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평가결과 성능 천차만별, 1300만원 제품 정확도 48%
송옥주·강병원 의원,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인증기준안 제안

[환경일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간이측정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성능은 천차만별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내년부터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간이측정기 성능인증기준 마련을 위해 실시한 간이측정기 성능평가를 최근 완료하고 올해 안에 등급 판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법안소위를 열어 미세먼지특별법에 성능인증제를 포함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린 바 있다.

간이측정기는 시민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센서형 외에도 설치·거치 형태로 건설현장, 도로변, 군부대, 실험용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만 수백억대로 추정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어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간이측정기 16개 제품에 대해 측정 정확도, 자료 획득률 등 성능 평가실험을 실시했다.

과학원은 설치형과 거치형, 국산과 수입산 등을 고려했지만, 이번 실험의 목적이 실태조사가 아니라 성능평가여서 나름 신뢰성이 있는 제품으로 한정했다. 측정방식은 모두 광산란 방식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비교적 믿을 수 있는 16개 제품을 평가한 결과 성능이 천차만별이었다. <사진제공=송옥주의원실>

가격과 성능 일치하지 않아

설치형은 50~100㎏의 무게로 별도 설치가 필요한데, 가격은 400만원~1800만원 수준이다. 거치형은 3㎏ 정도의 무게여서 공중전화부스 등에 부착해 측정할 수 있고 가격은 80만원~1300만원이다.

과학원의 정확도 평가 결과는 천차만별이었고, 꼭 비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설치형 측정기(12개)는 48~86%로 다양한데 ▷80% 이상이 3개 ▷70% 이상이 5개 ▷50~60% 사이가 3개 ▷50%가 안 되는 제품도 1개 포함됐다.

거치형 측정기(4개)는 50.9~79.0%로 ▷70% 이상이 1개 ▷50~60% 사이가 3개로 나타났다.

형태별 평균 정확도는 설치형이 71.5%, 거치형이 63.3%였고 정확도가 70%가 안 되는 제품이 16개 중 7개에 달했다.

설치형 측정기(L) 가운데는 1300만원대 가격에 정확도는 48.3%에 불과한 제품도 있었다. 80만원에 불과한 거치형(정확도 64.1%)보다도 부족한 정확도였다.

미세먼지 측정기술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정확도가 70%에도 미치지 못하면 측정기나 계측기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설치형 측정기는 입경 분리가 되거나 항온 히터가 있어서 정확도가 높은 편이고, 거치형은 대체로 그렇지 않아 설치형에 비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 보통은 가격이 비싸면 정확도 역시 높은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대상은 나름 정확도가 높은 제품 위주로 선정한 것이어서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측정기는 이보다 훨씬 정확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들이 구입해 사용하는 간이측정기는 대부분 3~5만원대로 저가형이고 센서방식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2016년 센서방식 측정기 7개에 대해 평가한 결과, 정확도가 10~49%여서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3~5만원 제품 정확도 10~49%

환경부는 이번 평가실험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측정기지침(Air Sensor Guidebook)을 참고했다.

이 지침은 용도와 정확도에 따라 5등급(Tier)부터 1등급까지로 나누는데 ▷국가측정용(90%) ▷개인노출 확인(70%) ▷모니터링 보완(80%) ▷고농도 식별(70%) ▷정보제공/교육용(50%)으로 나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환경부의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등급 평가결과를 토대로 성능등급 기준안을 제안했다.

두 의원은 미국 EPA 지침을 참고하되 국가측정용은 간이측정기가 아니므로 제외하고 정확도와 용도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등급체계에 맞게 재분류해 등급기준을 제안했다.

이 등급기준에 따르면, 정확도가 80% 이상이면서 모니터링 보완용으로 쓸 수 있는 경우를 1등급, 70% 이상이면서 고농도 식별용일 때를 2등급으로 구분하고, 정확도가 50~70%여서 교육용으로 한정할 때를 3등급으로 구분된다.

측정방식은 광산란 방식으로 국한되며 형태는 설치형과 거치형으로 구분하되, 모두 PM-2.5 측정이 기본조건이었다.

미세먼지 측정기는 공정시험방법인 중량농도법 또는 베타선법을 이용하는 국가측정망, 광산란 방식을 적용하면서 인증 대상이 되는 간이측정기, 광산란 방식을 사용하지만 센서 방식의 휴대용 측정기로 나뉜다.

광산란 방식은 1984년부터 2015년까지 공정시험법으로 채택됐지만 2016년 폐지됐고 올해 3월 다시 논의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미세먼지특별법에 관련 조항 포함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제가 도입되려면 법제화가 필수다. 지난달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소위는 강병원 의원 등이 발의한 미세먼지특별법에 송옥주 의원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통해 제시한 ‘성능인증제 관련 조항’을 담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제작·수입자는 환경부의 성능인증제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국가측정치와 간이측정치의 차이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간이측정기 측정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때는 환경부장관이 정하는 방법에 따르도록 했다.

다만 정확도가 50%를 밑도는 센서형 측정기는 성능인증제 대상에서 제외하되 시민들의 제품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품에 측정 정확도 표시가 필요하다.

이번 달 미세먼지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이맘때부터는 성능인증을 받은 간이측정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성능등급기준을 제안한 송옥주·강병원 의원은 “간이측정기를 사용하는 시민과 민간기관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성능인증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번 조사가 미흡하기 때문에 환경부가 사용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간이측정기’라는 단어가 저가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보조측정기’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울러 환경부는 이번 조사가 법적 권한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제품명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