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연구성과 보고회 개최… 생태환경 위기 주목
환경정의, 기후변화, 통합물관리 등 환경이슈 진단

[세종=환경일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조명래)이 4월23일 세종국책연구단지 연구지원동에서 2018 KEI 연구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KEI는 매년 연구성과를 확산하고 공유하기 위해 연구성과보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번 보고회는 2017년 KEI의 주요 연구성과에 대한 발표를 진행, ‘한국사회의 녹색전환’을 위한 주요 환경 현황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개회사를 통해 조명래 KEI 원장은 “KEI 연구성과보고회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환경문제를 진단함으로써 향후 환경정책의 방향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4월23일 세종국책연구단지 연구지원동에서 “2018 KEI 연구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대안은 지속가능한 생태문명

본격적인 연구성과 발표에 앞서 미래 인구·자원·기후 위기를 예측하고 산업문명의 붕괴 대비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생태문명사회를 여는 명견만리의 지혜’ 특별강연이 펼쳐졌다.

강연에서 성 이사장은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기하급수적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미래를 만들었고, 인류문명의 붕괴 위기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구위기, 자원고갈, 기후변화로 인해 불평등과 경제위기 실업위기가 심화되고, 이는 공동체 분열과 함께 생태환경 위기(2030)로 이어져 결국 사회·국가·문명붕괴(2100)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기후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 기온을 2℃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2℃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2900기가톤CO₂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⅔에 해당하는 1900기가톤CO₂을 2011년에 배출했으며, 앞으로 가용한 탄소배출량은 1000기가톤CO₂에 불과하다.

성 이사장은 “위기에 처한 인류와 자연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공생, 행복이 공공정책의 최고 기준이 돼야 한다”며 “성장의 수준이 아니라 성장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약자 위한 배려 필요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김태현 부연구위원은 ‘환경정의’에 대해 설명하며 환경약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정의란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사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환경적인 혜택과 피해를 누리고 나눔에 있어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지 않고,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주변의 생명체가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환경 편익과 비용 분배의 형평성 ▷의사결정 과정의 의미 있는 참여 ▷환경피해에 대한 공정한 배상이 보장돼야 한다.

김태현 부연구위원

김 부연구위원은 “다량의 폐수를 배출하는 시설이 집중된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이 많아 15세 미만의 아동비율이 높다”며 “폐수 등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지역은 경제적 지원보다 15세 미만 소아·청소년 등 환경약자가 수질 및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관련이 높은 대기오염물질(CO, VOC, NOx) 및 미세먼지 배출량(PM10)과 관련이 높은 질환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환경약자 비율과 화경오염, 환경피해가 모두 높은 지자체들에 대한 환경불평등 정책을 우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찬수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우리나라 사례를 봐도 서울 같은 경우 폐비닐을 대량으로 배출하지만, 폐비닐을 원료로 한 고형연료(SRF)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부처 갈등에 발목 잡힌 통합물관리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통합물관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조직법이 국회 문턱에 걸려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물국토연구부 김익재 연구위원은 물관리 일원화를 위핸 정책로드맵을 제시했다.

물관리 일원화 논의는 3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0년 당시 조직개편 차원에서 건설부가 댐, 상하수도 등을 다른 부처에 넘기려 했다.

그러나 건설부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없던 일이 됐고 결국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하수종말처리, 상수도수질관리·검사 등의 기능만 환경처로 이관됐다.

1993년에도 환경처가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지만 밥그릇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관련 부처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에도 사실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관리 일원화 논의는 계속됐지만 번번이 부처 이기주의에 발목을 잡혔다.

김익재 연구위원은 “물관리 일원화를 둘러싼 찬반논의는 과거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며 “부처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정치적 요인까지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익재 연구위원

물관리 일원화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7년 국회예산정책처는 “광역상수도 시설용량은 증가하면서 이용률이 급격히 하락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상수도 업무가 이원화돼 있고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상수도시설이 과잉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에도 감사원은 “2012년 기준 전국 지자체 상수도 시설용량이 1.32배 초과돼 설치비용 4조원이 사장되고 있다”며 “시설용량 초과에도 불구 34개 지자체가 상수도시설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어서, 7735억원의 과도한 투자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익재 연구위원은 “기존의 수량관리기능과 물환경관리기능이 명실상부한 성숙기로 접어들도록 유도하려면 구체적 계획 수립이 효과적”이라며 “통합법 제정을 토대로 법정계획의 기준연도를 재설정(2021~)해 각 계획이 유기적으로 수립·시행되고 이행점검이 모니터링(1·2단계)하고 재해저감, 농업용수 등을 포함하는 기구개편(3단계 2022~)을 검토해야 한다”고 정책로드맵을 제시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이번 물관리 일원화로 현행 적재적소(適材適所)의 갈등은 멈추고, 효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재적제(適財適題)의 개념 속에서 미래지향적 유역관리체계로 전환시키는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피해 예측 및 정량화 필요

