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거리예술국제심포지엄 거리토론회          <사진=이찬희 기자>



[환경일보] 이찬희 기자 = 안산시가 주최하고 안산문화재단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제1회 안산거리예술국제심포지엄’의 마지막 일정인 ‘거리토론회’가 6일 11시 안산문화광장 페스티벌센터에서 열렸다.

최근 관객이 소비자 역할에만 머물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공연예술축제와 시민참여’의 주제 아래 미래 축제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경민대학교 박상순 교수가 사회자로, 창조연구소 삶 황유경 대표와 극단 노니 김경희 대표, 의정부음악극축제 김미정 기획PD가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는 전문가들이 ‘공연예술의 시민참여’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 질문을 받는 순으로 진행됐다.

창조연구소 삶 황유경 대표

창조연구소 삶 황유경 대표는 3년간 인천 남구 문화예술과에서 축제를 담당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시민 참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시민)참여 지점을 어디까지 설정하고 어떻게 뒷받침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참여축제를 만드는 지자체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단계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기획자가 만든 틀 속에 시민들이 자원활동과 같은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황 대표는 “우리나라 축제 기획 단체가 안정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경우 한회가 끊난 뒤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관계설정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문제점을 짚었다. 황 대표는 “시민들이 할 수 없는 것까지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다. 개인적인 긴 안목으로 적어도 5년에서 10년간(토론회 같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음악극축제' 김미정 기획PD


의정부음악극 축제 김미정 PD는 극장 중심의 음악극 축제에서 시민참여라는 소재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그는 “2002년 처음 시작했을 당시 공연예술계와 마니아 층에게 환호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10년이 지난 뒤 서울권 극장 축제들이 생기고 지리적 예산적 이점이 강한 경쟁자들이 있어 의정부축제는 사실 조금씩 경쟁력이 떨어 지기 시작하는 고비를 맞았다”고 말했다

해법으로 김 PD는 “거리극과 야외 공연 등 접근성이 강한 콘텐츠를 많이 제공했다”며 “앞으로는 축제 기간 중 상시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음악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상설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단기간 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시민참여가 이루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 ‘안산거리극 축제’ 개막 작품을 선보인 ‘안산극단 노니’의 김경희 대표는 '축제의 시민 참여'에 대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면 ‘시민 참여’가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극단 노니' 김경희 대표

반면 김 대표는 안산 축제를 예로 들면서 “안산예술가 그룹만이 아닌 시민분들도 어느 정도 참여해야 가능한 작업의 경우”를 예외로 분류했다.


‘예술축제’ 앞으로의 방향

토론 후 이어진 관객 질문시간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예술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는 근본적으로 어려울뿐더러,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타이틀을 위해 시민을 한두 공연에 참여시키는 데 그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극단 노니 김경희 대표는 “완성도를 담보할 수는 없으나, 그 과정도 축제라고 생각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참여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예술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고민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도 “시에서 세금을 받는 입장에서 ‘시민 참여’가 정당방위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든다”며 “이를 위해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역을 통해 관객석에서 토론을 지켜보던 스페인 피라타레가(Fira Tarrega)축제 조르디 두란(Jordi Duran) 예술감독은 “시민의 참여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예술을 창작하거나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토론자에게 ‘오늘날 시민 참여의 한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에 김경희 대표는 “이전까지의 축제는 ‘과두’가 있는 것”이라며 현재 설정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영역을 어디까지 정할지 이야기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며 시에서 직접 ‘시민의 역할’을 설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그는 축제 주최 측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개 작품을 보더라도 지향점이 다르다. 대중성이나 시민참여 등 지향점은 다를 수 있다”며 당초 공연의 지향점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4일에 걸쳐 ‘도시의 변화와 축제의 역할’이라는 대 주제의 세미나가 막을 내렸다. 안산시는 지난 3일 ‘유럽과 한국의 거리예술축제’를 시작으로, 4일에는 ‘현대도시와 축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공간스토리텔링적 분석’, 5일 ‘거리예술시장의 변화’, 6일에는 ‘공연예술축제와 시민참여’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하며 공론의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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