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함께 행복한 미래 위해 7월9일 국회서 '가축살처분' 논의

포럼 지구와사람 강금실 대표는 생태의 균형점을 찾아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자고 말했다.

[랜드마크타워=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우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 다섯 가지는 수소, 헬륨, 산소, 탄소, 질소이며, 이 중에서 다른 원소와 반응을 하지 않는 헬륨을 제외한 4가지는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를 구성하는 주된 원소다. 타이슨은 지구와 우리는 별의 잔해에서 태어났으니 우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갖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처럼 인간은 우주 속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면서도 존엄한 존재라는 생각에 스스로 사로 잡혀 살아왔다. 법과 제도 역시 인간에 대한 차별성을 강조해 보호할 뿐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채로 발전해왔다. 포럼 지구와사람의 강금실 대표는 인간이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애써 외면한 인간 위주의 법·제도를 정상화 하려면 지구공동체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지구와 공존할 인간의 방향 연구로 시작한 포럼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과 생태대(ecozoic era)의 비전을 제안한 생태사상가 토마스 베리는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는 생태 파괴의 원인을 인간의 자연 착취를 조장하는 세계관과 우주관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인간 문명이 지금과 같은 파괴적인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규명하고, 생태적 회복을 위해서 인류가 취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강금실 대표가 활동하고 있는 포럼 지구와사람은 토마스베리 강독 모임으로 2012년 시작했다. 2015년 사단법인 선 후원으로 포럼을 결성해 지구법 세미나를 시작하고 근대적 성장론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올바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전지구적, 문명적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 대표는 “지구와 다른 존재들을 애써 사물화하고, 인간과의 연관성을 제거해버린 인간-사물의 이분법적 가치관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자연권의 법적 보장 위한 다양한 논의 진행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인 지구법은 인간 중심의 법체계를 지구 중심의 법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한다. 지구법에 대해 연구하는 포럼의 지구법학회는 지구법에 기초해 ‘자연의 권리’를 법체계 내에 자리매김하는 지구중심적 법과 거버넌스 시스템을 연구한다. 또한 학술 토론회, 학술지 발간, 시민 교육프로그램 운영, 지구법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대중문화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강금실 대표는 “논의를 처음 시작한 2015년에 지구법은 낯선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수용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최근 식용목적 개 도살이 위법판결을 받는 등 동물복지 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하지만 자연의 권리를 조례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이나 개별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뉴질랜드, 헌법에 명시한 에콰도르에 비하면 아직 법·제도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강 대표는 “현재 진행되는 우리의 헌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자연의 권리에 대한 내용이 도입되는 등 자연을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며 조례나 개별법으로 보장하는 방법이나 상위법인 헌법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방법 등 상향이나 하향식의 모든 보완이 가능하다고 방법을 제시했다.

동물의 존엄 말살한 대규모 살처분

강금실 대표는 법·제도적 정착을 위해 마련한 ‘생명을 묻다 - 가축 살처분 실태와 쟁점 진단 세미나’를 소개했다. 이달 9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세미나는 지구법적 차원에서 자연의 구성원 중 하나인 동물의 권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대규모 살처분에 대해 고찰해보는 자리로 살처분에 대한 환경적 부분만이 아니라 경제적·법적·윤리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현실을 논의하는 장으로 준비하고 있다. 강 대표는 3군데의 로펌이 참가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민하고 법·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제에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문선희 사진작가,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선다.

이들은 각각 ‘국내 살처분 현황으로 본 생명윤리 및 동물복지’, ‘3년 후, 환경문제로 본 살처분’, ‘가축 살처분이 훼손한 경제가치’, ‘가축 살처분 법제 분석 및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살아서는 ‘공장사육’, 죽어서는 ‘폐기물’

강금실 대표는 식용으로 생산한 동물이더라도 확실한 근거없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살처분하는 것이 과연 생명존중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 윤리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처분한 동물의 사체는 처분시에는 폐기물처럼 취급되고 살처분 후에는 폐기물로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침출수는 지상으로 올라올 경우에만 환경부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살처분 사체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실질적으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강 대표는 아무 준비 없이 살처분을 반복해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건을 폐기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들의 트라우마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강금실 대표는 “법과 정책의 복합적인 차원에서 배려하고 전염병 발생 현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동물사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점 찾아 새로운 문제 발생 예방해야

동물의 공장식 사육 문제는 기후변화에도 맞닿아 있다. 동물 사육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생태문명론적 차원에서는 ‘죽이는 과정에 대한 배려’가 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본래 삶의 목적을 저버리고 좁은 케이지에서 항생제로 사육을 하는 것은 가축의 본래적 가치를 박탈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것이 인간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끔찍한 일”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그는 “무조건 육식을 제한하는 것이 동물의 가치를 찾는 일은 아니라”고 하며 “적당한 선에서 조정을 하고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장식 사육으로 얻은 고기는 양질의 먹거리가 아니다. 이것은 결국 인간이 섭취해 새로운 문제를 만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강금실 대표와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 현실을 행복하게

강금실 대표는 “아직도 성장신화에 중독돼 있는 것이 현 세대의 문제”라 지적했다. 양극화를 만든 피라미드형 구조는 권력지향적이고 경제성장적인 패러다임의 문제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성세대는 성장신화에 중독돼 있고 이는 젊은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강 대표는 성장신화가 초래하는 ‘가치의 불균형’은 삶을 위태롭게 한다며 경쟁구도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급한 도입을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며 내일의 행복을 위해 현실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잘못에 집착하고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 걱정하면 정작 오늘을 잘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한 희생보다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며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며 희망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공존을 강조했다.

/정리=서효림 기자ㆍ대담=김익수 편집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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