 


이날 한국환경정책학회 김광임 회장은 “환경분야가 지금 분위기 그대로 간다면 새 정부가 들어서도 여전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등 대세적 흐름에서 환경이 부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 세션과 동시에 대학원 세션이 진행됐다. 대학원생들이 제시하는 참신한 환경정책 논문 발표에 이목이 쏠렸다.


TIP
녹색경제: 환경위험과 생태적 결핍을 현저히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인간의 복지와 사회적 형평성을 개선하는 경제


창조경제: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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