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LG하우시스 답변 거부, 하청업체 ‘관리 잘 한다’
생산과정 작업자 안전 무시하는 ‘친환경 제품 인증’ 코미디

[환경일보] 환경부가 인증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톨루엔이 사용돼 논란이 예상된다. 최종 생산물에서만 톨루엔이 기준치 이하로 방출되면 작업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다는 뜻인데, 친환경 제품 인증이 단순히 제품에 대한 인증이 아닌 전 과정을 평가한 결과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환경 제품 인증은 ‘제품을 생산, 소비, 폐기하는 전(全)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별해 친환경 표지(마크)를 부여하는 제도(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7조)’이다.

다시 말해 최종 생산물이 사람에게 좋은 제품이라서 친환경 인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소비‧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심사를 거쳐 인증을 주고 있다.

공장 외부에 쌓아둔 벽지 롤러에서 흘러내린 폐기름이 바닥으로 흘러내려 토양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이광수 기자>

“톨루엔 사용 안 해” 거짓말 왜?

LG 하우시스가 판매하는 벽지 역시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VOC 계열의 대표적인 유해물질인 톨루엔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톨루엔은 대부분의 유기용제 중독처럼 중추신경계 중독 증상(피로감, 졸림, 중추신경계 기능 저하)을 일으키는데, 급성 고농도 노출일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또한 카테콜아민의 부정맥 유발 효과에 대한 심근 감수성을 증가시킨다.

저농도 만성노출의 경우에도 심근병, 저칼륨혈증, 신세뇨관성 산증, 신장병 등이 생길 수 있으며, 특히 간독성이나 임신 중 노출 시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의 화학물질 분류에서도 ▷특수건강진단주기 12개월 ▷작업환경측정주기 6개월 ▷작업환경측정대상물질 ▷관리대상유해물질 ▷특수건강진단대상물질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대상 물질 ▷유독물질 사고대비물질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톨루엔이 메틸에틸케톤이나 에틸알코올보다 가격이 1/3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벽지공장에서 주로 쓰이며,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의 내장재로도 많이 쓰인다.

VOC 기름 냄새로 범벅

LG 하우시스의 하청을 받아 벽지를 생산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의 A공장은 이 톨루엔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공장 내부의 기름 냄새 때문에 두통을 호소했던 전직 근무자의 제보를 받고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해 톨루엔 사용 여부를 묻자 공장 관계자는 “톨루엔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잡아뗐다.

이에 “소방서에 확인해보니 톨루엔, 알코올류, 메틸에틸케톤, 인쇄용 잉크가 신고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자 그제야 “톨루엔을 쓰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실제로 공장 내부는 VOC 특유의 심한 기름 냄새로 진동했다. VOC(휘발성유기화합물)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을 포함해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스틸렌, 아세트알데히드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저농도에서도 기름 냄새 특유의 악취를 유발하며, 화합물 자체에서도 환경 및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다. 모든 VOC가 유해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VOC가 안전하지 않다.

LG하우시스 측에 친환경 인증을 받은 벽지를 생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취재를 요청했고, 질의서까지 보냈지만 “하청업체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하청업체인 A공장에 질의하자 처음 “톨루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던 공장 측은 질의답변서를 통해 “톨루엔과 VOC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특별관리 필요한 유독물질

톨루엔이 화학물질 분류에서 ▷특수건강진단주기 12개월 ▷작업환경측정주기 6개월로 지정된 것은 위험한 유독물질로 분류됐기 때문에 6개월에 한번씩 공장 내부의 톨루엔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특수건강진단대상물질이기 때문에 1년에 한번씩 톨루엔 취급 근로자의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유독물질로 분류된 톨루엔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다.

공장 측은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완제품의 톨루엔 함유량, 거기에 더해 TVOC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환경부가 인증하는 환경표지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품의 생산‧소비‧폐기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어야 준다는 친환경 인증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근로자들은 VOC와 톨루엔 속에서 일하고 있다.

게다가 공장 외부에 쌓아둔 벽지 롤러로 인해 기름 성분이 바닥으로 흘러내려 토양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게 친환경이 맞는 걸까?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작업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이와 무관하게 최종 제품만 기준에 맞으면 친환경 제품 인증을 부여하는 현재의 제도는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환경산업기술원 측 관계자는 현장점검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친환경제품인증제도 개선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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