서양원 부연구위원은 화학사고 정책의 효과적 이행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서 부연구위원은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평가하는 것은 장외영향평가 등 화관법 관련 제도 이행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양원 부연구위원

서 부연구위원은 “현행 장외영향평가는 인체건강에 대한 위험도만을 산정하기 때문에 환경피해를 대비한 위험도의 정량적 산정은 불가능하다”며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은 화학사고로 인한 환경피해를 예측 및 정량화하는 방법론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와 같이 사고예방 및 대비 측면에서 사전환경피해평가 방법론 및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화관법의 신규 규제 대상 및 소규모 영세사업장은 장외영향평가 작성 및 제출에 대한 인식이 없어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부 차원의 장외영향평가 미제출 사업장 관리를 위한 추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사고, 정부가 피해 키워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2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대응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한 드러난 사고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에서 나타난 문제점 중 하나는 정확한 정보전달의 실패다. 3월11일 제1원전 1호기 수소 폭발로 해수를 주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다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것은 혹시 몰라서 내리는 피난지시다. 방사능은 원자로 외부로 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12일 저녁에는 “10~20㎞ 사이 주민들에게 구체적 위험이 생길 일은 없지만, 더욱 만전을 기하는 차원에서 20㎞로 확대한 것”이라며 사고의 심각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피난 지시를 내렸다.

원전으로 인한 피난은 다른 재난과 달리 방사능 농도가 떨어질 때까지 장기간 피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난을 가는 이유가 원전사고 때문임을 모르고 떠난 주민들은 몸만 빠져 나오고 말았다.

사고지역의 한 주민은 “귀중품도 챙기지 못했고 특히 의료 관계 서류가 없기 때문에 부모 모두 증상이 악화됐다. 노인에게는 맨몸으로 피난 가는 것은 힘들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판단기준의 부재로 인한 구역 설정이 늦어진 것도 문제였다. 방사능의 1년간 적산선량 20m㏜에 도달할 우려가 있는 계획적 피난구역 설정이 늦어지면서 한달 이상 고농도 방사능에 주민들이 방치됐다.

고령자나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 재해약자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장애인 희생자 비율은 비장애인의 2배에 달할 정도였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던 곳은 병원 및 노인 복지시설이었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은 “환자들을 직접 피난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병원이 주민 피난 대응에 바빠 환자 피난에는 손을 쓰지 못했다”며 “대피소 역시 환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환자들을 학교 체육관 바닥에 눕히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피난구역마저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지형적 영향에 따라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피난구역을 설정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동심원 형태로 설정하면서, 피난을 간 곳이 오히려 방사능 농도가 더 높은 지역인 경우도 있었다.

조공장 선임연구위원

노후 석탄발전 폐쇄, 효과 있어

한편 노후 석탄발전소의 연료 전환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대한 분석결과도 발표됐다. 

주현수 섬임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면 단기적으로는 특정지역에서 시간당 최대 10.3%(7.3µg/㎥), 충남지역의 연평균 농도는 0.5%(0.116µg/㎥) 개선되고 환경편익 3695억원, 조기사망자 23인이 감소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폐쇄에 따른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충남, 전북지역 등이 높게 나타났으며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았다.

또한 미세먼지 감소 측면에서 살펴보면 LNG·바이오연료 사용 및 배추기준 강화정책에 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현수 선임연구위원은 “노후 석탄발전소의 대안으로 바이오연료 전환은 유해대기오염물질 배출 측면에서 우려되는 선택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건강영향 뿐만 아니라 환경농도, 환경편익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불리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 선임연구위원은 “미세먼지 농도는 석탄발전소의 위치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모든 발전소에 같은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미세먼지 확산 측면에서 불리한 지역에 있는 발전소에는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시설 폐쇄 및 친환경연료 전환 대상시설의 우선순위 결정에도 배출량과 함께 발전소 위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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